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청춘 남녀의 자유연애는 최소한 서구 문화권에서는 더 이상 공동체의 규범을 위협하는 도전적이고 일탈적인 시도의 혐의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이 시기에 즈음하여 대중음악이 글로벌 수준의 영향력을 확대해 갔던 것은 주목할 만하다.
구애의 충만한 감정과 좌절로 인한 고통스러운 슬픔, 시간이 흐른 후 추억의 되새김은 팝음악의 가장 지배적인 주제가 된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평범한 대다수의 러브 스토리는 아주 사소한 장애로도 쉽게 허물어지는 하찮기 그지없는 경험에 불과하다. 하지만 끊임없이 등장하는 러닝타임 3분짜리 사랑 노래들은 대공황과 연이은 세계전쟁이라는 일상적인 공포 속에서 힘겹고 남루한 하루하루 일상을 견뎌내게 하는 위대한 구원이 되어주었다.
허접한 현실은 추억 속에서 불멸의 영원성으로 옷을 갈아입고 재탄생한다. 그리고 대중은 이 노래들에 자신을 투사함으로써 사랑이라는 새로운 신화가 빚어내는 마술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1951년 어빙 고든이 나직이 추억하는 노랫말에 소박하게 가슴에 저며드는 선율을 입힌 노래 'Unforgettable'이 냇 킹 콜의 감미로운 목소리로 발표되었을 때 아마도 사람들은 저마다 기억 속에서 한 사람을 소환하여 불완전했던 자신의 사랑을 승화시키고 마침내 완성했을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잊지 못할 당신/그래서 영원을 넘어 당신은 그렇게 내 가슴속에 머물 겁니다.'
냇 킹 콜은 마흔 중반에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비틀스를 위시한 숱한 스타들이 등장하면서 그는 빠르게 잊혔다. 그러나 그의 딸이자 재즈 싱어인 내털리 콜은 이 노래가 발표된 지 꼭 사십 년 뒤인 1991년 자신이 두 살 때 젊은 아버지의 흑백 필름 속 모습과 목소리를 불러내 시공을 초월한 부녀 듀엣곡으로 편곡해 아무도 예상치 못한 성공을 거두며 그 이듬해 그래미를 석권한다. 무대 위 딸은 스크린 속 아버지보다 열 살 더 먹었지만 이는 팝음악 역사상 가장 아름답고 드라마틱한 애도였다.
강헌 팝칼럼니스트, 평론가
첫댓글 우리나라 티비에서 그래미상 녹화한것 두 해설자가 해설하면서 방송하는것 시청한게 생각나네요~
뒤에 넷 킹 콜 화면 크게 나오고 딸이 마이크 앞에서
노래했지요~
감동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