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쓰너 / 오경은
가벼운 인사도 나눌 수 없이
여기는 프랑스 남부의 한 해변입니다
한 남자가 폴로셔츠를 펄럭이며
기타를 치고 있는데요
제목도 가사도 모르지만, 아는 노래입니다
걸음을 멈춘다면 모두 관객일까요
자신이 없어지는데
그때 나는 모른 척했습니다
당신을 향해 뒤돌아 웃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달리기에서 이기고 싶었던 게 아니라
그 컷에 성공하고 싶었습니다
그 씬이 아름답길 바랐습니다
끈 풀린 운동화를 신은 채
당신은 지금도 호흡에 시달리고 있을까요
당신이 지나친 것이 무엇이었든
걸음을 멈춘 곳에 계속되는 풍경이 존재한다면 좋겠습니다
그럴 수만 있다면
그 도시의 스펠링을 끝까지 읽어내지 못할 텐데
부치지 못한 편지의 뛰고 있는 심장처럼
어떤 마음은 불멸하나요
이 바다를 바라보며 느끼는 무한한 평화가
당신에겐 슬픔일까요
관객이 사라져도 남는 흥얼거림을
당신은 뭐라고 부르고 싶었을까
이 해변의 이름을 당신이 눈치챌 수 있다면
어떤 노래는 영원히
멜로디 멜로디로 남을 수도 있을 겁니다
— 월간 《현대시》 2022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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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경은 시인
1988년 서울 출생. 고려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 박사과정.
2018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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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쓰너 / 오경은
군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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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3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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