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다락골에 입주한 이래
처음으로 배추를 사서 김장했다
보름전
배추밭을 아무리 돌아보아도
속 덜찬배추로 김장하기엔 양이 모자랄듯 해서
10여년전 수도작농사를 함께 했던 충주 소태 작목반에서
유기농 배추 스무포기를 가져왔다
유기농 김치공장에서 계약재배한 밭인데
속이 꽉차지않아 차일피일 가져가지 못하는 품새가
계약이행이 안 될듯 해 보였다
알배기 스무포기정도 필요했지만
내심 속 덜찬 배추로 받고싶은 심정이 절실했다
한 겨울은 엽산부족이 뻔한 식탁인데
다락골 배추처럼 푸른잎 많은 것을 받고싶었으나
뽑아주는대로 통 큰 알배추를 받아왔다
한아름들기도 무거운 배추
오리농장의 부산물을 1년 숙성시킨 퇴비를 넣은
거름진 밭이라 작황은 좋아보였다
부피가 너무 커 선뜻 절이지 못하고
다락골 배추바라기만 하던 차에
납품하지못한 작은 배추를 더 뽑아가라는 전갈이 왔다
내심 기뻐서 한달음에 달려갔지
마음에 쏙 드는
내 두 손아귀에 꼭차게 들어오는 배추들
시중의 표현으론 못난이 배추라는데
아니 이 예쁘고 맛있는 배추가 왜 못난이란 말인고
작은 배추 /여성 주먹만한 사과는 상대적으로
퇴비를 덜 먹고 자라서 야무지고
세포조직도 조밀하다
농약이나 제초제이상으로
질소과다가 우려되는 현장
농작물의 과한 질산염은 체내에 들어오면
아질산염으로 변하며 발암물질이 되기도한다
한때 블루베이비 증후군으로
19세기 후반 아기이유식회사를 뒤집어놓았던 사건
귀농 후 알게되어 유기농 관행퇴비를 우려한 나머지
자연농업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
유기농퇴비 주자재가 수입깻묵이라는 사실을 알게된 것도 비슷한 시기였다
(당시 수입라인은 인도였던것으로 기억)
이후 성인 주먹만한 크지않은 사과와
짙푸른 채소, 큰 양배추는 가능하면 피하게되었고
진흙밭인 구름밭에서는 지지리 잘안되는
고구마 땅콩등은 큰 것으로 구입한다
(고구마 땅콩 재배의 비밀을 아십니까)
♡♧☆
아무튼 유난히 사연많은 김장은 끝냈다
속이 모자라 계획에 없던 백김치까지 담구었고
속이 꽉 찬 유기농배추는 꾸러미보낼때 반쪽씩 보내기도하고
주변에 한통씩 나누며 겨우내 먹을 보쌈용으로
다섯포기 남겼다
아직 밭에 있는 나의 덜 큰 배추와
겨우 한뼘남짓하게 자란 돌산갓 청갓홍갓
알타리무만한 무로 담글
두번째 김장이 기다리고 있다
내일은 영하로 곤두박질친다니
오늘 오후 뽑아두고 며칠 날씨 보아가며
다시 준비하자
남은 마늘 마저 까고 생강 짓찧고
배도 좀 더 구입하고 새우젓 끓여
겨우 한뼘자란 갓이며 여전히 어린 돌산갓
갸느다란 쪽파버무려
푸른 잎 넘치는 김장을 끝내야 진짜 동면이다
#아질산염
#블루베이비증후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