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위대의 공기부양정이 지난 5월 31일 미 캘리포니아 해병대 기지의 레드 비치에서 상륙훈련을 하고 있다. 일 자위대는 당시 미국이 주도한 다국적 상륙훈련인 돈 블리츠(Dawn Blitz) 2013 훈련에 참가했다. 미 국방부 제공 일본의 해병대 창설은 그 자체만으로도 주변국의 우려를 사고 있지만, 내용에서도 공격적 재무장을 확연히 드러내고 있다. 자위대가 당장 도입하는 수륙양용장갑차는 전쟁사에서도 공격용 무기로 확인된다. 그리고 공격부대인 해병대의 창설은 상당 기간에 걸친 치밀한 노력 끝에 이뤄진 것이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 심각성을 더한다. 내년에 준비부대 발족할 예정 일본의 해병대 창설 움직임은 이제 속도를 더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의 보도를 보면, 일본 방위성은 자위대에 해병대를 설치하기 위해 내년에 준비부대를 발족할 예정이다. 전수방위를 목적으로 한다는 자위대가 공격 부대인 해병대의 보유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해병대는 유사시 상륙작전 등을 통해 원거리 중요지점을 공격하며, 사격과 기동으로 적에 육박해 격파하는 부대다. 참고로 같은 2차 대전 전범국가인 독일은 해병대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일본 해병대의 공격성은 명칭에서만 유래하는 것이 아니다. 일본은 해병대 보유 무기로 수륙양용장갑차를 당연시하고 있다. 수륙양용장갑차는 과거 해상에서 출항해 육상의 적을 격파하는 용도로 사용되었지만, 이제는 상륙 이후에도 기동전으로 육상의 적과 교전하는 장비로 그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수륙양용장갑차는 원래 미국이 2차대전 당시 태평양에 진주한 일본군을 공격하기 위해 고안한 장비다. 태평양의 섬들은 넓은 간격으로 분포돼 다음 전투해역이 쉽게 예견되는 데다가 상륙할 수 있는 해안선마저 짧아 상륙 지점마저 예측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상륙지점을 기만하는 작전이 어려운 까닭에 일본군에 돌진해 일전을 각오해야 하는 강습상륙이 불가피했다. 미군은 일본과의 전쟁을 앞두고 늪지대와 해변을 오가며 구조활동을 벌이는 민간 수륙양용 트랙터 ‘앨리게이터’를 군용으로 개조한 장갑궤도상륙차(LVT)를 개발했다. 원거리 공격 수륙양용장갑차 도입 미군은 1943년 11월 타라와 환초에서 벌어진 본격적인 상륙작전에 장갑궤도상륙차를 처음으로 투입했다. 과거 상륙작전에 이용된 소형 함정은 스크루로 항해하기 때문에 해안 부근에 접근하더라도 산호초 등에 좌초하거나 얕은 수심으로 항진할 수 없었다. 이때 배에서 내려 물결을 헤치며 나가야 하는 상륙군은 행동이 자유롭지 못해 해안 저지 군의 표적이 돼 수많은 희생을 각오해야 했다. 타라와 전투에 투입된 장갑궤도상륙차 125대 가운데 80~90대가 행동불능에 빠질 정도로 격렬한 전투였지만, 미군은 상륙작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후 상륙작전에서는 장갑궤도상륙차가 반드시 참가하고 있다. 일본은 저돌적인 무기인 수륙양용장갑차의 도입을 적어도 올해 해병대 창설에 대한 논의 이전부터 구체화한 상태다. 일본 군사잡지 ‘군사연구’에 따르면, 일본은 올해 미군이 운용하는 최고 성능의 수륙양용장갑차(AAV7P7A1 RAM/RS)를 작전운용 평가 목적으로 4대 들여오기로 확정한 상태다. 일본은 앞으로 30~40대 정도의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수륙양용장갑차의 도입을 기정사실로 한 뒤인 지난 5월 말에야 집권 자민당은 해병대 창설 논의를 공개적으로 내놓았다. 이어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이 이에 화답하면서 해병대 창설 분위기는 굳어지고 있다. 해병대 창설과 관련해 주목받는 부대는 일본 육상자위대 서부방면대의 제51보통과 연대다. 보통과는 육상자위대에서 보병을 일컫지만, 이 부대는 훈련으로 완전 무장 상태에서 수상활동, 보트 조종훈련, 헬기 레펠 훈련 등을 받고 있으며, 올봄에는 레인저 자격 교육이 행해져 사실상 특수부대에 버금간다. 또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와 아이언 피스트 훈련 등을 통해 얻은 교훈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장기적 포석으로 헬기부대 강화 오늘날 해병대는 상륙작전을 강화해 헬기를 이용해 적진을 강습하는 초수평선 작전도 활발한 논의 대상이다. 오키나와에 있는 제101비행대는 제15비행대를 거쳐 올해 3월에 제15헬리콥터대로 개편됐다. 개편 과정에서 이 부대는 크게 확대됐다. 종래 부대장은 2등육좌(중령)였지만, 지금은 1등육좌(대령)로 상향 조정됐고, 헬리콥터 CH-47JA 4대, UH-60JA 4대, 경수송기 LR-2 2대가 배치돼 있다. 제15헬리콥터대는 본부 참모조직과 제1, 2항공대를 거느리고 있으며, 이런 편성은 공중기동여단으로 불리는 동부방면대 예하의 헬리콥터대와 동일하다고 일본 잡지는 분석하고 있다. 일본은 장기적 포석으로 헬기부대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 점 또한 해병대 창설을 오랫동안 준비한 증거다. 일본은 이제 오스미급 수송함을 개조해 수륙양용장갑차와 미 수직 이착륙 수송기인 오스프리를 탑재할 수 있도록 한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하고 있다. 수송함이 강력한 강습상륙함으로 바뀌는 것이다. 일본 해병대의 장래 규모가 놀랍지만, 수송함을 제작할 당시에도 이를 염두에 뒀다고 할 수 있다. <김성걸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정치학 박사 > 주목할 ‘적 기지 공격론’ 日 자국 방어 위해 敵 선제타격 견지- “평화헌법 정신 어긋난다” 주장도 일본 자위대의 재무장과 관련해 적 기지 공격론도 주목받고 있다. 일본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은 적국의 기지를 선제타격할 수 있으며, 자위대가 장거리 타격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 주된 주장이다. 주로 중국과 북한의 미사일 기지를 의중에 두고 있다. 일본의 평화헌법 정신과 어긋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일본 현 내각은 적 기지 공격에 대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적 기지 공격능력 보유에 대해 “매우 중요한 사안이니만큼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방위상도 “적 기지 공격능력 보유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나 여러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거들고 있다. 아베 내각의 이런 강경한 자세는 일본이 직면하고 있는 국가 안보환경이 심각하다는 인식과 맞물려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의 방위성은 ▲적 기지 공격능력의 획득 ▲자위대의 해병대 기능 강화 ▲원거리 섬까지 이어지는 넓은 지역에 대한 정찰 향상을 대응 목표로 삼고 있다. 그렇지만 아베 내각의 이런 태도는 이전의 일본 내각과도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2006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자민당 정권에서 규마 후미오 당시 방위상은 적 기지 공격 능력의 강화에 대해 시기상조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그는 자위대의 역할에 대해 방어에 집중해야 하며, 외부 위협에 대해서는 미·일 안보조약에 의해 보호를 받고 있다고 덧붙이고 있다. 미국의 보수적 신문인 월스트리트저널도 최근 “그동안 일본 자위대의 ‘자위’ 역할은 평화헌법에 따라 엄격하게 제한돼 왔지만, 선제공격 채택은 이전의 자위 기능을 엄청나게 바꿔놓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국방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