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삼척 원전 주민설명회

[松谷 조덕현]

허술한 삼척 원전 주민설명회

입력일 :2012. 05. 25.

시의회, 주민투표 약속도 안 지켜

강원도 삼척의 핵발전소 신규부지 지정을 알리기 위한 주민설명회가 찬성 측 주민들만을 동원한 반쪽 설명회였다고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삼척핵반투위)가 밝혔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지식경제부는 오늘 오전 삼척문화예술회관에서 원전 신규부지 지정에 관한 사전환경성영향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핵발전소 유치를 반대하는 삼척 주민 이 젤뚜르다는 오늘 <가톨릭뉴스>에 “설명회를 어떻게 하나 들어가 봤더니 모인 사람들 모두가 7, 80대 노인 분들이었다. 한수원 측에서 핵발전소가 건설되면 전기세를 50퍼센트 절감할 수 있게 된다고 하자 참석자들은 박수를 쳤다. 질문과 대답이 마치 미리 짜여 있는 듯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듣다 보다 못해 내가 ‘자식들에게 핵무덤을 물려줄 거냐?’고 묻자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며, “오히려 왜 그런 질문을 하느냐고 나를 다그쳤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설명회에 온 김계자 할머니는 <가톨릭뉴스>에 “이장이 오라고 해 왔다”며, “돈 많이 주면 찬성하고 적게 주면 반대한다”고 말했다.

설명회에 앞서 삼척 핵반투위를 포함한 반대 측 주민 300여 명은 인간 띠를 형성해 설명회를 막아섰다. 이들은 지난 4월 27일, 근덕면복지회관에서 열린 주민설명회를 막아낸 바 있다.

그러자 경찰 4개 중대가 배치됐고 이 과정에서 반대 측 주민들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한편, 이 자리에는 20여 명의 강원대학교 학생들이 와 삼척 원전 유치 피켓을 들고 캠페인을 벌였다.

신분을 밝히기 꺼린 한 학생은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왔다”고 말했으나 반대 측은 “김대수 삼척시장을 비롯한 삼척시 원자력산업유치회가 이들을 매수해 원전 유치 홍보에 동원한 것”이라며 “설명회에 온 노인들부터 학생들까지 모두 원전 유치 찬성을 위해 동원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삼척핵반투위 공동대표 박홍표 신부(바오로, 삼척 도계본당)는 “찬성하는 주민들만 모아놓고 하는 설명회는 원천무효”라며, “삼척시 의회는 주민투표를 발의해 정당하게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삼척시 원자력산업유치회 이연우 대표는 “원전 유치에 관한 주민들의 알 권리도 중요하다”며, “원전 유치는 대한민국과 삼척의 경제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대 측 주민들, 삼척시의회에 주민투표 실시 요구

주민설명회 저지 노력이 무산되자 반대 측 주민들은 삼척시의회로 가 주민투표 약속을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오늘 삼척시의회는 임시회를 열어 주민투표 발의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김상찬 시의회 의장을 포함한 의원들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이에 삼척핵반투위는 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즉각 임시회를 소집해 주민투표 실시안을 발의하라”고 요구했다. 기자회견이 끝나자 이들은 시의회를 향해 계란을 던졌다.

삼척시의회는 지난 2010년 12월, 핵발전소유치 동의안을 가결시키면서 삼척 주민들에게 이에 대한 주민투표를 발의할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By 원승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