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벌써 완연하네요. 실은 어제밤엔 눈도 살짝 날렸답니다.
음악을 넣어두는 외장하드디스크를 정리하다가 우연히 백창우라는 이가 만든 '겨울새'라는 곡을 들었습니다. 노래는 안치환이 불렀지요. 김광석의 유작인 '가객'(잘 알려지지 않은 앨범입니다만)이라는 앨범에 실려있는데요, 인터넷을 좀 찾아보니, 김광석의 추모곡일거라는 제 예상과는 달리 김정호라는, 또다른 요절한 가수의 추모곡이더군요.
이 백창우라는 이는 노래운동도 하지만, 시도 쓰는 시인이지요. 그의 시 몇 개를 좋아해서 프린트해서 책상머리에 붙여놓기도 했었지요. 암튼 겨울새라는 노래의 가사 덕에 또 멜랑꼴리해져서 이리저리 인터넷을 뒤졌습니다. 이이가 만들어낸 노래마을이라는 음반시리즈의 수록곡 목록을 보다가... "마지막 몸짓을 나누자"라는 제목을 보고 말았습니다...
(시계바늘이 과거로 휙휙 돌아갑니다)
deca가 첨 기타를 본 것은 중학교 1학년 때였지요. 친한 1년 위 선배 하나가 역시 기타를 좋아했는데, 나중엔 틈만 나면 이 형네 집에 놀러가서 살았었지요. 그래서 중학교 졸업할 무렵엔 그 형에게서 전수받을 수 있는 건 다 전수받았었고요^^ ("얼굴 찌뿌리지 말아요"라는, 비교적 잘 나갔던^^ 노래를 나중에 이 형이 만들었지요. 물론(?) 작자미상으로 알려져 있지만요)
전혀 다른 인연으로 중학교 3학년때부터 노래모임을 하게 됩니다. 한두살 많은 형, 누나, 그리고 동기 너댓명... 가장 많을 적엔 거의 열 명까지 되었었던 것 같네요. 그 3,4년이 제게 참 소중한 시간이었지요.
대학에 들어오면서 저는 기타랑 좀 멀어지고... 암튼 그 와중에서도 그 시절에 불렀던 곡들을 다른 이의 목소리로 듣는 것은... 참 묘한 느낌이더군요. 그 때 연습했던 대부분의 곡들이 이미 잘 알려진 곡들이긴 했지만, 형, 누나들이 가지고 온, 손으로 그려진 악보만 가지고 연습했던 노래들도 있었거든요.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이 "마지막 몸짓을 나누자"이고요.
당시 남자애들은 이 노랠 별로 안좋아했었던 걸로 기억해요. 가사가 간지러웠던가요? 암튼 그 덕에 여자아이들만 이 노래를 부르기로 했었는데, 누군가 기타반주는 해야하니 저는 자연스럽게 머리속에 남았던 모양입니다.
하아... 인터넷 뒤져서 찾아낸 이 노래, 벌써 몇시간째 듣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그 시절, 이리저리 연습할 장소 찾아다니면서, 추운 겨울엔 손 불어가면서, 그렇게 불렀던 노래들... 그 친구들... 그리고 그 마음들... 참 그리워지네요
근데 따져보니 벌써 20여년전 이야기라는 사실에... ㅠ.ㅠ 그 친구들, 형, 누나들 뭐하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플레이버튼을 누르세요)
=================================================== 노래마을(1986) 중,
마지막 몸짓을 나누자
비오는 밤 창가에 켜 둔 촛불의 떨림처럼 오늘 너의 웃음이 흔들리고 있구나 고장나버린 시계 옆의 못난이 인형처럼 오늘 너의 웃음이 무척이나 서툴구나 우리들의 슬픈 예감처럼 헤어짐은 가까이왔고 저녁이 내리는 거리엔 불빛 몇 개 밝혀진다 그래, 이제 우리는 멜라니의 노래를 듣자 그 아득한 물결 속에서 마지막 몸짓을 나누자
어느 새벽 네가 들려준 릴케의 시처럼 오늘 너의 눈 속 깊이 고독이 고였구나 떠돌이 곡마단의 난장이 삐에로처럼 오늘 너의 눈 속 깊이 바람 하나 부는구나 우리들은 이미 알고 있지만 헤어짐은 너무나 아파 안녕, 그 한마디를 끝내 접어두는구나 그래, 이제 우리는 멜라니의 노래를 듣자 그 아득한 물결 속에서 마지막 몸짓을 나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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