충북 청주시에 사는 J씨는 지난해 연초에 남편 직장동료의 소개로 다단계 판매에 발을 들여 놓았다. 미국계 다단계판매회사인 A사 설명을 들은 J씨는 무언가에 얻어맞은 충격과 함께 ‘왜 이런 사업을 진작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무릎을 쳤다. J씨는 퇴근한 남편과 함께 새벽 1∼2시까지 친척과 친지들을 찾아다니며 사업에 몰두했다.
J씨는 물건을 팔고 20만 포인트(24만원 판매액)가 올라갈 때마다 7000원의 보너스를 받았다. 4개월만에 1000만 포인트(1400만원 판매액)에 도달했다. J씨 부부는 윗 단계의 핀(판매자 등급)을 달기 위해 700만∼800만원어치의 제품을 카드로 구입해 부족분을 채웠다.
구입한 물건을 팔기 위해서는 다시 친척들을 찾아 뛰었다. J씨 부부는 카드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신용불량자가 돼서야 간신히 다단계 판매에서 손을 뗐다. 집안에는 지금도 팔지못한 물건이 쌓여있다.
결혼 4년차였던 A씨는 부인이 다단계 판매에 빠져서 결국 이혼까지 했다.
부인 L씨는 D사 설명회에서 매월 2500만원을 벌수 있다는 말에 쉽게 유혹에 넘어갔다. L씨는 남편에게 “한 사람을 모집하면 2만원이고 두사람을 모집하면 4만원…”이라며 “몇 개월만 지나면 큰 돈을 벌수 있다”고 말했다.
각종 교육 명목으로 아내의 외박이 잦아지면서 부부싸움도 심해졌다. A씨는 ‘피라미드’와 ‘가정’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요구했고 L씨는 가정을 버렸다. 1년 2개월동안 피라미드 판매원 생활을 했던 L씨는 신용불량 상태였지만 수입은 87만원이 고작이었다. L씨는 지금도 이혼한 A씨에게 “선후배와 직장동료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전화를 걸어온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올초부터 11월 17일까지 접수된 다단계판매 피해상담건수는 171건이다. 이중 132건에 대해서는 소비자 피해구제가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