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 도서관을 가보면 많은 학생들이 공무원 시험의 수험서를 펴놓고 공부에 열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학원가에선 공무원 시험대비반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이미 졸업한 학생들 중에서도 취업에 나서지 않고 고시 등의 시험을 준비하는 숫자가 사상 최대라고 하니 과연 공무원 열풍이라고 할만하다.
대학생들이 고시 등 공무원시험을 선호해 온 것은 한두 해의 일이 아니다. 비교적 낮은 업무부담과 연금혜택, 그리고 가장 매력적인 점으로 꼽히는 정년보장 등 공무원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너도나도 공무원시험에 매달리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얼마 전 교육부의 발표에 따르면 서울대 등 일부 명문대의 취업률이 고시준비 탓에 현저히 낮아진 것으로 발표되었다. 특징적인 것은 지금 대학가에서 공무원시험을 준비 중인 수험생들 중에 자신의 전공과는 상관없는 직종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이다. 주로 합격률이 높거나 합격 후 처우가 좋은 직종으로 학생들이 몰려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선택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인만큼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처럼 자신이 선택했고 공부한 대학의 전공과는 무관한 직종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많은 현상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그것은 대학에서 공부한 전문성이 사회를 위해 쓰여지지 않고 사장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고등학교까지 공통과목을 공부한 학생들은 전공별로 대학에 진학하여 자신의 전공을 배우게 된다. 그 전공들은 사회의 각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내용들을 모아놓은 것이며, 여기서 배운 내용으로 그 분야에 진출하여 발전을 이어가게 된다. 또 지금의 대학과정이 학과별로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력의 수보다 조금 과잉공급인 측면은 있지만 우리사회의 필요량에 어느 정도 맞춘 인원이 양성되고 있다. 그런데 많은 수의 학생들이 공무원시험에 몰리면서 이 분야별로 우수한 인력들을 수급하는데 지장이 생길 것이다.
또한 자신이 일할 분야를 대학에서 배우지 않은 학생들이 대거 공무원시험에 합격할 경우, 그 분야의 지식이 시험의 합격선에 맞춘 양만을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어 공무원의 전문성강화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개선책이 요구된다.
예를 들면 지금처럼 시험에 의한 완전개방적인 경쟁을 보완하여 각 전공별로 해당관련 직종에 바로 임용될 수 있도록 제도를 신설하거나 아니면 시험과목에 그 직종을 반영한 과목들을 보다 많이 설치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이외에도 사법고시와 공인회계사 자격시험에 신설된 해당과목을 일정 학점씩 이수하게 하는 방법도 각 직종별로 검토해볼만한 방법인 것 같다.
선발기준에서부터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전형이 변경되어 대학에서부터 자신의 전공을 공부하고 또 그 전공을 토대로 공무원사회나 기업에 진출하는 바람직한 사례들이 많이 정착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대학 재학생들이 고시준비로 인해 오히려 본업인 대학전공공부를 소홀히 하거나, 전공과 관련 없는 공부에 전력하는 낭비가 많이 사라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국정넷포터 이창욱 polarisi1004@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