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나눔 1.
철저한 진상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정부에 대한 압박과
감시가 필요
이호중 서강대
교수
반갑습니다.
저는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교에서 형사법을 가르치고 있고,
천주교인권위원회에서
상임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국민대책회의에서 공동위원장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대책회의든
천주교인권위원회든 다 떠나서 그냥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조금 덧붙이자면
학자로서,
여러분들께 잠깐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처음 이 참사가 발생했을 때,
사실 저는
TV를 거의 제대로 보지
못했어요.
사실 안
봤어요.
너무 마음이 아프고 자꾸
눈물이 나서 도저히 볼 수 가 없었어요.
좋은
소식,
희망이 있는 소식은 하나도
들리지 않고,
말도 안 되는 상황만 계속
연출되는 것을 도저히 쳐다볼 수 가 없었습니다.
사실 지금도 그 때의
영상이 다시 TV에 나올 때면 제대로 보지
못합니다.
국민대책회의 공동위원장으로 일하면서 가족분들과
만날 기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학교에서
강의나 했지,
정말 가족분들께 무엇을
어떻게 말씀 드려야 할지 정말 모르겠더라고요.
제가 한번도 제대로 마음을
가지고 가족분들께 말씀을 드리지 못했어요.
그런데 그 가족들과 같이
옆에 있다 보면,
그 어머니 아버지들이 목에
신분증표를 가지고 계시는데,
거기 보면 아이들 사진이
있습니다.
그걸 보는 순간 저는
또다시 너무 마음이 아파서 그 어머니 아버지들께 뭐라고 말씀 드려야 할지 몰라 그저 가슴만 먹먹해지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었어요.
저는 인권운동 한다고 학자로서 여러 가지 일들을
나름대로 하고 있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는데,
이 세월호 참사는 사실
가장 근원적인 문제잖아요.
생명의
문제이고,
존엄한 삶의 문제인
것이죠.
이런 참사의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도대체 우리사회에서 과연 우리가 다른 어떤 인권의 문제를 이야기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공동운영위원장을
맡고 있지만,
제가 그것을 맡지 않았다고
해도 이런 저런 일들을 제 나름대로 찾아가면서 무언가에 기여를 하려고 애쓰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지금 거의 매일
광화문광장에 출근하다시피 하면서 함께하고 있는데,
공동위원장이 아니었더라도
아마 저는 그랬을 것 같습니다.
지난 7월 14일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표한 성명의 인용
문구를 제가 핸드폰에 기록해두었어요.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생활하신 로마노 롸르디니 신부님께서 하신 말씀이 인용이 되어 있더군요.
너무 좋은
말씀이라,
다들 이미 아시겠지만 한번
더 말씀 드려보고자 합니다.
“한 시대를 제대로 평가하는 유일한 방식은 그
시대가 인간 삶의 충만함이라는 진정한 대의에 어느 정도 도달했는지를 묻는 것이다.”
–로마노 과르디니-
그렇지요.
충만한 삶이라고 하는 것은
모든 개개인들의 생명과 존엄과 안전이 제대로 보장되는 그런 사회일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는 가족분들의 문제만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다들
이야기 하십니다.
제가 받아드리는 한에서 그
뜻은 이런 것 같아요.
‘이런 참사를 다시 겪지
않기 위해서 이 참사의 원인이 무엇인지 우리 사회가 제대로 규명하고,
또 그것에 기초해서 생명과
존엄과 안전이 보장되는 그런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기틀을 우리가 만들어보자는 것에 모든 국민들의 마음의 합치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하면서 이야기 한 것
중에 저는 딱 한 단어만 마음에 듭니다.
적폐.
그 동안에 쌓여왔던 여러
가지 병폐들을 해소해야 한다,
개혁해야 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 병폐란
무엇일까요?
그 병폐란 한마디로 말씀
드리면 탐욕,
바로 자본의 무분별한
이윤추구,
어떻게든 돈만 벌면 된다는
것에서부터 생명이나 안전의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났고,
그렇게 해서 쌓여왔던
적폐들이 어느 한 순간에 대형참사로 들어난 것이 바로 세월호 침몰사고였던 것이죠.
여러분 잘 아시겠지만,
서해훼리호 사건이
20여 년 전 1993년에 있었습니다.
그 때도 정부는 선박에
대한 안전점검 강화하겠다,
선령(船齡)을 제한하겠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도 지켜진 것이
없고,
오히려 그 이후에 정부는
규제를 완화한다는 명목으로 20년으로 되어있던 선령제한을 30년으로 늘려주었습니다.
그렇게 하니까 기업들이
외국에서 15년,
18년 된 배들을 드려와
증개축해서 운행하는 상황이 된 것이죠.
세월호 사건도 따지고 보면 18년 된 일본배를 수입해 와서 객실을 증축한
것이죠.
그런데 선박은 총 중량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객실을 증축하면 그만큼 화물을 싣지 못합니다.
그런데 기업의 입장에서는
사실 승객을 많이 태우는 것보다 화물을 많이 싣는 것이 훨씬 더 돈벌이에는 좋아요.
그런데 왜 객실을
증축했을까요?
그것은 화물은 언제든지
과적할 수 있다는 암묵적인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선박의
운항관리,
과적을 단속해야 하는 것이
해운조합이라는 곳에서 하는 일인데,
해운조합은 선주회사들이
회비를 걷어서 운영하는 일종의 이익단체입니다.
선박회사들이 회비를 내서
해운조합을 만들고,
해운조합에서 선박의 운행에
대한 안전점검을 한다는 것이죠.
이게 말이
됩니까?
그러니까 청해진해운도
세월호에 과적을 아무리 해도 단속에 걸릴 염려가 없으니까 객실증축하고 과적해서 운행하다가 사고가 난 것이잖아요.
철도지하철사고,
대구지하철사고도
있었고,
또 얼마 전에는
상왕십리에서 지하철사고도 있었고,
이렇게 지하철사고도
반복됩니다.
안전에 관한 업무들을 계속
외주를 주죠.
외주를 주는 하청업체들은
원청업체와의 관계에서는 갑을관계에 있잖아요.
함부로 이야기
못해요.
“이거 시설 노후 되었으니
바꿉시다.”
이런 이야기 했다가는 바로
계약 종료되어버리고 다음부터 다른 업체 선정한다는 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안전에 대한
관리가,
우리 일상의 모든
교통수단들,
더 나아가
공장,
작업장에서 이런 안전에
대한 업무들이 전부 비용절감이라는 명목,
혹은 이윤추구의 명목으로
계속 뒤로 밀려왔고,
정부는 규제완화라는
이름으로 이를 계속 방조해왔던 것 아닙니까?
이런 현상들이 쌓이고
쌓여서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의 문제는 우리사회 주변에 있는 모든
우리 시민들의 안전과 존엄,
그리고 생명을 보장해야 할
국가의 책임이 기업의 돈벌이 앞에서 무력하게 무너져버리고,
계속 시민의
생명,
안전문제가 뒷전으로
밀려왔던 이 사회의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문제,
바로 이것을 우리가
해결하지 않고서는 생명의 문제,
존엄의
문제,
안전의 문제에 대해서 결코
근본적인 해결을 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특별법 제정은 그 시작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그
시작에도 제대로 서지 못했어요.
정말 험난한 길이 될 것
같습니다.
특별법 제정을 한 이후에도
진상규명위원회 만들어서 철저한 진상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많은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매서운 눈총으로 정부에 대한 압박과 감시가 필요합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가 제대로
진실을 규명하고 그것에 대해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법적,
제도적,
국민들의
일상적,
윤리적,
실천적인 것들을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을 때,
비로써 우리가 이 사건에
대한 해결을 했다고 희생되신 분들 앞에서 말씀드릴 수 있을 거예요.
그때까지 십 년이 걸릴 수
도 있고,
이십 년이 걸릴 수 도
있을 것입니다.
그때까지 많은 시민
여러분이 함께 관심 가지고 “잊지 맙시다!”라는 구호처럼 이 참사가 우리 사회에 주는 영향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만드는 것에 함께
동참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보면 광화문광장에 많은 시민들께서
오세요.
오히려 최근에 더 많이
오세요.
사실
‘교황 방문 이후에 시민들의 관심이 더 떨어지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대책회의 안에서도 조금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시민들께서 와주시고,
또 여기 지금 모여 계신
것처럼 신부님,
수녀님,
수사님들 이렇게 함께
해주시는 모습들을 보면서 정말 우리는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르디니 신부님이 말씀하신
“충만한 삶”을 위한 길을 만들어나가는데 바로 우리 시민들이
함께할 수 있는 밑바탕이 우리사회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정의를 향한 꿈들이
꿈틀대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특별법 제정이 될 때까지
이렇게 모아지는 시민들의 마음과 결정과 힘들이,
특별법 제정 이후에도
진정한 안전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그 날까지 계속되기를 간절히 호소 드리고,
또 그때까지 함께
해주시기를 당부 드리겠습니다.
저 역시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야기 나눔 2.
고통이
있는 자리에 함께 있겠습니다
김영미 수녀(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
우리는 계속 4월 16일에 시간이 멈추어졌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 날 시계는
멈추어졌고,
아직 초침이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들 또한 마찬가지 인
것 같습니다.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어떤 기도를 드려야 할지
참 난감했습니다.
어제 폭우 속에서 미사를 드리면서 마치 요나의
고래 배 안에 있는 듯한 저희들의 모습과 세월호 속에 갇혀있던 아이들의 모습이 오버랩이 되었어요.
저희들은 양쪽의 비닐을
잡고 비가 그치기를 기도하고,
그 기도 속에서 저희들
한마음이 되었고,
또 무사히 미사도 잘
진행되었지요.
또한 비도
멈추었지요.
아이들은 세월호 안에서 저희와 같이 한마음으로
뭉쳤고,
서로를 격려하며
돌보아주려고 노력했고,
아마 기도도 했을
것이고요.
그런데 그 아이들은 저희가
겪지 않았던 그 무서운 공포의 순간들을 겪었을 거예요.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고,
또 온 국민이 그 아이들이
수장되는 모습을 생중계로 본 이 나라의 모습이 너무 끔찍했습니다.
저는 이 나라에 살고 싶은 생각이 다
없어졌습니다.
어디로 숨어들어가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무엇도 할 수
없고,
광화문에
나와도,
안산에
가도,
답답함뿐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드리는 기도 속에서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들의 기도가 무엇을 행동하기
보다는,
아직 하늘을 감동시키지
못했구나……
하늘을 감동 시켜야만 어떤
무엇이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아직 우리의 기도가 부족한 것은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저희의 기도가 저
불통의 벽을 부수어버리고 또 이쪽 유가족들의 고통의 벽을 부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언제부터인가 수녀들이 이렇게 길거리에 많이 나오게
되었어요.
어떤 분들은 저희에게
“빨갱이 수녀”라고 합니다.
저희의 피는 빨갛지만
저희들 빨갛지 않습니다.
다만 저희는 생명을 중요시
여기고,
하느님께서 주신 생명의
소중함,
평화의
소중함,
그리고 정의가 무엇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자리에 모여서 함께 기도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이야기 하겠지요.
‘이념’이며 무어라 무어라 하겠지요.
저희는 그런 것 잘
모릅니다.
다만,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고
말씀하신 교종의 말씀처럼 저희는 중립에 있을 수 없습니다.
어떠한 고통이든지 고통이
있는 자리에 저희는 함께 있겠습니다.
저희들 기꺼이 야전병원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이것이
저희에게 주어진 하느님의 미션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예언적 삶을
살아가야 하는 수도자로서 기꺼이 이 자리에 있겠습니다.
얼마가 걸릴지 모르겠으나
진실이 밝혀지는 그날,
저희도 기쁘게 웃을 수
있고,
그것이 희망이 되기를
바랍니다.
악의 평범성이 일상 안에 들어왔다고
그러는데,
저희는 그보다는 일상의
평범성이 매일매일 지켜졌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유가족분들이 하루속히
일상으로 돌아가서 그 아픈 마음들을 치유하고 살아갔으면 좋겠고,
노동자들을 다시 공장으로
돌아가고,
밀양의 할머니들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누구도 치유해주지 않습니다.
여태껏 치유해주지 않았던
정부가 그것을 치유해줄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들의
기도로,
그 자리에서 함께
기도해주고 울어주는 것이 저희들이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까지는 저희는 그렇게
하겠습니다.
함께 해주시는
수녀님들,
그리고 이 자리에서 함께
동지가 된 여러분 모두 정말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