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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사천시는 등산인들에게 삼천포 와룡산(臥龍山·798.6m)과 사량도 지리산(智異山·397m)으로 더욱 잘 알려져 있다. 두 산 모두 독특한 산세와 더불어 남해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광을 맛볼 수 있는 명산들이기 때문이다.
와룡산은 95년 사천시와 통합하기 전까지는 앞바다인 한려해상 국립공원과 함께 삼천포시를 상징하는 산이었다. 청룡과 백룡이 하나의 머리를 두고 다투면서 형성됐다는 이 산은 해발 800m에도 못 미치지만, 산세는 1,000m급에 못지않게 당차다. 전형적인 육산의 등성이에 보석처럼 박힌 암봉과 바위들이 산의 기운을 드높여주고, 남쪽으로 남해바다가 펼쳐지면서 조망의 즐거움을 동시에 만족시켜 주는 산인 것이다.
행정구역 상 경남 통영시 사량면에 속해 있으면서도 삼천포 해안에서 가까워 사천 산으로 오해받곤 하는 사량도 지리산은 섬산이면서도 내륙의 고봉준령 못지않게 힘찬 기운으로 솟은 산이다. 서쪽 지리산에서 불모산(不毛山·399m)을 거쳐 옥녀봉(玉女峰·261m)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는 바위산의 힘찬 기운과 육산의 장쾌함을 보여주면서, 험난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산행의 묘미까지 더해 산악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게다가 여객선으로 접근하면서 바다 풍광도 즐길 수 있고, 능선 어디서든 육지부의 명산 지리산을 비롯한 남부 내륙의 산과 다도해의 올망졸망한 섬산들이 눈에서 벗어나지 않아 즐거움을 준다.
와룡산
남해 향해 용틀임치는 청룡과 백룡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용이 누워 있는 듯하다 하여 와룡(臥龍)이란 지명을 지닌 와룡산은 고려 태조 왕건의 여덟번째이자 막내아들인 욱(郁)과 그의 아들 순(詢·8대 현종 顯宗)이 어린 시절 귀양살이를 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욱이 조카인 경종(5대)의 두번째 부인 헌정왕후(獻貞王后)와 정을 통한 사실을 6대 왕인 성종(成宗)이 알고 와룡산 기슭으로 귀양을 보냈던 것. 경종은 욱과 헌정왕후 사이에서 태어난 순이 태어나자마자 헌정왕후가 세상을 떠나자 아버지 곁으로 보내져, 아버지 욱이 숨을 거둔 여섯 살 되던 해까지 함께 와룡산 기슭에서 지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와룡산은 산이름과 더불어 ‘용’ 자를 이름삼은 지명이 많이 있다. 정상인 민재봉을 기준으로 세 가닥으로 뻗은 산줄기 가운데 남서릉 끝자락에 자리잡은 마을을 좌룡동이라 하고, 남서릉과 남동릉 사이에 마치 거대한 운석이 떨어져 움푹 들어간 형태의 분지 안의 마을은 용이 누워 있는 듯하다 하여 와룡동(臥龍洞)이라 불린다. 또한 포물선을 그리며 뻗은 남동릉 끝자락에 솟은 봉은 용의 머리 형상을 하고 있다 하여 용두봉(龍頭峰)이라 일컫는다.
산세가 수려하고 기묘하다 보니 절집 또한 많은 산으로 전하고 있다. 지금은 와룡골 안의 청룡사와 덕룡사를 비롯해 백천사, 백룡사, 용주사, 와룡사 정도만 남아 있지만, 구전에 따르면 팔만구암자가 있었다 한다.
와룡산 등로는 사천뿐 아니라 진주 마산 등지에서도 가까워 여러 가닥 나 있을 법하지만, 산세가 워낙 가파르다 보니 비슷한 여건의 유명 산에 비해 가닥이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사천시는 11월1일부터 5월15일까지 산불예방기간으로 정해놓고 임내저수지~도암재~새섬바위~민재봉, 백천계곡~백천재~민재봉 두 코스 외에는 통제하고 있어 다른 코스의 산행이 불가하다. 그렇지만 이들 두 코스가 와룡산 산행의 묘미와 산세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대표적인 코스이어서 그다지 서운할 것도 없다.
남양저수지~도암재~민재봉
새섬바위는 조망 뛰어나고 아기자기한 바윗길
진주-사천 간 3번 국도 상의 죽림동 남양동사무소에서 마을길을 따라 남양(임내)저수지 위로 올라서면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갑룡사로 이어지는 순환도로로 왼쪽 길이 비교적 완만하게 이어진다. 남양동사무소에서 갑룡사까지 약 2.5km 구간은 승용차로도 접근이 가능하다. 차는 갑룡사 주차장이나 새로골할매집 부근 공터, 또는 새로골할매집에서 500여m 아래 있는 와룡산쉼터 주차장을 이용한다.
갑룡사 아래 새로골할매집에서 계곡으로 내려서면 ‘민재봉 4.8km’ 안내판이 서 있다. 여기서 다리를 건너 돌탑집을 거쳐 도암재(약 450m)까지는 약 30분 거리로, 완만하면서도 고즈넉한 숲길로 이어지다 짤막한 급사면를 올려치면 고갯마루에 닿는다. 도암재 부근에 샘(약 200m)이 있으나 식수는 산행 초 마지막 음식점인 돌탑집(농주, 도토리묵, 파전 판매)에서 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
널찍한 잔디밭을 이루고 있는 도암재는 죽림동(3km), 와룡골(1.4km), 새섬바위(1km), 상사바위(0.7km), 수정굴(약 1.5km) 등 산길이 다섯 가닥으로 나뉘는 지점으로, 상사바위를 찾는 바위꾼들이 야영장으로 이용하곤 한다. 안부 왼쪽(북쪽) 능선길은 새섬바위, 왼쪽 사면길은 수정굴, 오른쪽 능선길은 상사바위로 향하고, 안부를 넘어서면 와룡골로 내려선다.
급경사 능선을 따라 20분쯤 걸리는 상사바위 정상은 진주만 건너 남해군 최고봉 금오산(849.1m)뿐 아니라 천왕봉에서 노고단으로 뻗은 지리산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사량도와 수우도 등 남해바다의 올망졸망한 섬들이 그림처럼 아름답게 바라보이는 조망대 같은 곳이다. 짙푸른 물이 담겨 있는 와룡저수지를 빙 둘러싼 와룡산의 전모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경남 바위꾼들에게 자유등반의 메카로 알려진 상사바위는 부모의 반대에 절망감을 느낀 젊은 남녀가 떨어져 죽었다는 애틋한 사랑 얘기가 전하는 곳이다. 도암재에서 보면 마치 북한산 인수봉처럼 웅장하게 보이는 이 암봉은 천왕봉 북동사면의 암벽이지만, 그 이름이 워낙 널리 알려지다 보니 천왕봉이 아예 상사바위로 이름이 굳어져 버렸다. 도암재에서 상사바위 정상으로 향하다 보면 상사바위 암장으로 빠지는 길이 보인다(도암재에서 0.28km 지점).
도암재에서 새섬바위까지는 1km 거리에 불과하지만 가파른 능선길이다 보니 제법 시간이 걸린다. 숲길을 따라 10여 분 오르면 너덜지대에 다다르고 이어 10분쯤 더 오르면 망바위 안부다. 안부 오른쪽에 튀어나온 망바위는 상사바위를 포함한 와룡산 남사면의 경치를 비롯해 삼천포항 일원이 잘 바라뵈는 곳이다. 여기서 새섬바위는 오른쪽에 귀 모양의 바위가 튀어나온 것이 마치 북한산 인수봉처럼 느껴진다.
망바위를 지나면서 산길은 사뭇 험난해진다. 안부에서 왼쪽 사면길로 들어서면 수십 길 높이의 벼랑길이 나온다. 난간이 설치돼 있기는 하지만 미끄러지면 밑으로 빠지면서 추락할 위험이 있으니 특히 눈이나 얼음이 덮여 있을 때에는 조심하도록 해야 한다.
바위 사면을 거쳐 능선에 올라서면 이제 새섬바위 암릉은 동양화 속의 선경처럼 아름답고 신비스런 형상으로 다가온다. 이후 산길은 바위 옆으로 가로지르다 등날로 올라서면서 새섬바위 정상으로 이어진다. 이 바위는 옛날 천지개벽이 일어나 삼천포 일대가 물에 잠겼을 때 유독 새 한 마리가 앉아 있을 정도의 터만 남아 있었다 하여 지금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새섬바위와 민재봉은 높이가 엇비슷하고, 거리도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1.5km나 떨어져 있다. 평범한 능선을 따라 20분쯤 가면 수정굴 갈림목이 나온다. 계속 능선을 따르면 민재봉(0.7km)으로 올라서고, 오른쪽 사면길로 내려서면 수정굴이나 청룡사 입구(2km)로 내려선다. 민재봉까지 산행한 다음 정규 등산로로 가려면 북릉을 따르다 백천재에서 백천계곡으로 내려서거나 갈림목으로 되돌아와 새섬바위코스나 수정굴 코스를 따라 도암재로 가야 한다.
수정굴 코스는 사면으로 내려서다 첫번째 갈림목에서 오른쪽 길을 따르다 두번째 갈림목에서 왼쪽 능선길로 내려서거나, 혹은 첫번째 갈림목에서 곧장 내려서다 역시 두번째 갈림목에서 오른쪽 사면을 가로지르는 길을 따르면 닿는다.
민재봉 북서릉 동사면 해발 약 550m 지점에 위치한 수정굴은 16년 전까지 수정을 캐내던 곳으로, 현재 16개의 굴 입구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굴 안으로 들어가면 갈래 친 여러 개의 굴과 수정을 캐낸 흔적을 볼 수 있다. 8년 전부터 이화석씨가 굴 입구 앞쪽에 돌과 짚으로 집을 짓고 거주하고 있는데, 식수는 이씨가 굴 안에 놓아둔 플라스틱 물통에서 구할 수 있다. 수정굴에서 도암재까지는 짤막한 오르막을 올라선 다음 해발 550~450m 높이의 산허리를 따라 완만하게 산길이 이어진다.
임내저수지~갑룡사~도암재~새섬바위~민재봉 산행은 3시간 정도 걸린다. 남양중학교 원점회귀산행에는 점심시간 포함 6시간 정도 잡으면 된다.
백천계곡~백천재~민재봉
완경사 계곡과 급경사 능선길
민재봉에서 발원하는 백천계곡은 와룡산에서 가장 아름답고 수량이 많은 골짜기로, 백천재를 거쳐 북릉을 타고 민재봉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민재봉 최단 등로로 꼽을 수 있다. 특히 여름철 찾는 이가 많다.
3번 국도 상 용현면 신벽동 관광안내소(예전 검문소)에서 동쪽 아스팔트도로를 따라 덕곡저수지를 지나 백천저수지 위로 올라서면 백운동 마을에 닿는다. 백운동은 임진란 때 승병들이 왜적과 싸워 물리쳤다는 기록이 전하는 곳으로, 지금은 거대한 와불이 봉안돼 있는 백천사 관광지로 이름나 있다. 백운동에는 음식점과 민박을 겸한 업소들이 여럿 있다. 음식은 주로 산채와 닭, 염소를 이용한 것들이다.
백운동 마을을 지나면 아스팔트도로는 콘크리트도로로 바뀌고, 언덕으로 올라붙으면 갈림목이 나타난다. 승용차로 접근했을 경우 갈림목 못미처 백천송어가든 관광농원 부근의 널찍한 도로변에 세워놓아야 한다(민재봉 2.7km).
갈림목에서 오른쪽 길로 접어들어 200m쯤 오르면 임도는 골짜기 아래로 떨어지고 왼쪽으로 돌계단 길이 보인다. 이 돌계단 길로 들어서면 소나무 울창한 산길이 시작된다. 물줄기와 50여m 거리를 두고 완만하게 이어지는 산길은 너덜지대를 지나 골짜기가 오른쪽(민재봉 정상 방향)으로 휘도는 지점에서 급사면으로 곧장 백천재로 올라붙는다.
백천재(하늘먼당 4km, 봉수대 6.5km, 민재봉 1.3km, 백운마을 2.7km)에서 왼쪽 능선을 따르면 안점봉화대를 거쳐 용현면 신복리 3번 국도변의 용남중고등학교 앞으로 내려선다. 장거리 능선산행을 즐기는 등산인들이 즐겨 찾는 코스로 알려져 있다.
백천재에서 민재봉까지는 줄곧 가파른 오르막으로, 정상 직전 갈림목에서 왼쪽 길을 따르면 사남면 계양리 진분계 마을로 내려선다(약 2.5km·민재봉 0.2km). 민재봉에서 새섬바위로 이어지는 남서릉 일부 구간(민재봉~헬기장 약 500m)은 사천시가 조성한 철쭉나무군락지로, 매년 음력 사월초파일 즈음이면 만개한다.
노선버스가 닿는 백운동 마을에서 백천재~민재봉 산행은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식수는 백운 마을에서 구하는 것이 확실하다.
민재봉~기차바위~용두봉
장쾌한 남동릉 능선종주 코스
민재봉 남동릉은 아기자기하면서도 때묻지 않은 코스로 사천 산악인들이 꼽는 능선이다. 외가닥 능선으로 이어져 코스는 단조로우나 기차바위, 사자바위 등 조망이 뛰어나면서도 기이한 형상의 바위들이 심심찮게 이어져 산행의 묘미를 더해준다.
준족의 경우 상사바위에서 새섬바위, 민재봉을 거쳐 활공장이 있는 용두봉(253.5m)까지 뽑은 다음 좌룡동으로 내려서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기차바위 직전 안부에서 오른쪽 사면을 타고 청룡사로 내려가거나, 혹은 기차바위와 사자바위를 지나 내려서는 안부에서 덕룡사로 하산하는 이들이 많다. 와룡동 와룡 마을 위로는 노선버스가 다니지 않지만, 택시를 부를 경우 시내에 있는 택시라도 하산지점까지 10분 정도면 온다.
산행 중 크게 위험한 곳은 없으나 기차바위를 지나 두번째 바위인 사자바위 능선은 남쪽이 절벽을 이루고 있으니 사자바위 직전 우회로를 따르도록 한다. 민재봉~사자바위~덕룡사 코스는 1시간20분, 민재봉~사자바위~용두봉 코스는 2시간30분 정도 걸린다.
교통
전국 각 지역에서 고속버스가 수시로 운행하는 진주에서 삼천포 공용터미널행 완행버스를 타면 백천계곡 입구나 남양중학교 앞에서 내릴 수 있다. 완행버스는 진주 시외버스터미널(전화 055-741-6039)에서 5분 간격(05:50~22:50·심야버스는 23:00~24:00 3회 운행)으로 운행한다. 산행 기점까지 택시를 이용하려면 완행버스를 타고 백천계곡은 사천읍에서, 남양중학교나 와룡동은 삼천포 종합터미널에서 하차해서 갈아탄다.
삼천포 종합터미널 앞 시내버스정류장에서 백천계곡 백운동(06:48~21:34·1일 15회 운행·요금 780원)과 와룡동행(06:10~22:00·1일 7회 운행·와룡동 막차 21:30·요금 780원) 부산교통 시내버스가 다니고 있다(시내버스 문의 전화 055-832-1992, 사천시 교통관광과 852-0105).
삼천포 공용터미널(전화 055-832-8202~3)에서 서울행(07:50~18:20·1일 6회 운행·요금 17,100원)과 대전행(09:30~17:30·1일 3회 운행·요금 10,900원) 고속버스와, 부산행(06:20~19:00·1일 28회 운행·요금 9800원) 직행버스가 운행하고 있지만, 서울과 대전행은 많지 않아 휴일에는 예매해 놓지 않으면 차표를 구하기 어렵다.
서울은 서초동 남부터미널(전화 02-521-8550 ARS)에서 1일 4회(09:55~17:00), 대전 동부시외버스공용터미널(전화 042-624-4451~3 ARS)에서 1일 3회(09:30~17:30),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전화 051-322-8301~2 ARS)에서 삼천포행 버스가 출발한다.
서울 김포공항에서 사천행 대항한공·아시아나 비행기는 1일 8회(08:00~19:50) 운항한다.
사천시 또는 삼천포 공용터미널에서 택시를 이용할 경우 백천계곡 산행기점까지는 8,000원, 죽림동 갑룡사까지 4,000원, 와룡동까지는 2,000원 정도 한다. 간혹 1,000~2,000원의 웃돈을 요구하기도 하지만, 대개 미터기 요금을 그대로 받는다.
숙박
백천계곡 코스 기점인 백운동에는 백천사 신도나 방문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민박집과 식당이 있으나, 남양중학교나 와룡동을 기점으로 할 경우에는 삼천포항 부근이나 진주시의 숙박시설을 이용해야 한다. 백운동 황토민박 전화 055-835-9700, 소나무민박식당 834-3435.
사량도 지리산
섬 안에 우뚝 솟은 심산…능선종주가 대표 코스
사량면의 여러 섬 중 가장 큰 윗섬을 동서로 가로지른 산줄기 서쪽에 솟아 있는 지리산은 돈지(敦池) 마을과 내지(內池) 마을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하여 두 마을의 공통지명인 ‘지리(池里)’를 산 이름으로 삼았고, 이후 날씨 좋은 날이면 북서 방향으로 노고단에서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지리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여 ‘지리망산(智異望山)’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전한다. 요즘은 줄여서 지리산이라 부르고 있다.
토박이지명은 산 남쪽 바위벼랑이 새드레(사다리)를 세운 듯한 층애(層崖)를 이루고 있다 하여 ‘새드레’ 혹은 ‘새들산’으로 전한다.
대개 돈지에서 옥녀봉 방향으로 산행 시도
산행은 일반적으로 돈지에서 동쪽 방향으로 진행, 지리산과 불모산에 이어 험난한 암릉 구간인 옥녀봉 능선을 거쳐 금평리 면소재지인 진촌 마을로 내려선 다음 금평항에서 배를 타고 육지로 나가는 것으로 끝낸다.
금평리 면사무소 직원들은 옥녀봉에서 정상 방향으로 가면 절벽 구간에 설치된 철계단이나 나무사다리를 타고 오르기 쉬우니 금평리에서 돈지 방향으로 산행하기를 권하고 있지만, 돈지보다는 금평항에서 운항하는 선편이 더 많기 때문에 배를 놓칠 염려가 적은 금평항을 산행종착점으로 삼는다.
섬 서단에 위치한 돈지 마을은 500여 년 전 섬 동쪽 끝 마을인 진촌(鎭村)부락에 진(鎭)을 설치할 때 주민들이 다른 부락에 비해 부역을 많이 했다 하여 ‘고된 지게’라는 뜻에서 ‘덴지게’라 일컬어오다가 마을 앞 개(포구)가 못(池)처럼 생겨서, 혹은 마을 지형이 연못을 닮았다 하여 돈지라 불리게 되었다 전하는 마을이다.
포구에서 돈지초등학교쪽으로 오르다 학교 왼쪽 길로 들어선 다음 논을 가로지르다 급사면으로 올라서면 능선 안부에 이른다(지리산 돈지 1.6km, 지리산 1km 팻말). 이어 오른쪽(북쪽) 능선으로 접어들어 서서히 가팔라지다 급경사 나무계단길에 이어 바위 사면을 올라서면 산 아래로 푸른 바다가 펼쳐지고 바다 건너 고성화력발전소를 비롯, 사천시와 남해군 일원이 한눈에 들어온다(돈지 1.25km, 지리산 1.2km). 뒤로는 포물선을 그으며 부드럽게 휜 해안선을 배경으로 연못 형태의 해안에 자리잡은 돈지 마을이 그림처럼 내려다보인다.
이후 옥녀봉을 내려설 때까지 남해 금오산은 물론, 그 오른쪽으로 천왕봉에서 노고단까지 이어지는 지리산 주능선이 길동무해주면서 가슴 든든하게 해준다. 잡목숲을 빠져나가 급경사 바윗길로 접어들면 성벽 길을 따르는 기분이 들기 마련. 오른쪽으로는 바위절벽이 깎아지르고, 왼쪽으로는 숲을 등에 인 산줄기가 시퍼런 바다로 빠져들고 있다. 지리산~불모산~옥녀봉(玉女峰·261m) 능선과 아랫섬의 칠현산(七絃山·349m) 일곱 봉우리들이 겹쳐지면서 점점 더 깊은 산중으로 파고드는 듯하다.
급사면에 이어 완경사 능선길을 따르다보면 앞에 내리막 능선을 지나 우뚝 솟아오른 쌍봉이 보인다. 왼쪽 봉우리가 지리산 정상이다. 쌍봉에 다가서면 칼바위 암릉 갈림목이 나온다. 바윗길은 오른쪽 암봉 꼭대기로 올라가는 길로, 내리막 5m 구간이 절벽을 이루고 있어 조심해야 한다. 왼쪽 우회로를 따르면 곧장 지리산 정상에 올라선다.
지리산은 바다 건너 지리산이 잘 바라보인다 하여 ‘지리망산(智異望山)’이라 불리는 산이지만, 불모산으로 뻗은 능선 또한 인상적인 곳이다. 육산과 바위산의 진수를 모두 모아놓고 웅장함과 조밀함, 거칠면서도 아늑한 산세를 함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정상을 내려선 이후 잡목숲 능선이 이어지다 촛대봉을 넘어서면 오전 내내 친구 삼아 함께 걷던 돈지 마을이 사라져버리고 대신 윗섬과 아랫섬 사이의 바닷길이 열린다. ‘동강(桐江)’이란 이름을 지닌 섬 사이의 해협이다. 임진란 때 이순신 장군이 왜적을 상대로 전과를 올렸다는 동강은 산 위에서 볼 때는 실개천처럼 좁게 느껴지나 실제로는 폭이 무려 1.5km나 되고 길이는 8km에 이른다.
체력·담력 약한 사람은 옥동으로 빠져
촛대봉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을 따르면 성자암(聖慈庵)을 거쳐 옥동(1.3km)으로 내려서고, 왼쪽 길을 따르면 불모산 정상으로 향한다. 329m봉을 넘어 안부로 내려서면 또다시 갈림목을 만난다(지리산 0.6km, 내지 3km, 성자암 0.3km, 옥동 1.3km). 여기서 오른쪽 길로 10분쯤 가면 맑은 석간수가 나오는 성자암으로 내려선다. 산행 중 식수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곳으로, 체력이 약한 사람들은 암자 아래 옥동 마을로 내려서기도 한다. 옥동에서 금평항까지는 약 4km 거리다.
갈림지점을 지나 한동안 숲 우거진 완경사 능선을 따르다 보면 산길이 서서히 가팔라지다 갈림목(가마봉 1.3km, 옥녀봉 1.7km)을 지나면서 바위 능선으로 올라선다. 지리산 서릉과 달리 폭이 좁아 고도감이 더욱 느껴지는 암릉이다. 불모산 정상은 바위능선 꼭대기에 솟아 있다. 갈림목에서 오른쪽 길을 따르면 불모산 정상을 우회, 동사면의 급경사 바위 구간 중턱의 갈림목으로 이어진다.
‘달바위 400m’란 표석이 박혀 있는 이 산 정상이 사량도 최고봉으로, 나무가 없어 고려 때부터 ‘不毛’라는 한자명을 지니게 되었다 한다. 불모산 정상에 오르면 설악산 공룡릉을 옮겨놓은 듯한 가마봉(303m)~향봉~옥녀봉 암릉이 한눈에 든다. 둔덕 같은 첫번째 봉이 메주봉, 완경사 능선에 삐죽 튀어나온 봉이 톱바위(거두바위), 이어 가마봉, 그리고 탄금바위라고도 불리는 향봉, 그리고 옥녀봉 등 각각 독특하고도 웅장한 산세를 지니고 있다.
정상에서 안부로 내려서는 절벽 구간은 급경사를 이루고 있지만 바위턱과 홈이 길을 이어준다. 바윗길이 끝나면 우회로 갈림지점이 나타나지만 둘 다 평범해 어느 길을 택하든 무리가 없다.
바윗길에 이어 송림 우거진 능선으로 접어들면 곧 사거리 갈림목이 나온다(대항 1km, 옥동 1.2km, 지리산 2.1km, 가마봉 0.8km, 옥녀봉 1.2km). 체력이 약하거나 담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여기서 대항이나 옥동쪽으로 하산한다. 순환도로로 내려선 다음 도로를 따라 4km쯤 걸어가면 금평항에 닿는다.
메주봉 지나면서 스릴넘치는 암릉
안부를 지나 둔덕 같은 메주봉을 넘어서면 스릴 넘치는 옥녀봉 암릉 산행이 시작된다. 암릉산행 중 추락사고가 하도 자주 일어나 사량면에서 위험한 구간에 로프나 철계단 혹은 줄사다리를 설치해 놓았는데도 매년 두서너 명씩 목숨을 잃는 능선길이니 조심해야 한다.
칼날 같은 암릉을 타고 툭 튀어나온 톱니바위를 넘어서면 가마봉 오름길이 긴장케 한다. 20여m 길이의 로프를 붙잡고 올라서면 가마봉 정상으로, 가마처럼 생겼다는 봉이다. 가마봉 하산길 역시 벼랑이지만 철계단이 설치돼 있어 안전하게 내려갈 수 있다. 30계단은 경사가 완만하지만 이후 68계단은 70도에 이르는 급경사이니 특히 눈이 덮여 있거나 물기가 있을 때에는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회로·위험구간 갈림목 안내판(옥녀봉 0.2km, 금평 1km, 지리산 2.95km, 가마봉 0.5km)이 서 있는 안부 갈림목을 지나 바위턱에 올라서면 수직 벼랑이 우뚝 솟구친다. 거문고처럼 생겼다 하여 탄금대(彈琴臺)라 불리는 암봉이다. 멀리서 보면 암담하게 느껴지는 벼랑이지만, 고정로프와 바위턱을 잘 이용하면 생각보다 쉽게 오를 수 있다.
옥녀봉 능선에서 가장 공포감을 주는 구간은 탄금대 하산길. 예전에는 로프를 걸고 하강해야만 내려설 수 있는 10여m의 수직 절벽이다. 지금은 줄사다리가 걸려 있지만 담력이 약한 사람은 공포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벼랑이다. 따라서 노약자들은 보조자일로 확보한 상태에서 내려서는 게 안전하다.
절벽을 내려선 다음 산길은 암릉을 우회, 왼쪽 사면으로 이어진다. 역시 급경사 사면이지만 바위에 설치해놓은 손잡이 봉을 잘 이용하면 암릉 위로 올라설 수 있다. 능선 위로 올라서면 이제 험악한 길은 끝났으려니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마음놓기는 아직도 이르다. 능선 끝에 소나무숲을 인 옥녀봉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평범한 능선처럼 느껴지는 옥녀봉은 욕정에 눈먼 아버지를 피해 도망친 옥녀가 떨어져 죽었다는 슬픈 얘기가 전하는 봉우리다.
옥녀봉을 넘어서면 잠시 소나무 울창한 흙길이 이어지다 거대한 오버행 바위 아래 설치된 철계단 길이 나타난다. 이 79계단을 내려서면 옥녀봉 험로는 막을 내리고 고즈넉한 분위기의 소나무숲이 금평리 진촌 마을 도로까지 이어진다.
돈지에서 금평항까지는 약 8km 길이에 불과하지만, 옥녀봉 바위능선 구간에서 시간을 많이 뺏기기 때문에 5시간 정도 잡고 산행에 나서는 것이 확실하다. 따라서 돈지에서 오전 9시쯤 출발, 오후 2시쯤 하산을 마치고, 금평항에서 배를 기다리면서 점심 식사를 하는 것이 배를 놓칠 염려가 적다. 지리산~옥녀봉 산행에 나설 때는 20m 길이의 보조자일을 꼭 휴대하도록 한다.
교통(지역번호 055)
사량도행 여객선은 통영시 가오치 터미널과 통영항 터미널, 고성 일운면 입암리 맥전포, 사천시 삼천포항에서 출항한다. 면소재지가 위치한 금평항에서 산행기점인 돈지까지 가려면 마을버스나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마을버스 1인 1,600원.
통영 도산면 오륜리 가오치 도선장→사량도 금평=1일 6회(동절기는 5회) 운항하는 덕동 경유 사량호 이용. 하절기 07:00, 09:00, 11:00, 13:00, 15:00, 17:10 출항. 동절기 07:30, 09:30, 12:00, 14:00, 16:10 출항. 1시간 소요. 요금 편도 3,000원. 사량호 사무실 전화 642-6016, 가오치 터미널 647-0147, 금평항 643-7939.
통영항→사량도 금평 = 15:00 출항하는 금평행 2000사량호 이용. 금평에서는 08:30 출항. 1시간30분 소요, 요금 5,500원. 전화 642-6016.
삼천포항→사량도 = 1일 2회(06:40, 14:40) 운항하는 일신호 이용, 읍덕에서 돈지행 일신호로 갈아탄다. 1시간30분 소요. 요금 3,000원.
고성(일운면 입암 맥전포)→사량도 금평 = 07:30, 10:00, 13:00, 16:10 출항하는 다리호 이용. 30분 소요, 요금 2,200원. 전화 673-0529.
단, 일신호는 차를 배에 실을 수 없다. 금평항 여객선터미널 전화 641-8247~8.
사량도 산행시 인원이 많을 경우 여객선을 대절하는 것이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고 또한 산행기점인 돈지까지 곧바로 접근할 수 있어 편리하다. 삼천포유람선협회 소속 여객선이나 일신호는 돈지항에 내려주고, 하산기점인 대항에서 다시 손님을 싣는 조건으로 단체 40명까지 250,000원의 요금을 받고 있다. 추가 1인당 6,000원. 전화 835-0172~3.
숙박
사량도 면소재지인 금평항 부근에는 숙박업소와 식당이 여럿 있다. 문의 사량면사무소 전화 640-5507. 돈지포구의 우리횟집(전화 644-9331)과 사금횟집(642-7162) 등은 음식도 팔면서 민박도 치고 있다. 사량도 인터넷 홈페이지 www.saryangdo.com.
⊙지명 유래와 역사
사량도
만호진 설치했던 군사 요충지
사량면(蛇梁面)은 섬 사이의 해협인 동강(桐江)을 사이에 두고 윗섬(상도)과 아랫섬(하도)으로 나뉜 사량도와 수우도(樹牛島) 3개 유인도와 대섬(竹島)·농가도(弄珂島) 등 6개 무인도로 1개 면을 이루고 있다. 사량도의 이름은 윗섬과 아랫섬 사이의 해협이 구불구불한 데에서 유래했다고 전하다.
사량도의 옛 이름은 박도(樸島)로, 고려 때 박도구당소(樸島句當所)를 세우고 봄가을 관할 고성수령이 남해의 호국신에게 국태민안을 기원하는 망제(望祭)를 지냈고, 이후 조선 초 인접한 구랑량만호진(仇浪梁萬戶鎭)의 수군과 병선의 초계정박처가 되었다가, 섬에 영전(營田)을 일구어 병사들이 내왕하며 농사를 지은 것으로 사료에 기록돼 있다.
그러다 진영을 이 섬으로 옮겨 사량만호진(蛇梁萬戶鎭)이 설치되고, 성종 21년(1490년) 사량진성(蛇梁鎭城)을 축성, 비로소 진영의 위용을 갖추었다 한다. 이후 임진란 때 호남과 영남을 잇는 수군의 중요거점으로서 통영군창둔전(統營軍倉屯田)과 통영둔우(統營屯牛)의 방목처와 더불어 거북선 1척, 병선 1척, 사후선 2척에 216명 규모의 병력이 상주하며 해역을 지킨, 예로부터 군사적으로 중요한 섬이었다.
●삼천포 여행 길잡이
와룡산 산행 후 유람선 관광
또는 지리산 산행 후 해안도로 관광
사천 와룡산이든 사량도 지리산이든 산행을 마친 다음에는 사천시와 고성군 일원의 남해 절경지나 명소를 둘러보지 않으면 아쉬운 귀가길이 될 것이다. 특히 서울이나 강원 지역처럼 멀리서 찾았을 때는 더욱 그럴 것이다.
윈드서핑을 비롯한 여름 레포츠의 요람으로 불리는 사천과 고성 해안에는 명승지와 유적지가 산재해 있다. 고려 말부터 수군병영지로 활용되어 오다가 조선 순조 때(1820년경) 진주목 관할 73개 면민을 동원해 지금 형태의 둑을 쌓아 굴항을 축조해 대방진을 설치하고 전함 2척과 상비군 300여 명을 상주시켰다는 대방진굴항,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백제 때 산성과 망루를 쌓고 고려 때는 봉화대를 세운 각산, 거대한 코끼리가 물을 먹고 있는 듯한 절묘한 절경지인 코끼리바위, 남해 최고의 낙조 명승지로 일컬어지는 대방 낙조, 이외에도 노산공원·망산공원·진널전망대·모충공원 등 남해를 조망할 수 있는 공원도 여러 곳 있다.
사천공항 부근의 항공우주박물관은 청소년들을 위한 산 교육장이기도 하다. 또한 사천과 경계를 이룬 고성군 하일면 쌍족암 군립공원은 해안절경지이자 공룡화석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삼천포항 생선 경매장은 유적지 못지않게 인상적인 곳이다. 경매는 오전 5시, 7시, 10시30분 하루에 세 차례 열린다. 경매장 부근의 난전에서 싱싱한 생선을 싸게 맛볼 수도 있다. 주변에 건어물가게도 여럿 있다.
오는 4월23일 대방-창선 간 연륙교가 개통되면 진주시와 하동군을 거치지 않고 곧장 남해군으로 진입해 해안일주도로를 따르며 미조만, 상주 해수욕장, 금산, 호구산 군립공원 등 남해군 일원 명승지도 쉽게 둘러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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