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영화제의 하나인 칸 국제영화제에서 ‘밀양’의 열연으로 여우주연상을 탄 전도연은 하루아침에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배우로서의 전도연의 능력과 활약상은 수많은 영화를 통하여 일반 국민들도 잘 알고 있었지만 막상 권위 있는 칸영화제에서 여왕으로 인정받은 것은 모두가 축하할 일이다. 그가 ‘밀양’에서 보여준 연기는 극한으로 치닫는 삶의 불행을 실감 있게 표현한 것이 수상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필자는 아직 이 영화를 관람하지 못해 구체적인 평가는 삼갈 수밖에 없지만 전문가들의 논평으로만 봐도 그 열연의 정도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전도연의 수상은 20년 전 강수연이 베니스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후 3대영화제에서는 처음이라고 해서 매스컴의 요란한 추적을 받고 있다.
물론 그 사이에도 한류스타인 이영애 등은 다른 국제영화제에서 여럿이 주연상을 받은 바 있어 꼭 3대영화제만을 내세울 일은 아니지만 그 동안 한국영화가 보여준 저력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영화는 수십 년 동안 스크린쿼터라는 보호막 속에서 허리우드와 대항하여 자체 역량을 키워왔다. 근자에 스크린쿼터를 축소한다고 해서 많은 영화인들이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국민들의 큰 반응은 얻어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괴물 등 한국영화의 잇따른 대 흥행은 작품 여하에 따라서는 허리우드를 능가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보여줬다. 스크린쿼터 반대운동이 국민 속에 뿌리박지 못하고 연예계만의 이기주의라는 혹평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국민들이 연예계의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동조하지 않는 이유는 또 하나 있다. 그것은 매일처럼 터지는 연예인들의 스캔들에 식상한 바도 크지만 그보다는 엄청난 개런티에 놀라 자빠져서다. 조금 유명한 배우라고 하면 감독이나 시나리오 작가가 받는 보수의 수십 배를 초과하는 출연료를 받는다. 일당 몇 만원에 허덕이는 비정규직 노동자나 그날 벌어 그날 먹고사는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하늘처럼 높아만 보인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스크린쿼터냐 하는 비아냥을 귀로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국민의 심중에 남아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전도연이 받은 빛나는 여우주연상을 폄훼할 수는 없다. 그것은 순전히 한 영화인으로서 자신을 던진 연기의 덕분이며 나태하지 않고 자신을 가다듬은 노력의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경사를 맞이한 한국 영화계가 축전 분위기에 젖어 있을 때 이와는 대조적인 사건이 튀어나와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는 것은 가슴 쓰라린 일이다. 그것은 여재구라는 재연배우의 죽음이다. 재연배우란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을 당시 직접 촬영했던 것처럼 꾸며 실제상황처럼 보여주는 역을 전문적으로 맡아하는 배우를 부르는 용어다.
영화배우나 TV탈렌트가 되기 위해서 수많은 청소년들이 꿈을 안고 연기수업을 한다. 대학마다 연극 영화를 전공하는 학과가 있어 각 분야마다 넘쳐난다. 이들이 모두 연예계에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 다행히도 뽑히는 사람만 어느 선에 도달한다. 나머지는 잔심부름꾼이 되거나 혼자서 탈락하고 만다. 이들 중에서도 끈질기게 따라다니다 보면 어느덧 중견이 되어 좋은 배역을 얻어하는 수가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기를 바라며 입 벌리고 있는 격이다.
이번에 젊은 여재구 배우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는 정확히 알려진 것은 없는 듯하다. 그러나 마침 그의 사건과 똑같은 내용의 연극이 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대학로에서 상연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객이 몰려들고 있다.
‘성순표씨 일내겄네’다. 무명배우의 처절한 인생과 이루지 못한 꿈을 실감 있게 담아낸 작품이다. 작품 속의 주인공 성순표는 이번에 자살을 택한 여재구와 나이도 한 살 차이인 36세 노총각이다. 그도 재연배우다. 언젠가 제대로 된 배우 노릇 한번 해보겠다는 꿈을 가졌지만 결국 꼭두각시 같은 재연배우를 벗어나지 못한 채 배신감과 절망감에 사로잡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다.
순수한 청년의 절망스러운 몸부림 앞에 배우와 관객 모두가 눈물을 흘린다. 이 희곡을 쓴 작가 김나영은 이미 10년 전에 신춘문예로 등장한 이 작품의 내용과 너무나 일치한 실제 사건이 일어난 데 대하여 “이상만 좇다가 자아를 잃어버리면 우울증에 빠질 수 있으며 자살한 이도 고민이 컸을 것”이라면서 안타까운 심정을 피력했다.
화려하기만 한 연예계의 뒷골목은 언제나 삶의 비통과 한탄이 함께 할 수 있음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명암이 엇갈린 한국의 연예계가 이를 계기로 양극화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연예문화를 총괄하는 문화담당 부처에서는 음지의 연예인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하고 싶다.
첫댓글 자살하기 전 주위 누군가가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 주었더라면 ㅠ.......
사람들은 누군가 자살을하면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애통해 한다. 그리고 끝이다 잊어버린다 하지만 그사람의 죽음을 안타까워 한다면 또다시 그런 안타까운 죽음이 재발 하지않토록 돌아 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