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법원의 원고패소 판결에 대한 생각은 이렇다. 기대했던 결론은 아니지만 오히려 오콘이 원저작자임을 분명히 하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우리는 처음부터 이 캐릭터에 대한 창작자가 누구인가를 밝히는 데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저작권이 양측에 있다고 해도 우리의 역할은 명명백백한 창작이었음이 확실해졌다.
자칫하면 집안싸움으로 비춰져 뽀로로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소송을 한 것은 아이코닉스 측이 자꾸 창작자(오콘)를 배제한 채 뽀로로를 자신들만의 성과인 양 떠벌렸기 때문이다. 매스컴에 노출되면서도 우리의 이야기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뽀로로가 인기를 얻을수록 아이코닉스만 부각되니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자녀들도 상처를 많이 받았다. 한번은 아들이 학교에서 넌 김씨인데 너희 아버지는 왜 최씨냐는 말을 들은 일도 있었다(아이코닉스의 대표는 최종일입니다 - 대조영 주). 은행에 대출을 받으러 갔는데 원권 증명서를 떼어 오랬다. 월트 디즈니에게 미키마우스를 그렸다는 증명서를 가져오라는 거나 마찬가지다. 2011년 최종일 대표의 MBC <무릎팍 도사> 출연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제작자들끼리 공동으로 출연하자고 제안했지만 이를 아이코닉스 측이 거절했다. 그 때 소송이 시작됐다.
충분히 소명됐다면 항소할 이유도 없겠지만, 사실 우리는 아이코닉스 측의 기여를 부정할 의도는 없다. 다만 끝까지 완전한 판정을 받지 않으면 이 세상 모든 캐릭터는 모두 '공동 저작'’이 되겠구나 생각하니 도의적인 책임감 같은 게 생겼다. 음지에서 열심히 땀 흘리는 수많은 창작자들의 인격을 위해서라도 이번 판결을 확실히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
소송 후 주변으로부터는 나쁘게 보는 시선보다는 따뜻한 격려를 많이 받았다. 많은 이들이 정의를 위해 침묵하는 것이 비겁한 짓이라는 우리 생각에 동의해주신 것 같다. 실제 소송이 진행된 지난 2년간 회사도 더 성장했다.
원문읽기 : http://magazine.hankyung.com/money/apps/news?popup=0&nid=02&c1=2003&nkey=2013072300098071882&mode=sub_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