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회사 앞 비탈을 올라 말발굽같은 산봉우리 줄기를 한바퀴 돌던 때가
2003년이었을거다.
5월 어느 하루 혼자 이 산길을 걸으면서 평탄하고 쉽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지금 걸어보니 만만찮다.
처음부터 나무 계단이 이어지고 봉우리 하나하나도 땀을 요구한다.
외제차를 타고 온 팀이 앞서가다, 왼쪽 봉우리에서 전화로 길을 묻는다.
덕룡산은 바로 걷는 길인 모양이다.
우리는 원점회귀할 예정이니 오른쪽으로 돈다.
경사진 곳에는 밧줄을 걸어놓고 썩은 나무를 톱질하는 등 등산로를 손질해 두었다.
작은 산딸기를 따 먹으며 걷는다.
깃대봉이라고 써 놓인 돌판에 앉아 가시에 찔리며 두릅을 꺾고
맥주를 마시며 쉰다.
우성목장 가는 길에서 임도를 만나 걷는데,
저 숲속에서 뭐가 부시럭 거린다.
맷돼지인줄 알고 긴장하는데, 두 남자가 배낭을 매고 낫을 들고 올라온다.
머윗대를 꺽으러 갔다하다가, 나중엔 불회사 뒤 대밭의 죽순을 따러 갔는데 아직 덜 올라와
그냥 올라온단다.
머위잎처럼 큰 취나물 잎을 보여준다.
그들에게 절 이야기를 듣는다.
물이 마르지 않은 절샘을 찾아 갔더니, 새로 지은 절에 단청 공사중이고 문이 닫혔다.
세멘트 담위를 걸러 절 안에 들어가
장미꽃을 배경으로 나주호와 화순의 산들을 내려다 본다.
무등산은 흐려 보일락말락이다.
다시 임도를 올라가 봉우리 지나 내려오는 경사가 심하다.
나무 속에 폐쇄된 등산로 표지와 등산로 6km를 보고
일주문 쪽으로 걸어 차를 가지러 잠깐 달린다.
불회사를 보고 10시20분에 시작한 산행이 1시 10분이 넘어서 끝난다.
강진 다니던 때를 생각하며 봉황면 삼거리? 주유소 보신탕집에 들러
7,000원짜리 일반에 소주 한병을 마시고 차에서 곯아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