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로 진화한 기아 쏘울은 둥글고 부드럽던 앞선 세대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강인해졌다. 눈에 띄는 인상뿐만이 아니다. 200마력이 넘는 터보 엔진에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더해 주행성능을 한껏 끌어올렸다. 그리고 그 강력한 기운은 쏘울 EV에 그대로 이어졌다.
신형 쏘울 EV는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40.3kg·m를 발휘한다. 내연기관 쏘울과 최고출력은 동일하지만 최대토크가 13.3kg·m 더 높다. 사상 최강 쏘울이 탄생했다. 가속은 빠르고 맹렬하다. 모터가 구동하자마자 최대토크를 뿜어내는 덕분이다. 다만, 가솔린 모델보다 345kg 무겁다.
기운 센 쏘울 EV이지만 가솔린 모델에 비해 인상은 더 곱다. 크롬 장식으로 화려하게 꾸몄던 라디에이터 그릴부터 단정해졌다. 그 주변에 이리저리 잡혀 있던 주름도 반듯하게 펼쳤다. 뒷범퍼도 부드러워졌다. 가운데로 모은 두 개의 커다란 배기구와 디퓨저를 모두 없애고 말끔하게 다듬었다. 반사경 위치도 양쪽 바깥으로 더 끄집어내 아래로 내렸다. 화려하고 독특한 램프 때문에 여전히 요란해 보이지만 가솔린 모델과 비교하면 앞뒤 모두 상당히 차분해졌다.
실내도 큰 차이는 없다. 다만 변속기와 핸드브레이크 레버가 사라진 건 확연히 눈에 띈다. 변속기는 다이얼 방식으로, 주차브레이크는 전자식으로 교체됐다. 이런 건 분명 업그레이드다. 계기반도 완전한 디지털 방식이다. 다만 하나의 디스플레이는 아니다. 가운데 7인치 컬러 LCD가 들어가고 양쪽으로 모노 LCD를 더했다.
센터페시아 상단에 들어간 10.25인치 디스플레이에는 전기차 특화 기능이 다양하게 들어갔다. 달리는 도중에도 주변 전기차 충전소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알려준다. 더불어 현재 충전은 가능한지, 다른 차가 충전 중인지, 충전기가 고장인지도 즉시 확인할 수 있다. 그 밖에 목표 충전량을 설정하면 충전 상황에 맞게 충전 시간과 충전량을 관리할 수 있다. UVO 서비스를 이용하면 출발 시간과 목표 충전량은 물론 저렴한 충전 시간대까지 고려해 예약 충전을 진행할 수 있다.
쏘울에 들어간 배터리 용량은 64kWh다. 급속충전기를 이용하면 54분 만에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복합 기준 주행가능거리는 386km다. 크기와 제원 등이 여러모로 비슷한 쉐보레 볼트 EV와 비교하면 배터리 용량은 4kWh 높고 주행가능거리는 3km 길다.
주행성능 역시 막상막하다. 가속성능은 쏘울이 공식 자료가 없어 수치로 비교하긴 어렵다. 다만 코너를 돌아나가는 느낌은 쏘울이 약간 더 낫다. 볼트보다 무게중심이 더 낮은 느낌이다. 뒤쪽 서스펜션은 쏘울이 멀티링크, 볼트가 토션빔이다. 이 영향도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타이어다. 볼트에 들어간 미쉐린 에너지 세이버는 접지 한계가 너무 낮다. 속도를 조금만 높여도 비명을 지르며 미끄러진다. 쏘울은 넥센 엔프리즈다. 너비는 215로 같지만 편평비는 볼트보다 조금 더 큰 55다. 바닥을 진득하게 붙잡고 승차감도 낫다. 서스펜션과 타이어가 함께 조화를 이루며 나타내는 결과이지만 두 차의 방향성까지도 엿보이는 세팅이다. 볼트는 대폭 향상된 주행가능거리를 제공한 세계 최초의 대중형 EV로서의 성과에 더욱 집중한 모습이다. 쏘울 EV는 이미 구현 가능한 상태로 올라온 볼트 수준의 전기차 기술을 좀 더 원숙하게 손질한 느낌이다.
후발주자인 쏘울 EV가 더 많은 걸 갖춘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만큼 비싸다. 쏘울은 기본 가격도 높은데, 모든 옵션을 다 선택하면 373만원이 추가된다. 화려한 외모만큼이나 옵션도 다양하다. 눈에 띄는 건 슬림 패키지다. 주행가능거리 250km로 배터리 사양을 낮추는 대신 가격도 344만원 저렴해지는 마이너스 옵션이다. 일단 구색은 다양하게 갖췄다.
글_고정식 사진_박남규
기아 쏘울 부스터 EV 기본 가격 4630만원 레이아웃 앞 모터, FWD, 5인승, 5도어, 해치백 모터 영구자석 AC, 204마력, 40.3kg·m 변속기 1단 자동 배터리 용량 64kWh 충전 규격 DC 콤보 공차중량 1696kg 휠베이스 2600mm 길이×너비×높이 4195×1800×1605mm 주행가능거리 386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