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앞마당에 동백나무 한 그루
남편이 시장에서 사오신 동백나무
심은 지 2년이 되던 해 먼 세상으로 가버렸다
그 동백나무는 무럭무럭 잘 자랐고
그 이듬해부터 해마다 꽃이
탐스럽게 피어 내가 아침마다
쓰다듬으며 칭찬도 했다
지난겨울이 얼마나 추웠는지
잎이 얼어버렸다
그것을 본 내 마음은
남편을 두 번 잃은 것 같았다
다음해 끝순에서 새싹이 돋아나
얼마나 반가웠는지 눈물이 났다
남편이 선물한 나무 한 그루가
나에게는 아주 소중한 보물이다
― 조매현, 〈나의 보물, 동백나무 한 그루〉
비가 오는 어느 날, 아내가 방에 누워 어머니에게 시를 읽어드리고 있었습니다. 아내가 “길가에 풀꽃 하나만 봐도/ 그대와 이어지던 날들과”를 읽을 때 어머니가 그러셨어요.
“가만, 가만. 거기가 좋다이. 내 이야기다. 네 시아버지 돌아가시고 나서 강 건너 밭가의 감나무만 봐도 나는 네 시아버지가 생각나 밭가에 주저앉아 울곤 했단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아버지와 살아온 이야기를 하셨지요. 마루 끝에 앉아 그 이야기를 엿듣고 있던 저는 가만가만 강으로 걸어갔습니다. 사무쳐오는 그리움들이 우리 가슴속에서 숨을 쉬고 있습니다. 이 시는 그런 시입니다. < ‘엄마의 꽃시, 100명의 어머니가 쓰고 김용택이 엮다(김용택, 마음서재, 2018)’에서 옮겨 적음. (2019.10.10. 화룡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