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바로 행복
청마 유치환의 『행복』은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라고 했다.
사랑하는 이에게 즐겁고 다정한 인사를 전하는 일.
그래서 시는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라고 끝을 맺고 있다.
독일 시인 헤르만 헤세는 『행복』에 대해,
"모든 소망을 단념하고
목표와 욕망도 잊어버리고 행복을 입밖에 내지 않을 때"
그제야 세상일에 마음 괴롭지 않고
영혼은 평화를 찾게 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순간이 아마 행복한 순간이라는 뜻이겠지요.
내려 놓을 때 비로소 얻게 되는 것.
그러고보면 클로버의 비유도 떠오르네요.
우리가 '행운'을 상징하는 네 잎 클로버를 찾아 헤매지만,
실상 우리 주변에 널린 세 잎 클로버,
그게 바로 '행복'이라고요.
평생을 노동자의 벗으로 살았던 시인 칼 샌드버그는
아무리 가난하고 힘겨운 삶이라 하더라도
살아 있는 일상에서 함께하는 시간 속에
가장 반짝이는 생의 환희가 있음을 포착한다.
행복
칼 샌드버그 (Carl Sandburg)
난 인생의 의미를 가르치는 교수님들을 찾아가
행복이 무엇인지 물어보았습니다.
수천 사람들의 일을 지휘하는 유명한 경영자들도 찾아보았습니다.
이들은 다들 고개를 내저으며 내가 놀리기나 한다는 듯
미소만 지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일요일 오후
나는 데플레인즈 강가를 어슬렁거리던 중
헝가리인들 한 무리가 나무 아래에서 아내와 애들을 데리고
놀고 있는 걸 보았습니다.
큰 맥주통과 손풍금을 곁에 두고서.
행복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상사에게 야단맞고 부인은 늘 잔소리고, 사는 게 재미없었습니다.
그는 행복의 나라로 가기로 했습니다.
걷고 또 걸어 이제 사흘만 가면 행복의 나라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 장난 꾸러기 요정이
그의 구두코를 반대방향으로 돌려놓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구두코가 향한 대로 사흘을 걸어간 그는
드디어 행복의 나라에 도착했습니다.
그 나라에는 아침에 나갈 직장이 있고,
곁을 지켜주는 아내가 있어 그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행복의 조건은 세 가지 라고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
내일의 희망,
내가 할 수 있는 일.
당신이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구두코를 반대 방향으로 놓아 보십시오.
...우리를 몰아치는 무한경쟁과 무한성장은
나눔이 없이는 그 자체로 고통입니다.
욕심을 줄이고 더 비우면서 함께하는 삶 속에 행복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용기와 결단을 필요로 하는 일.
지금 이 순간 소중한 이와의 대화, 웃음, 노래, 차 한 잔.
어떤가요?
어제보다 오늘 더 행복한가요?
- 생활성서 2023년 9월호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