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우리말글_보조 용언 바르게 쓰기
기사입력 2020.11.02. 오후 3:26 스크랩
[국회보 2020년 11월호]
용언은 문장에서 서술어로 쓰이는 동사와 형용사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며 문장 안에서의 쓰임에 따라 본용언과 보조 용언으로 나눈다. 본용언은 문장의 주체를 서술하면서 보조 용언의 도움을 받는 용언이고, 보조 용언은 본용언과 연결되어 그것의 뜻을 보충하는 용언이다. 예를 들어 “나는 사과를 먹어 버렸다”에서 ‘먹다’는 본용언이고 ‘버렸다’는 보조 용언이다.
보조 용언의 띄어쓰기와 관련하여 한글 맞춤법 제5장 제47항에서는 “보조 용언은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되, 경우에 따라 붙여 씀도 허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먹어 버렸다’라고 띄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먹어버렸다’라고 붙여 쓰는 것을 허용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규정과 관련해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경우에 따라” 붙여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보조 용언을 붙여 쓰기 위해서는 본용언이 ‘아’ 또는 ‘어’로 활용되어야 한다. 즉 ‘먹어 보다’나 ‘먹어 버리다’와 같은 형태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다음으로 본용언이 관형사형으로 활용하되 보조 용언으로 ‘의존명사+하다/싶다’가 쓰여야 한다. 즉 ‘먹는 체하다’, ‘먹는 척하다’, ‘먹을 성싶다’, ‘먹을 만하다’와 같은 형태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끝으로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지만 본용언이 명사형으로 활용하는 ‘먹었음’의 경우 ‘먹었음 직하다’의 형태도 붙여 쓰는 것을 허용한다.
보조 용언 띄어쓰기와 관련하여 가장 까다로운 부분은 본용언이 ‘아’ 또는 ‘어’로 활용할 때이다. 본용언이 ‘아’ 또는 ‘어’로 활용하더라도 ‘지워지다’나 ‘예뻐하다’처럼 보조 용언이 ‘지다’ 또는 ‘하다’인 경우에 그것이 자동사나 타동사처럼 쓰이는 경우에는 띄어 쓸 수 없고 붙여 써야 한다. 아울러 ‘먹고 싶어하다’나 ‘마음에 들어하다’처럼 ‘아/어 하다’가 구(句)에 결합한 경우에는 붙여 쓸 수 없고 띄어 써야 한다.
이러한 규정에 따라 ‘먹어 보다’는 띄어 쓰는 것과 붙여 쓰는 것이 모두 허용되는데, ‘먹고 보다’는 붙여 쓰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띄어 쓰는 것이 허용되는 ‘경우’라도 이미 복합어가 된 말은 붙여 쓰는 것만 허용한다. ‘굽어보다, 뜯어보다, 물어보다, 훑어보다, 쓸어버리다, 잃어버리다, 잊어버리다, 내드리다, 모셔다드리다’ 등은 이미 한 단어이므로 반드시 붙여 써야 한다. 참고로 ‘도와드리다’는 사전에 한 단어로 등재되어 있지는 않지만 ‘도와주다’가 한 단어이므로 이에 준해 반드시 붙여 써야 한다.
그런데 우리 글살이에서 발견되는 진짜 심각한 문제점은 이러한 띄어쓰기 오류가 아니다. 굳이 보조 용언을 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보조 용언을 남용한다는 것이다. ‘먹어 버렸다’ 또는 ‘먹어버렸다’라고 하지 않고 ‘먹었다’라고 해도 된다. 보조 용언 ‘버리다’는 ‘말하는 이가 아쉬운 감정을 갖게 되었거나 또는 반대로 부담을 덜게 되었음을 나타낼 때’ 쓰는 말인데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도 ‘버리다’를 쓰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읽어 보다’ 또는 ‘읽어보다’처럼 단순히 어떤 일을 경험함을 나타내는 ‘보다’는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글. 김형주(상명대 국어문화원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