芙蓉峯[부용봉]
-高峰 奇大升-
山形非必似花形。
深秀猶堪當美名。
更有幽人葆馨德。
一般佳趣類天成。
余旣爲此詩。欲以呈稟先生未敢。遽寫諸帖。懶慢因循。
忽遭山頹之慟。撫玩遺帖。益增悲惋。今適入都。
見金君。相與道舊摧咽。遂出此帖。書以歸之。
抑鄙言雖淺。而亦有意思。如使九原可作。先生必以爲相悉者矣。
嗚呼悕矣。壬申五月日。奇大升書于漢城終南之寓舍
산 형체 꼭 꽃 모양 같지는 못하지만 / 山形非必似花形
깊고 빼어남 미명을 받을 만하구나 / 深秀猶堪當美名
다시 그윽한 사람 향기로운 덕 자욱하니 / 更有幽人葆馨德
한결같이 아름다운 취미 천연 같구나 / 一般佳趣類天成
내가 이 시를 짓고 나서 선생께 올리려 했으나 그렇게 하지 못했다.
문득 첩(帖)에 써 둔 채 게으르게 머뭇머뭇 있다가 갑자기
산이 무너지는 아픔을 만났다. 유첩(遺帖)을 어루만지며
더욱 슬퍼하였는데, 지금 서울에 와서 김군(金君)을 만나 보고
서로 옛일을 이야기하며 오열하고 드디어 이 시첩을 꺼내어 써서 주었다.
비루한 말이 비록 천근하지만 또한 생각은 있는 것이니
만약 지하에서 일어나신다면 선생께서 반드시 마음을 잘 알았다고 하실 것이다.
아! 슬프도다. 임신년(1572, 선조5)
5월 어느 날에 기대승(奇大升)은 한성(漢城) 종남산(終南山) 우사(寓舍)에서 쓰다.
ⓒ 한국고전번역원 | 장순범 이성우 (공역) | 2007
高峯先生續集卷之一 / 存齋謾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