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노현 노리쿠라다케.텐구파라/바람의 길 따라 눈부신 설국으로
글·사진 최종순 서울시연맹 산악스키위원·협찬 도이터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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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츠가이케 스키장에서 츠가이케시젠으로 오르는 임도. |
비행기에 몸을 싣고 1시간 30분을 날아 도야마 공항에 도착했다.
마중 나온 다테야마 산장(立山山莊)의 황상규씨와 반갑게 인사하고 승합차에 짐을 실은 후 비 내리는 호쿠리쿠 자동차 본선을 달려 동해의 검푸른 바다와 북알프스 다테야마 연봉을 바라보며 하쿠바무라(白馬村)로 이어지는 산악도로에 접어들자 비는 이내 눈으로 바뀌고 협곡 도로 양편으로 눈 덮인 설산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냈다.
새삼 이곳이 설국임을 실감한다.
바다와 설산의 풍경을 바라보며 2시간 여를 달려 드디어 다테야마 산장에 도착했다.
산장을 운영하는 노운석(45세)씨와 산장 스태프인 최성준(29세)씨 등과 반갑게 인사를 하고 1층 작은 바에서 생맥주를 벗 삼아 담소를 나눈 뒤 잠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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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리쿠라다케 설벽을 내려오는 스노보더. |
츠가이케시젠과 텐구파라 설원에 누워 바라보는 찬란한 뭇별들
날씨가 좋지 않아 며칠간 산장에서 시간을 보낸 후 장비를 챙겨 오타리무라(小谷村)의 츠가이케 고원(梅池高原) 스키장 곤돌라 스테이션으로 출발했다.
곤돌라를 20여 분 정도 타고 오르면 1850m 지점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스키를 타고 오른쪽으로 150m 정도 내려가면 곤돌라가 있다.
리프트를 타고 520m 정도 오르면 히요도리민(鴨峰)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내리게 된다.
왼쪽으로 츠가이케시젠(梅池自然園)으로 연결된 임도가 보인다.
임도 초입에서 일본인 남녀 스노보더 두 명과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카메라와 장비를 점검하고 잠시 앉아 쉬고는 바로 츠가이케시젠 입구를 향해 출발한다.
스노보더 두 명도 설피를 신고 보드는 배낭에 메고 동료 여성은 가는 슬링으로 보드를 매달아 끌고 간다.
입구에서 1㎞ 정도 오르면 길이 180°로 꺾이는 지점에 다다르는데 여기서부터는 임도로 가지 않고 정면의 전나무 숲으로 오르는 것이 시간과 거리를 단축할 수 있다.
그렇게 500m 정도 숲길을 따라 오르니 츠가이케시젠 입구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잠시 쉬며 물과 행동식을 먹고 다시 출발한다.
이곳부터는 골짜기 사이로 오르는 것 보다는 왼쪽으로 보이는 능선으로 올라서는 것이 텐구파라(天拘原·2204m)까지 조금 더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사면을 따라 능선 초입으로 올라서자 시야가 트이며 멀리 시로우마(白馬) 삼산을 비롯한 우시로다테야마(後立山) 연봉과 대설계(大雪溪)가 보인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츠가이케시젠을 가로질러 2.
5㎞ 정도 나아가면 시로우마 삼산·대설계 전망대에 이르는데 이곳에 서면 시로우마 삼산과 대설계의 장중하고 아름다운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잠시 경치를 감상하고 능선을 따라 500m 정도를 올라서니 숲이 사라지고 텐구파라 안부로 이어지는 가파른 설사면이 나타났다.
이곳에서 설동을 파고 식량과 연료를 남겨두고 내일 노리쿠라다케(乘鞍岳·2436.
4m)로 오르기 위해 스키와 배낭을 벗고 눈삽을 꺼내 바람의 반대편에 설동을 파기 시작 한다.
2시간 가량 걸려서 설동을 완성하니 오후 3시 30분이다.
장비를 정리하고 밥과 김치찌개로 늦은 점심을 먹고 능선에 올라서니 벌써 해가 노리쿠라다케로 넘어간다.
배낭에 스키를 달고 텐구파라 안부의 작은 신사(祠の岩)를 목표로 가파른 설벽을 천천히 오르기 시작하여 신사에 도착하니 오후 5시 35분이다.
흐르는 땀을 닦고 물을 마시고 잠깐 휴식을 취하는 사이 강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바람도 불고 어둠이 깔리기 전에 설동으로 돌아가기 위해 스키를 신고 텐구파라 대설벽을 향해 출발한다.
오른쪽으로 내려가다 왼쪽 사면을 타고 설사면의 중앙부로 나아가 어둠이 내리는 하쿠바무라(白馬村)와 츠가이케시젠을 바라보며 10분 만에 설동에 도착했다.
장비를 점검하고 어둠이 짙게 물들 때까지 설동 앞에 누워 하나둘 별빛이 몰려드는 것을 보다 저녁 7시경 설동으로 들어가 즉석국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잠을 청했다.
노리쿠라다케 깎아지른 절벽과 대설계의 위용
알람소리에 눈을 떠보니 새벽 4시다.
자리에서 일어나 라면으로 가볍게 아침을 먹고 배낭에 스키를 달고 노리쿠라다케로 출발했다.
신사까지 올라가서 스키를 신고 습지대인 텐구파라를 횡단한다.
이곳 습지는 4월 중순 이후 기온이 많이 올라갈 때 스키를 신지 않고 횡단 하다가는 위험하다.
이곳 고원 습지는 바람이 많이 불어 눈이 깊게 쌓이지 않고 쌓인 눈도 관목가지 위로 쌓여 있기 때문이다.
여기 빠질 경우 성인 허리 깊이 이상 빠지게 되어 위험하다.
눈삽으로 파보면 대부분 50㎝~1m 정도 쌓인 눈 밑은 관목가지들이 어지럽게 엉켜 있거나 텅 비어 있다.
목도가 있기는 하지만 눈이 쌓여 보이지 않고 목도 초입과 카제후키오오이케(風吹大池)와 노리쿠라다케 갈림길에 박힌 대나무만 볼 수 있다.
노리쿠라다케 대설벽 앞까지 5분 만에 도착했다.
아마 걸어 왔으면 20분은 걸렸을 것이다.
여기서 스키를 다시 배낭에 메고 아이젠을 착용하고 대설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중간 지점부터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숨이 찬다.
잠시 멈추어 뒤돌아보니 반 정도 올라왔다.
심호흡을 한번하고 다시 발길을 재촉해 본다.
얼마간 더 오르자 관목과 바위가 보이기 시작한다.
관목이 있는 곳에서부터 경사가 완만해지고 전면에 눈 위로 안산암(安山岩)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조금 더 오르자 평지의 중앙에 커다란 케른이 있고, 비로소 노리쿠라다케의 표식이 보인다.
왼쪽으로 바위지대를 돌아가자 라이쵸자카(雷鳥坂)의 부드러운 설능이 코렌게야마(小蓮華山·2769m)로 이어지는 대설계가 시야에 들어온다.
거센 바람의 영향으로 낮게 깔린 관목지대까지 나아가 식수와 행동식을 먹으며 주변 경치를 감상하고 기념사진도 몇 장 찍고는 출발 준비를 한다.
스키를 신고 노리쿠라다케 대설벽의 경사면까지 천천히 미끄러져가서 밑을 바라보니 텐구파라 설면과는 확연히 경사 차이가 난다.
노리쿠라다케 대설벽을 쏜살같이 내달려 설면 오른쪽으로 횡단해서 신사에서 멀리 떨어진 사면을 돌아 텐구파라 사면의 중앙부로 나아가 설동에 도착, 식량과 연료를 묻고 장비를 챙겨 스키를 타고 츠가이케시젠으로 향했다.
스키 활강 중 아래로 츠가이케산소(梅池山莊)와 츠가이케휘테(梅池ヒュッテ)의 지붕 일부만 눈 속에 드러나 있어 이곳이 얼마나 눈이 많은 곳인지를 대변해 주는 듯하다.
실제 산장과 온천 건물은 가까이 가서 보면 상당히 큰 건물이다.
산장 앞에 도착해서 배낭을 내려놓고 GPS와 지도, 식수만 들고 곧바로 츠가이케시젠(梅池自然園) 습지를 가로질러 시로우마 삼산·대설계전망대로 향했다.
시로우마 삼산과 대설계의 장중하고 아름다운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습지를 가로질러 가는 동안 오른쪽으로 노리쿠라다케의 거대한 남측 사면으로 스키 트레일이 몇 개 보인다.
아마도 상당한 수준의 스키어나 보더들일 것이다.
남측 사면은 매우 급경사인데다 그 길이가 1㎞가 넘는 곳이다.
습지를 지나 전면 경사면에 이르자 코렌게야마(小蓮華山·2769m)로 이어지는 눈 덮인 거대한 능선이 펼쳐진다.
그야말로 장관이다.
언덕을 올라서자 작은 습지가 있는 평지가 나오고 이곳부터는 시로우마 삼산과 대설계가 엄청난 위용으로 눈앞에 펼쳐진다.
깎아지른 절벽과 대설계가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작은 습지를 지나 또 다시 경사로에 접어들 무렵 강한 바람과 함께 가스가 몰려들기 시작한다.
5분도 지나기 전에 시야가 제로에 가까워졌다.
한참을 서서 시계가 좋아지길 기다려 보지만, 바람은 더욱 거세지고 바람에 날린 눈가루가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로 몰아쳐서 츠가이케산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런데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았다.
방향을 잡을 수 없어 GPS을 꺼내 지나온 트랙 경로 중 츠가이케산소 방향을 확인하고 목표 설정을 한 후에 1시간 걸려 간 거리를 1시간 30분 만에 돌아왔다.
츠가이케산소에 도착하니 시야는 많이 좋아졌다.
시계를 보니 오후 12시 30분이다.
산장 옆으로 누군가 파놓은 구덩이에서 즉석국을 끓여서 점심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며 바람이 잦아들기를 기다려 본다.
오후 2시가 되었는데도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바람은 더욱 거세게 불어서 장비를 챙겨 하산하기로 하였다.
츠가이케시젠 입구에서 계곡을 따라 요리 조리 나뭇가지를 피하며 스키를 타고 조심스럽게 20분 정도 내려가자 곤돌라 스테이션이 나타났다.
곤돌라를 타고 스키장 입구에 내려서 다테야마 산장으로 전화를 하고 잠시 기다리자 산장 형수님께서 직접 차를 몰고 오셔서 반기신다.
예상 밖의 형수님 모습에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산장으로 돌아와 짐 정리를 하고 또다시 스키등반 계획을 세우며 하루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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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우마치 산악박물관에서 바라본 우시로다테야마 연봉. |
Information
노리쿠라다케와 텐구파라 스키투어 길잡이
노리쿠라다케와 텐구파라에서 하산할 때는 3월 말까지는 스키장 입구까지 눈이 있어서 스키를 타고 바로 하산할 수 있으나 4월에는 스키장 중간까지 눈이 녹아 곤돌라를 타고 하산해야 한다.
이곳은 다테야마 무로도다이라(室堂乎)와 달리 해가 빨리지는 곳이기 때문에 3~4시경이면 운행을 중단하고 야영 준비를 해야 한다.
설동을 파지 않고 텐트를 친다 하더라도 눈을 파내 바닥을 다듬고 텐트 주변으로 눈 벽을 어느 정도 쌓아야 저녁에 부는 강풍에 텐트가 안전하다.
야영지 만드는 작업에만 보통1~2시간 정도 걸린다.
츠가이케고겐 스키장의 곤돌라 1회권 1000엔, 리프트 1회권 300엔.
티케팅시 배낭을 메고 가서 표를 사면 짐 값이 추가돼 곤돌라는 1360엔, 리프트는 360엔을 받는다.
하쿠바무라에서 츠가이케고겐 스키장 곤돌라 스테이션까지는 버스가 있기는 하지만 2인 이상이면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하쿠바역~스키장 2800엔, 다테야마산장~스키장 2600엔.
츠가이케고겐 스키장을 거쳐서 노리쿠라다케와 시로우마오오이케(白馬大池)을 지나 시로우마다케(白馬岳) 정상과 대설계로 이어지는 2박 3일의 스키등반 코스와 렌게온센(蓮華溫泉)으로 내려가는 1박 2일의 스키 등반도 가능하다.
야영 등반시 텐트와 함께 동계등반 장비와 스노바를 준비해야 한다.
어디나 온천이 산재해 있어 산행 후에 온천욕으로 피로를 풀 수 있다.
한국인 노운석씨가 운영하는 다테야마 산장에서 숙식이 가능하다.
81-261-72-5661.
www. tateyama. co.
kr 한국에서 하쿠바(白馬)로 가려면 가까운 도야마까지 아시아나항공이 주 3회 운항한다.
월요일과 토요일은 오전 11시 40분 출발, 수요일은 오후 5시 출발이다.
①노리쿠라다케 평원에서 츠가이케시젠 습지로 내려오는 급사면으로 최대 경사 약 55°, 거리 약 1.5㎞로 수준급의 실력을 가진 스키어만이 도전할 수 있는 곳이다.
눈사태 위험이 높은 곳으로 반드시 눈사태 구조용 발신기를 착용하고 들어가야 한다.
출발 지점 주변에 커니스가 형성되어 있다.
②③노리쿠라다케 평원에서 가장 많은 스키어들 이용하는 코스로 최대 경사 약 45°, 거리 ②약 500m ③약 800m ③코스는 상부에 커니스가 형성돼 있으므로 눈사태에 주의하면서 활강해야 한다.
④⑤텐구파라에 오는 스키어의 90% 이상이 이곳으로 활강하여 스키장 입구까지 15㎞ 이상 거리를 하산한다.
보통 아침 일찍 산행을 시작해서 스키로 하산하면 오후 5시경이면 스키장 입구에 도착할 수 있다.
눈사태 위험이 매우 적고 안전한 코스다.
⑥시로우마 삼산·대설계 전망대 투어 후에 돌아오는 길에 활강할 수 있는 코스로 경사가 완만하고 거리는 600m 정도.
우시로다테야마 연봉 최고의 절경을 감상하며 스키등반을 할 수 있는 코스다.
⑦코렌게야마(小蓮華山·2769m)로 이어지는 능선 초입에 있는 곳으로 라이쵸자카(雷鳥坂)의 부드러운 설계에 현혹되어 잘못 들어가면 사고 가능성 99%인 코스로 여기저기 바위가 노출된 절벽이 있고 눈사태 위험이 높은 지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