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잭슨(Andrew Jackson, 1767년~1845년)
미국의 7대 대통령이자 민주당 출신 첫 대통령으로, 출신으로 보나 걸어간 행보로 보나 미국사에 꽤 특이한 영향을 끼친 대통령이다. 미국 대통령 중 최초의 스카치-아이리시 이민자 가정 출신 대통령이기도 하다.
잭슨 민주주의라 하여 진정한 대중 민주주의를 시작한 선도자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원주민들을 학살한 살인마, 흑인 노예를 소유한 인종주의자라는 부정적인 평가가 상존한다.
분명 잭슨은 당시 기득권화되어가던 미국 정치에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고, '보통 사람들의 시대'라는 슬로건답게 꽤 많은 사회 중하류층의 지지를 받아 이들의 이익을 대변하면서 미국 정치 사회에 이들이 소통할 창구를 열어준다.
허나 그의 대중선동적인 정치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데, 잭슨은 대통령의 강한 권력을 추구해 사법기관인 법원과 입법기관인 의회의 권한을 무력화하려 하는 등 권력의 견제와 감시라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무시하려 했다. 그래서 일각에선 대중의 지지를 기반으로 권력분립을 무시했던 앤드루 잭슨의 사상과 정치적 행보는 현대 자유민주공화주의가 아닌 나쁜 의미의 대중주의(포퓰리즘)나, 프로이센 융커들을 반민족적이라고 혐오했던 히틀러의 나치즘과 흡사한 면이 있다고 평하기도 한다. 이는 잭슨이 당시 미국 상당수 (백인) 대중의 시각에 따라 흑인이나 원주민들을 열등인간으로 봤던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일부 진보주의자들은 현대의 친소수자적인 민주당을 보고 앤드루 잭슨을 미화하기도 하지만, 작금의 미국 민주당은 되레 잭슨에 거리감을 두고 있고 남부에 남아있는 인종주의적 딕시들이 우상으로 숭배하는 경우가 더 많다. 생각해보면 거의 직계 조상이기도 하다. 그래도 어찌됐든 창당주는 창당주인지라 오바마 대통령이 후술된 잭슨 목련을 언급하기도 하는 등 하여튼 묘한 스탠스를 가지고 있었는데, 2010년대 딕시들의 지지를 받던 공화당의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자 잭슨을 좋아했던 그는 본인의 집무실에 잭슨의 초상화를 걸기도 했다. 허나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잭슨이 만든 민주당의 조 바이든이 2021년 집권하자 그의 초상화는 벤자민 프랭클린의 초상화로 교체되었다.
올드 히커리(Old Hickory)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 꽤나 투박하고 꼬장꼬장한 성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불우한 성장기를 보내서 그런지 그의 무대뽀식 용감한 성격은 어렸을 때부터 있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13세 잭슨이 어느 날 길을 가고 있었는데, 영국 병사가 구두를 닦으라고 협박조로 명령을 했지만 안 닦겠다고 저항한 일화가 있다.
실제로 생전에 13번의 결투를 치렀을 정도로 다혈질의 사나이였다. 그 중 유명한 게 아내 레이첼과 관련된 것이다. 레이첼은 잭슨과 결혼 전에 이미 결혼했던 적이 있던 이혼녀였는데, 이혼할 때 뒤처리가 이상하게 되었는지 법적으로는 아직 유부녀였던 상황에서 잭슨과 재혼을 하게 되었다. 둘의 금슬은 좋았지만 한편으론 세간에서 불륜이네 뭐네 하며 씹어대는 사람들이 많았고, 애처가였던 잭슨은 이래저래 열을 받아서 비방한 상대를 찾아가 결투를 벌여 죽였다. 잭슨은 다혈질의 성격이었지만, 아내에게만큼은 매우 친절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내 관련 문제는 계속해서 그를 괴롭혀서, 대통령 선거 때에도 간통한 자를 리더로 뽑을 수 있냐는 반대파들의 네거티브 공격에 시달려야 했다. 그리고 하필 잭슨이 대통령 되기 2달여전 아내가 심장마비로 급사하면서, 잭슨은 당시 이 문제를 네거티브에 활용한 애덤스 측을 증오했다고 한다. 사실 후보간에는 네거티브를 자제하는 편이었으나, 지지자들이 가만있지 않았다. 하여튼 대통령이 된 이후, 잭슨은 백악관에 아내가 생전 좋아한 목련 묘목을 가져와 이른바 '잭슨 목련'을 심고 아내를 그리워했다. 참고로 잭슨은 재혼도 안하고 자식도 없었기에 당선 이후 퍼스트 레이디는 조카가 했다. 잭슨 사후엔 아내와 같이 합장되었다.
잭슨이 생전에 치렀던 몇몇 파란만장한 결투의 역사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803년 테네시 주지사 존 세비어와 결투. 둘 다 다치지 않았음.
1806년 내슈빌의 부호 찰스 디킨슨과 결투. 원인은 위에 언급된 아내 일로 찰스 디킨슨이 지역 신문을 통해 잭슨을 공격했기 때문이다. 잭슨은 디킨슨의 총에 가슴뼈를 다치고 디킨슨은 사망.
1813년 토머스 벤턴, 제시 벤턴 형제와 현피. 왼쪽 팔에 총알을 맞음.
이러한 결투 등으로 잭슨은 재임 기간 내내 몸 속에 총알 2발을 박고 살았다. 한 발은 찰스 디킨슨이 쏜 총에 가슴뼈를 맞췄는데 당시 총의 기술력이 낮아서 가슴뼈를 뚫지 못하고 산산히 부서졌다고 한다. 나머지 한 발은 벤턴 형제와의 결투 중 왼쪽 팔에 맞은 총알이었다.
암살 시도도 있었으나 실패했다. 대통령 시절 잭슨을 암살하려던 도장공인 리처드 로렌스(Richard Lawrence, 1800 ~ 1861)가 암살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참고로 이 사건은 미국 역사상 최초의 대통령 암살 시도 사건이기도 하다. 당시 로렌스는 두 정의 총을 준비했다가 잭슨이 나타나자 첫 번째 총을 그의 등 뒤에서 발사하였는데 불발되었다. 그러자 곧바로 두 번째 총을 뽑아 발사했는데 또 다시 불발되었다. 당시 날씨가 습해서 권총 2정이 작동불량을 일으킨 것이 원인이었다.
암살이 실패한 이후, 잭슨은 곧바로 자기 지팡이를 들고 리처드 로런스를 쫓아가 패려고 했다. 당황한 로런스는 도주하다가 얼마 안가 잡혔다고 한다. 대통령의 측근들이 화난 잭슨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애를 쓴 것은 덤이다.
위에 서술되었다시피, 성격이 굉장히 다혈질이라 입도 험해서 욕을 자주 내뱉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애완동물로 기르던 앵무새 '폴'이 보호자를 보고 배웠다는 것. 얼마나 욕을 입에 달고 살았는지, 앤드루 잭슨의 장례식 당일 폴이 욕을 너무한 나머지 장례식 기간 동안 격리된 적도 있었다.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하버드 대학교에서 그에게 라틴어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자 정적들은 "철자법도 모르는 사람에게 박사 학위라니?"라며 비난했다. 학위 수여식 당시에 잭슨이 몇 마디 아는 라틴어 단어를 뜻도 모르면서 내뱉었다는 일화가 있는데 이는 악의적인 표현. 실제 잭슨은 "라틴어 학위를 받긴 했지만, 유감스럽게도 내가 알고 있는 라틴어라곤 E pluribus unum 뿐이오."라며 겸손하게 말했다.
한국사에서는 조선시대 순조 → 헌종 교체기가 바로 이 사람의 집권기 무렵이었다.
불같은 성격에 싸움꾼 이미지가 강하지만, 굉장히 능력있는 사람이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자수성가에 성공해 매우 거대한 규모의 농장과 수백명의 노예를 거느렸다, 그의 재산 규모는 오늘날 기준으로도 엄청나서 역대 미국 대통령 보유 자산 순위 5위라는 최상위권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 많고 많은 미국 대통령들 중에서도 최상위권의 재력을 지닌 재벌갑부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가 퇴임하기 전까지는 역대 미국 대통령들 중 퇴임 당시 최고령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최초로 전임자보다 연장자인 대통령이다.
인기순위는 대체적으로 상위권~중상위권 사이에서 폭락이 심한 편이다. 최근 들어서는 평가가 많이 떨어져서 중위권에 머무르는 편.
앤드루 잭슨과 20달러 지폐
앤드루 잭슨은 미국 20달러 지폐에 그려져 있다. 그런데 앤드루 잭슨이 여기서 빠질 뻔하기도 했었는데, 이것이 구체화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잭슨이 창당한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기의 일이다. 해당 도안은 처음에는 10달러 지폐의 알렉산더 해밀턴을 빼자는 안이 선정되었지만, 해밀턴은 미국 금융 시스템을 정비한 사람이라 금융권의 반발이 나오던 차에 알렉산더 해밀턴의 생애를 다룬 해밀턴(뮤지컬)이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해밀턴 말고 다른 사람을 고르자는 반응이 강해졌다.
그래서 대상이 된 것이 흑인과 미국 원주민 탄압이 문제가 된 앤드루 잭슨이었다. 여기에 20달러가 1달러와 100달러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화폐라는 것도 고려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도안 변경 대상은 지하철도를 통해서 남부노예들의 탈출을 도왔던, 노예 출신의 흑인 여성 해리엣 터브맨(Harriet Tubman)이 선정되었다. 이에 따르면 2020년에 앤드루 잭슨의 도안은 뒷면으로 옮겨지고, 해리엇 터브맨의 얼굴이 전면에 실리는 도안이 결정되어서 새로운 20달러 지폐가 발행되게 될 것이었다. 그리고 지폐 뒷면에도 사람 얼굴 넣는 형태가 되면서 5달러, 10달러 지폐의 뒷면에도 인권운동가들이 들어갈 것이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이 일은 중지된다. 도널드 트럼프는 공화당 대통령이지만, 그런 것과 상관없이 코드가 맞는 앤드루 잭슨을 엄청나게 좋아해서 자기 집무실에 잭슨의 초상화를 걸어놨을 정도였다. 실제로 트럼프는 앤드루 잭슨의 20달러 퇴출을 반대하고, 터브먼은 토머스 제퍼슨이 있는 2달러 지폐 도안으로 하거나 혹은 새로운 화폐를 발행해서 넣어야 한다고 대선 캠페인 기간에 발언하기도 했다. 여기서 핵심은 20달러 지폐와 달리 2달러 지폐는 애물단지 취급 받을 정도로 거의 안 쓰인다는데 있다. 그리고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는 화폐도안 변경안을 실질적으로 폐기했다. 표면적으로 내세운 이유는 화폐의 변경은 위조 방지 등의 실질적 목적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지만, 사실 트럼프가 잭슨빠라 그대로 뒀다는 말이 무성하게 나왔다.
그러나 또다시 변화가 생겼는데, 그것은 바로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하고 민주당의 조 바이든이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 2021년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폐기된 20달러에 잭슨 대신 터브맨을 넣는 도안을 다시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의 유언과 관련하여 상술된 "I killed the bank(내가 은행을 죽였어)"도 인터넷과 영어권 언중들 사이에서 인용되고 있지만, 출처가 불분명하다. 미국에서 (주로 백인들에게) 존경받는 대통령임에도, 그의 유언이라고 돌아다니는 글들이 분명히 통일되지 않고 각자 다르다. 물론 둘 다 유언일 가능성도 있으므로 참고바람. 미국 대통령들의 유언을 모은 웹사이트 등지에서는 그의 실제 유언을 다르게 인용하는 사이트들이 많다. 그에 따르면 실제 유언은 아래와 같다.
"(I hope to meet each of you in heaven.) Be good, children, all of you, and strive to be ready when the change comes."
"(나는 여러분들 각자 서로가 천국에서 만나기를 바랍니다.) 잘 있어라, 아이들아, 모두들, 변화가 다가올 때 준비하기를 힘써라."
이 문장조차 인용자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I hope to meet each of you in heaven.(나는 여러분들 각자가 서로 천국에서 만나기를 바랍니다)"이 앞에 첨가된 경우가 있으며,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또한 위처럼 쉼표를 찍은 "Be good, children"이라 했다면 "잘 있어라" 정도의 뜻이 되지만, 알려진 일부 인용에서처럼 쉼표를 찍지 않고 "Be good children"이라 했다면 "선한 아이들이 되라"라는 뜻이 되어 의미가 달라진다.
갑자기 "children(아이들)"을 언급하는게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잭슨이 기독교 신자라는 점과 앞의 발화에서 천국을 이야기하던 맥락을 고려하면 "Be good children"은 "주님의 선한 아이들이 되어라" 정도의 맥락으로 이해가 된다. 눈 앞의 가족 또는 훗날 미국의 아이들에게 한 말일 가능성도 있다. 다양한 형태로 내려오는 구전 덕분에 더욱 여운이 남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