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굽(이집트)의 군대가 남왕국 유다를 돕기 위해 예루살렘을 향해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바벨론 군대는 예루살렘을 포위하고 있다가 애굽의 군대를 저지하기 위해 예루살렘 성의 포위를 잠시 풀고 떠났습니다(11절). 바벨론 군대가 예루살렘 성의 포위를 풀고 애굽 군대와 싸우기 위해 예루살렘 성을 떠났던 기간은 대략 3개월 정도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예루살렘을 에워싸고 있던 바벨론 군대가 떠나자 예루살렘 사람들도 성 밖으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예레미야도 자기 고향인 베냐민 땅의 아나돗(Anathoth)으로 가기 위해 예루살렘을 떠나려고 했습니다(12절). 아마도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땅의 여러 가지 처리할 일을 위해 떠나려고 한 것이 아닌가 추정됩니다.
베냐민 문(Benjamin Gate)이란 예루살렘 성전의 여러 문 중 하나로 예루살렘 북쪽에 있는 문으로 베냐민 지파의 땅으로 가려면 이 문을 통과해야 합니다. 그래서 베냐민을 통과하여 예루살렘 성에서 나가려고 하는데, 베냐민 문을 지키는 문지기들의 우두머리인 이리야(Irijah)가 예레미야를 붙잡고 나가지 못하게 합니다(13절). 그 이유는 예레미야가 갈대아인(바벨론 사람들)에게 항복하려고 예루살렘 성에서 나가려고 한다고 오해한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예레미야는 지금까지 계속 유다 왕국은 바벨론에게 멸망하게 될 것이라고 예언하며, 바벨론에게 항복하라고 전했고, 유다 백성이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었기 때문에 예레미야를 매국노(賣國奴)로 오해한 것입니다. 예레미야도 유다 왕국을 사랑했고, 유다 왕국이 바벨론에 멸망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는 사람이었지만, 유다 왕국의 멸망과 바벨론 포로에 대한 것들은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내용이기에 어쩔 수 없이 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인데, 사람들은 예레미야를 바벨론 편에 서서 말하는 자로 오해한 것입니다.
예레미야는 그렇지 않다고 항변했지만, 이리야는 예레미야를 체포하여 고관들에게 끌고 갔고(14절), 고관들도 예레미야를 바벨론 편에 선 매국노로 여겨 때려서 서기관 요나단의 집에 가두었습니다(15절). 그 당시 종종 고관들의 집의 한 방이나 지하 창고 등을 감옥처럼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16절을 볼 때 아마 웅덩이를 파서 위에 덮개를 덮은 형태의 창고와 같은 곳에 예레미야를 가둔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 날이 지나 시드기야 왕은 예레미야를 불러서 하나님께서 하신 말씀이 있는지 비밀히 묻습니다(17절). 예레미야가 전하는 하나님의 말씀을 탐탁지 않게 여기면서도 예레미야를 선지자로 인정하는 태도를 보인 것입니다. 예레미야는 시드기야 왕이 바벨론의 왕의 손에 넘겨지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17절). 예레미야는 시드기야의 기분을 맞춰주면서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않고, 끝까지 하나님께서 하신 말씀 그대로 전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예레미야는 자기의 무죄를 주장하면서(18절), 바벨론이 유다 왕국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언했던 선지자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이냐며 예레미야가 전했던 예언대로 이뤄지고 있는 현실에 대해 직시(直視)하라고 시드기야 왕에게 이야기합니다(19절). 아무리 듣기 싫은 소리라고 해도 진실의 말을 들어야 합니다.
예레미야는 자기를 서기관 요나단의 집으로 돌려보내지 말라고 시드기야 왕에게 요청합니다(20절). 요나단의 집에 있는 웅덩이에 다시 갇히게 되면 누구도 돌아보지 않아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것입니다. 물론 예레미야가 죽음을 두려워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죄도 없는 자신이 억울하게 열악한 환경에 갇혀서 의미 없는 죽는 것에 대해 항변한 것입니다. 그래서 시드기야 왕은 예레미야를 왕궁 안에 있는 시위대 뜰에 가두고 예루살렘 성 안에 양식이 모두 떨어질 때까지 매일 빵 한 덩이씩을 주어 최소한의 생활을 하게 하였습니다(21절).
진실을 말하는 자가 오히려 오해를 사게 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권모(權謀)와 술수(術數)가 횡행(橫行)할수록 진실은 오해를 사게 되어 있습니다. 진짜 진실을 감추어지고, 오히려 모략이나 꼼수가 진실인 것처럼 행세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악(惡)이 정의(正義)나 공의(公義)인 것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진리를 말할 수 있는 자들이 되어야 합니다. 억울한 일을 당하여도 진실을 말하고, 진리를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주님, 어떠한 상황에서도 진실과 진리를 전하게 하소서. (안창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