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 개봉 / 108분 / 미성년자관람불가>
=== 프로덕션 노트 ===
감독 : 파블로 라라인
출연 : 루이스 그네코 &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 메르세데스 모란
나의 친애하는 도망자 ‘파블로 네루다’
당신의 존재를, 당신의 언어를 사랑하게 되었다
권력에 저항한 정치인이자 민중을 대변하는 칠레의 전설적인 시인 ‘네루다’.
공개적으로 정부를 비난한 그를 잡아오라는 대통령의 명령을 받은 비밀경찰 ‘오스카’는 도피를 위해 아내 ‘델리아’와 함께 은둔생활을 하는 ‘네루다’의 흔적을 밤낮 없이 쫓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은둔생활이 길어질수록 ‘네루다’는 세계적 영웅이 되어가고, 그를 잡아야만 하는 ‘오스카’조차 그가 남긴 책 속 문장들에 매료되고 마는데…
=== 제작 노트 ===
CATCHING POINT 1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창적 연출
칠레의 전설적인 시인이자 민중영웅인 파블로 네루다
그를 재해석하는 도전적인 실험을 만난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칠레의 전설적인 시인이자 정치인, 민중운동가인 ‘파블로 네루다’에 대한 독창적인 재해석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영화 <네루다>가 국내 관객들을 찾아온다.
1904년 칠레에서 태어난 파블로 네루다는 본명인 ‘네프탈리 리카르도 레이에스 바소알토’가 아닌 열여섯 살부터 스스로 지은 이름 ‘파블로 네루다’로 수많은 시를 써왔다. 또한 외국 주재 칠레 영사로 세계 각지에서 생활하며 다양한 문화권을 경험한 그는 칠레 공산당에 입당하여 상원의원에 당선되는 등 작품활동 만큼이나 활발한 정치활동을 했다. 특히 그는 칠레 대통령을 비롯한 기존 정치권과 대립각을 세웠는데, 1948년 상원 연설에서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한 이유로 체포영장이 발급되어 외국 망명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아르헨티나, 멕시코,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세계 곳곳을 떠돌아다니다 1952년 고국 칠레로 돌아온 파블로 네루다는 왕성한 시 창작활동으로 격정적이고 정열적이면서도 정치적인 색채를 띤 시를 비롯해 역사를 소재로 한 서사시, 사랑을 노래한 서정시 등 다층적이고 다양한 작품 세계를 펼쳤으며, 그 문학적 성과를 인정받아 1971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2년 뒤 여전히 암울했던 칠레의 정치적 상황 속에서 좌절한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던 그는 암으로 사망하게 된다.
영화 <네루다>는 이렇게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실존 인물 ‘파블로 네루다’의 일생에서 가장 격정적이었다고 할 수 있는 한 시기를 집중 조명한다. 바로 1948년, 그의 도피와 망명 생활이 시작되던 때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때의 사실 그 자체를 담은 전기영화는 아니다. 파블로 라라인 감독은 “시인의 면면을 다 진지하게 표현하려고 한 게 아니어서, 전기영화라고 할 수는 없다. 사실 그런 표현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새로운 관점으로 캐릭터를 만들어서 영화에 그걸 담으려고 했다. 이 방식으로 관객은 네루다와 그의 시, 그의 기억, 그리고 냉전시대 공산주의 이데올로기 등의 이야기에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고 연출 의도를 밝힌 바 있다.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허구의 인물인 비밀경찰 ‘오스카’를 통해 ‘네루다’라는 인물을 이해하는 동시에 재구성하려는 독창적인 시도를 보여준다. “문학과 정치의 환상적인 공명을 통해 매혹적 작품을 완성시켰다”(Wall Street Journal), “시에 관한 정치적 영화, 그리고 정치인에 관한 시적인 영화! 전통적 의미의 ‘전기영화’와는 매우 다른 독창성이 있다”(EL PAIS) 등 해외 유력 언론의 호평과 찬사를 받은 <네루다>의 실험적이고도 놀라운 기획이 국내 관객들에게는 어떻게 다가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CATCHING POINT 2
전 세계 평단을 매료시킨 지적인 각본
도망자의 언어를 사랑하게 된 추적자, 그는 주연인가 조연인가?
역사상 가장 야심적인 스토리텔링을 만난다
“훌륭한 연기와 지적인 각본이 빛나는 작품!”(Toronto Star), “새로운 아이디어와 활기찬 에너지로 가득한 영화! 이 위험한 도전은, 기꺼이 받아들일 만하다!”(the Guardian), “시적이면서도 서정적인 동시에 예술적이면서도 솜씨 있게 만들어진 작품”(TheWrap), “역사상 가장 야심적인 스토리텔링! 파블로 네루다의 모든 면모를 잡아냈다”(IndieWire) 등의 찬사를 이끌어내며 전 세계 평단을 매료시킨 영화 <네루다>의 매력적인 스토리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네루다>는 정치 보복을 피해 도피하는 전설의 시인 ‘네루다’와 그를 체포하라는 임무를 받은 비밀경찰 ‘오스카’가 추적 과정에서 서로의 존재를 의식하며 매료되어가는 과정을 내밀한 심리묘사로 그려낸 작품. 비밀경찰의 추적을 따돌려야 하는 네루다는 일부러 자신의 책에 서명과 메시지를 남김으로써 비밀경찰을 오히려 도발하고, 전설의 시인을 죄인으로 만들어야 하는 비밀경찰 오스카는 오히려 그가 남긴 책 속 문장에 빠져들게 된다. 모두가 사랑하는 시인을 쫓아야만 하는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한 비밀경찰은 소설 속 추적자와 도망자의 이야기에 점점 몰입하게 되고, 급기야 현실과 허구의 경계마저 허물어지게 된다. 파블로 라라인 감독이 역시 실존인물인 재클린 케네디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다뤘던 전작 <재키>에서도 보여주었던 회상과 현재, 기록과 허구, 행동과 심리의 교차를 통해 관객들이 캐릭터의 상황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해주었던 치밀하고도 섬세한 연출이 <네루다>에서도 빛을 발한다.
“파블로 네루다는 복잡하고 강렬하며, 그 반경이 엄청난 문학가이다. 그래서 그를 어떤 한 개의 범주로 규정한다거나 한 편의 영화로 그와, 그의 작품을 설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쫓기는 네루다, 그리고 이를 뒤쫓는 경찰, 그리고 이런 추격전과 연관된 문학적 전설을 그 얘기로 선택한 것이다. (…) 이 방식으로 관객은 네루다와 그의 시, 그의 기억, 그리고 냉전시대 공산주의 이데올로기 등의 이야기에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파블로 라라인 감독의 말처럼, <네루다>를 관람하는 관객들은 어느새 오스카가 네루다의 소설과 현실 사이에서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추적의 과정을 관객들 역시 실제의 역사와 영화의 허구적 진실을 끊임 없이 상기하며 함께 몰입하게 될 것이다.
CATCHING POINT 3
전 세계 20여개 영화제 최우수작품상, 외국어영화상 등 노미네이트
끝없이 이어지는 평단과 언론의 찬사
남미의 뉴 시네아스트 파블로 라라인 감독 신작을 만난다
이제 막 40대에 접어든 남미의 젊은 감독 파블로 라라인이 <노>로 제65회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되어 아트시네마상을 수상하고, 그 해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최종 후보로 뽑히며 세계에 이름을 각인시킨 데에 이어 신작 <네루다>로 또 한번 제69회 칸영화제 감독주간 초청은 물론 전 세계 20여개 영화제에 최우수작품상과 최우수외국어영화상에 노미네이트 되며 명실상부 시계가 주목하는 뉴 시네아스트임을 증명했다.
영화 <네루다>는 칠레의 전설적인 시인이자 정치인, 민중운동가였던 ‘파블로 네루다’에 대한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재해석으로 관심을 모은 작품으로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매력적인 연출을 선보인다. 정치 보복을 피해 은둔과 도피 생활을 시작한 ‘네루다’와 대통령의 명령으로 그를 쫓는 비밀경찰 ‘오스카’가 추적 과정에서 서로를 의식하며 점차 서로에게 매료되어 가는 과정을 내밀한 심리묘사로 그려냈다. 파블로 라라인 감독은 “네루다를 쫓는 경찰 오스카도, 그에게 늘 쫓겼던 네루다도 영화가 끝날 때에는, 처음 시작했을 때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 된다. 네루다가 자신의 세상을 만들어냈듯이 우리도 새로운 세상을 만들었다. 이 영화는 네루다에 대한 영화라기보다는 네루다식의 영화(a “Nerudian” film)일 수 있다. 아니, 혹은 그 두 가지 다 해당될 수도 있다. 우린 네루다가 읽고 싶어 했을 것 같은 그런 얘기를 만든 것이다”라며 독특한 연출 방식을 선택한 의도가 네루다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에서 비롯되었음을 밝혀 더욱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더한다.
“역사상 가장 야심적인 스토리텔링! 파블로 네루다의 모든 면모를 잡아냈다”(IndieWire), “현대 영화계에서 가장 독창적인 남미 출신 감독인 파블로 라라인! 그는 <네루다>를 통해 세계적 감독이 될 것이다”(The Hollywood Reporter) 등의 찬사를 받으며 현재 전 세계 평단과 언론이 주목하는 뉴 시네아스트의 진가를 생생하게 목도하게 될 <네루다>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CATCHING POINT 4
팜스프링스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
섬세함과 몰입으로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배우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의 인생 연기를 만난다
영화 <네루다>는 정치 보복을 피해 은둔과 도피 생활을 시작한 전설적인 시인 ‘네루다’와 그를 쫓는 비밀경찰 ‘오스카’가 추적 과정에서 서로를 의식하며 점차 서로에게 매료되어 가는 과정을 내밀한 심리묘사로 그려낸 추적심리드라마. 베니스영화제 신인연기상, 시카고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 등을 수상하며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수면의 과학>, <눈 먼 자들의 도시>, <레터스 투 줄리엣> 등의 영화를 통해 국내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이 도망자의 언어에 매료된 추적자 ‘오스카’ 역으로 열연을 펼쳐 팜스프링스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이 알려지며 주목 받고 있다.
1988년 칠레를 배경으로 군부 독재를 8년 더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국민투표와 찬반 광고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 <노>(2012)를 통해 파블로 라라인 감독과 인연을 맺은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은 광고회사 직원으로 군부독재 반대 TV캠페인을 만드는 ‘르네’ 역에 이어 <네루다>의 비밀경찰 ‘오스카’로 분해 또 한번 역사의 현장 속에 존재했을지도 모르는 허구의 인물을 연기했다. 파블로 라라인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 “우리는 신기하고 거대한 인간이라는 바다를 항해하듯이 작업을 했다. 파블로 라라인은 배우를 잘 아는 감독이고, 그래서 나는 이 감독을 좋아한다”고 밝힌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은 ‘오스카’를 연기하는 과정에 대해서 “오스카는 한쪽 눈을 반쯤 감은 채, 잠도 서서 잘 것 같은 느낌을 주고, 항상 같은 옷을 입고, 보통 사람들이 하는 일반적인 질문과 대답도 하지 않는 그런 인물이다. 그는 네루다처럼 살아있는 매순간을 시로 창조해내는 인물을 통해서만,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시인을 미워하기 위해 이 경찰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는 자신에게 스스로 현혹된다. 이것이 ‘오스카’라는 인물을 뜨겁게 만들어낼 수 있는 열쇠가 됐다”고 이야기해 그가 캐릭터와 스토리에 얼마나 몰입했는가를 보여주기도 했다. ‘네루다’ 역을 맡은 루이스 그네코는 “영원한 자신만의 입지를 만들려고 하는 시인이 읊어내는 언어 속에서, ‘오스카’라는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 숨쉴 수 있도록 만드는 데 그는 성공했다. 이것은 시나리오에서 기대하지 못 했던 성과였다. 자기 확신과 재능이 있는 배우였기에, 이런 미묘하고 섬세한 감정 표현과 대담한 게임을 하는 역할을 당당하게 해나갈 수 있었다”고 밝혀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의 연기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매 작품마다 캐릭터에 완벽히 몰입해 녹아드는 연기를 보여준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이 또 한번 인생 연기를 펼친 <네루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DIRECTOR’s INTERVIEW
Q: 왜 네루다를 소재로 했는가?
A: 파블로 네루다는 복잡하고 강렬하며, 그 반경이 엄청난 문학가이다. 그래서 그를 어떤 한 개의 범주로 규정한다거나 한 편의 영화로 그와, 그의 작품을 설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쫓기는 네루다, 그리고 이를 뒤쫓는 경찰, 그리고 이런 추격전과 연관된 문학적 전설을 그 얘기로 선택한 것이다. 영화 <네루다>는 허구적인 전기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전기 영화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일단, 그 시인의 면면을 다 진지하게 표현하려고 한 게 아니어서, 전기 영화라고 할 수는 없다. 사실 그런 표현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새로운 관점으로 캐릭터를 만들어서 영화에 그걸 담으려고 했다. 이 방식으로 관객은 네루다와 그의 시, 그의 기억, 그리고 냉전 시대 공산주의 이데올로기 등의 이야기에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Q: 예술가로서의 네루다가 1940년대 칠레를 어떻게 경험하는지, 그 부분은 어떻게 접근했나?
A: 도주를 하면서, 네루다는 [모두의 노래]라는 시집을 썼다. 시대의 아픔과 이상을 노래한 대서사시집이다, 양도 엄청난 데다가, 그 가치가 대단하며, 한편 위험한 책으로 보일 수 있다. 이 책은 그가 탈출하는 과정에서 보고 겪은 모든 것에서 영감을 받아 쓴 시들의 모음집이다. 이 책에는 분노의 표현도 많고, 말도 안 될 것 같은, 실현될 거 같지 않은 생각 등이 가득하고, 이 모든 것은 위기에 처한 라틴 아메리카를 묘사하고 있다. 즉, 분노와 절망을 가득 싣고 있다. 네루다는 전쟁, 분노, 시를 담은, 매우 정치적이며 거대한 책을 써낸 것이다. 이 책을 매개로 해서, 관객은 상상 속 추격 장면에 함께 할 수 있게 된다. 이 시인과 그의 작품이 그렇듯이, 이 영화 또한 예술과 정치를, 영화적이고 문학적인 관점에서 조명하고 있다.
Q: 왜 네루다가 도주하는 내용을 소재로 선택했는가?
A: 네루다는 범죄 소설을 좋아했다. 그래서 영화는 로드 무비로 보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면서 정치적인 요소도 있고, 캐릭터 변화 및 웃음의 요소와 부조리함도 곳곳에 깔려 있다. 영화의 장면 안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은, 계속 변형되면서, 영화 이해를 도와주는 과정이 된다. 네루다를 쫓는 경찰 오스카도, 그에게 늘 쫓겼던 네루다도 영화가 끝날 때에는, 처음 시작했을 때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 된다. 네루다가 자신의 세상을 만들어냈듯이 우리도 새로운 세상을 만들었다. 이 영화는 네루다에 대한 영화라기보다는 네루다식의 영화(a “Nerudian” film)일 수 있다. 아니, 혹은 그 두 가지 다 해당될 수도 있다. 우린 네루다가 읽고 싶어 했을 것 같은 그런 얘기를 만든 것이다.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Q: 라라인 감독과 두 번째 작품인데, 이번 작품이 어떤 면에서 새로운가? 어떻게 이 작품을 하게 됐나?
A: 첫 작품을 할 때는, 잘 만들어진 영화 팀에 낙하산을 타고 쉽게 내려간 것 같았다. <노(No)>라는 영화로 파블로 라라인 감독을 처음 만났는데, 감독의 호기심과 본능으로 시작한 그 작품에서 아웃사이더인 내가 <노(No)> 영화를 위한 창의적 팀의 일원이 되게 해주었다. 이번 영화는 네루다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는데, 여전히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일했다. 흥에 겨워 일했으며, 그러면서 우리가 프로임을 잊지 않았다. 난 네루다의 작품에 대해서만 말하는 것이다. 그런 광범위한 차원의 삶을 살아간 시인에게, 그의 작품은 그가 평생에 걸쳐 만든 창조적 산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신기하고 거대한 인간이라는 바다를 항해하듯이 작업을 했다. 파블로 라라인은 배우를 잘 아는 감독이고, 그래서 나는 이 감독을 좋아한다. 재능이 많은 감독이다. 감독은 우리가 위험을 무릎 쓰고 연기하는 것을 늘 지켜보았고, 때로는 편집실에서 정신없이 매몰되어 일했다. 그런 이유도 있었고, 또 촬영을 하면서 함께 만들어간 우정으로 인해서, 그의 잠재력을 더 알게 되었다. 감독의 섬세하고 대범한 연출력 덕택에, 이 영화의 엄청나게 중요한 장면을 작업할 수 있었다. 안데스 산맥을 넘는 눈 덮인 들판의 장면에서 일어나는 충격적인 장면을, 절묘하게, 숭고한 시(poetry)에 초점을 맞춰 영상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눈밭에서 그런 장면을 연출하는 용기와 재능을 겸비한 감독은 거의 없다. 파블로 라라인은, 쉽게 헤아릴 수 없는 차원의 연출을 보여준다.
Q: 오스카라는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할 수 있었나? 그는 먹잇감(네루다)을 쫓는 헌터(경찰)인데, 먹잇감도 이 헌터를 필요로 하고, 이 헌터 또한 먹잇감을 원하지 않는가?
A: 질문이 흥미롭거나 위험하고 미묘할 때, 나는 몸이 먼저 반응한다. 이런 몸의 반응을 통해서, 혹은 더 전문적인 표현으로 하면, 인물화(characterization)를 통해서, 오스카 페룰쇼노라는 인물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는 영화 속에서 건달 같은 인간이지만, ‘위대한 경찰’이 되려고 집착한다. 또 가슴에 원망을 품은 채,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는, 필름 느와르 캐릭터로 탄생한다. 그는 한쪽 눈을 반쯤 감은 채, 잠도 서서 잘 것 같은 느낌을 주고, 항상 같은 옷을 입고, 보통 사람들이 하는 일반적인 질문과 대답도 하지 않는 그런 인물이다. 감독과 함께 이 인물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는데, 우리가 이 인물을 창녀의 아들로 정하는 순간 날개를 달 듯, 캐릭터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 ‘사회에서 버림받은 자, 즉 추방자의 귀환’으로 설정한 것이다. 그는, 네루다처럼 살아있는 매순간을 시로 창조해내는 인물을 통해서만,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럼 시인을 미워하기 위해서 이 경찰은 뭐를 해야 하는가? 그는 자신에게 스스로 현혹된다. 자화자찬 한다. 전후 보수주의의 전형적인 인물로, 자신의 불안한 입지를 억울하게 생각하면서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오스카 페룰쇼노 라는 인물을 뜨겁게 만들어낼 수 있는 열쇠가 됐다.
Q: 이 영화는 이 시대 영화적인 흐름에 맞을 수 있는가?
A: 이런 스타일의 영화가 현재로서는 매우 적은 편이다. 시인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자유로운 스타일의 전기적인 영화라는 형식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말하고 싶은 건,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 부분인데, 영화가 바로 시적인 언어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영화는, 감정과 지적인 내러티브를 표현하는 환상적 공간이 아닌가. 원하는 것을 말하려면 언어(word)에만 의지할 수는 없다. 그런데 이 영화의 시작점이 바로 그 언어이다. 그리고 그 위험한 언어는, 누군가를 사랑에 빠지게 하고,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낸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캐릭터들은 회오리바람에 갇히는 느낌이다. 그들은 시적인(poetic) 표현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서 힘들어한다. 그러나 시인은 자신의 언어로 신화와 진실을 동시에 표현하고, 그걸 관객에게 전달한다. <네루다>처럼 흥미 진진하면서도 그렇게 그런 (시적인 언어의) 항해가 가능한 그런 영화를 찾을 볼 수는 없다.
루이스 그네코
Q: 네루다처럼 유명인을 연기한 소감과 의미는?
A: 네루다라는 인물에 접근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를 말하기 전에 허구의 인물이 아닌, 진짜 생존했던 사람을 연기하는 것에 대해서 스스로에게 묻고 생각한다. 어떤 인물을 연기하는 것은, 처음부터 내가 무엇을 모두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이미 섬세하게 만들어 놓은 줄을, 내가 따라가는 느낌이다. 이 영화에서 바로 그랬다. 연기라는 것은, 그 선을 따라 그리는 데 필요한 모든 재료를 준비해서, 때로는 기존의 선을 수정하기도 해야 하고, 또 당연히 그 선을 지켜나가는 것까지도 다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대사(dialogue)'가 만들어진다. 이것은 늘 위험한 과정이기도 한데, 배우는 이 테두리 안에서 먹고 살아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네루다를 연기한다‘는 것이, 나한테는 정말 ’아니다‘(wrong)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이 작업을 시작할 때, 처음에 괴로운 느낌이었다. 당시 그 시대 위대한 예술가의 완벽한 본보기가 되는 이런 거목, 위대한 시인의 삶을 이해하려고 하면 할수록, 나는 멍해지는 것 같고 혼란에 빠져버렸다. 나는 그저 수박 겉핥기식으로 가까스로 약간만 알아낼 수 있을 뿐이었고, 비틀거리면서 겨우 시작할 수 있었다. 그의 광대한 질곡의 삶 중 일부를 알아내는 것 이상은 불가능했다. 역설적이지만, 감정과 감성이 예민한 인간일수록, 관능적이며 쾌락적이고, 동시에 정치적으로 헌신적이고 매우 활동적이다. 또 머리가 좋고, 어린 시절부터 의지가 강하고 때로는 약하고 피상적이기도 하다. 용감하고 모험심이 강하며, 그러면서도 품격이 있다. 그런 인물은 천재로서 빛이 나는 축복을 받았으며, 열정의 신(muse) (그런 게 있다면 말이다)에게 영감도 받았다. 네루다의 경우는 여기에다가 고집이 세고 맹목적이기도 했다. 이렇게 복잡하고, 어렵고, 좀 멋대로 이기도 한, 그러나 뭔가로 삶이 아주 풍성한 네루다의 전기를 연기하겠다고 도전하면서, 감독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이 도전을 받아들이는 순간, 결국 내 연기의 결과물은 내 손을 떠난 것이고, 그 결과물에 만족하겠다고 대답한 것과 같다.
Q: 감독 파블로 라라인은 네루다 역할을 만들어내는 데 어떤 역할을 했나?
A: 그는 배우가 대본을 어떻게 이해하고, 그 역을 소화해가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는 이해력이 뛰어난 감독이다. 대본을 물속이라고 한다면, 배우는 다이빙을 하는 것인데, 감독은 이 배우가 어디에서 다시 물 위로 떠오를지 이해하고 그걸 예측하는 능력이 있다. 그는 인내심을 갖고, 배우를 이해해주고, 이 모험에 함께 했다. 감독은 자신을 친밀하게 보여주면서, 그렇게 해서 배우에 대한 공감력도 깊어졌다. 매일 세트장에 나가서, 배우인 나는 그 감독과 한 팀이 되는 거다. 감독은 지치지 않고 일하면서, 내가 가져간 재료를 이용해서 옷감을 짜도록 도와준다. 그래서 끊임없이 옷감을 짜는데, 생각하지 못했던 곳에서 옷감이 튀기도 한다. 아까 말한 것처럼, 처음에는 네루다라는 캐릭터를 아주 깊이 이해할 수 없이 작업을 해야 하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감독과 이 작업을 함께 하면서 부담에서 시원하게 벗어날 수 있었다. 감독은 이 옷감 짜는 일에 자신은 어떤 고정된 플랜을 세운 게 아니란 걸 내게 알려줬다. 옷감을 짜려는 나의 의지, 그리고 옷감을 짜면서 1천 번 짜고 풀고를 거듭한다고 해도, 우리 둘이 그 모든 것을 안고 마지막까지 함께 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한 확신과 의지, 그것만이 필요하다고 감독이 내게 알려준 것이다.
Q: 메르세데스 모란(델리아 역),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오스카 역)와 함께 연기한 경험에 대해서 한마디
A: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과의 작업은 신선한 경험이었다. 그는 다재다능하며, 대단한 배우다. <네루다>에서 그는 마치 게임에 말려들어가듯 몰입해서 연기했다. 영원한 자신만의 입지를 만들려고 하는 시인이 읊어내는 언어 속에서, ‘오스카’라는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 숨쉴 수 있도록 만드는 데 그는 성공했다. 이것은 시나리오에서 기대하지 못 했던 성과였다. 보잘 것 없는 존재가 갖는 감정 상태와, 어떠한 절박함. 이 두 가지 감정의 경계선에서 캐릭터를 살게끔 했다. 가엘처럼 자기 확신과 재능이 있는 배우였기에, 이런 미묘하고 섬세한 감정 표현과 대담한 게임을 하는 역할을 당당하게 해나갈 수 있었다. 가엘은 자신의 재능을 즐길 줄 아는 배우고, 지적이며, 예민하며 자신과 타인의 감정 변화에 귀 기울일 줄도 안다. 그와 함께 작업을 계속할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것이다. 메르세데스 모란에 대해서 말하자면 이 영화에서 내가 조명한 네루다는 여러 가지로 메르세데스 모란이 연기한 델리아라는 인물이 만들어준 것이기도 하다. 눈부시게 훌륭한 연기를 하는 그녀는, 고도의 집중력을 갖고 묵묵히 작업했다. 놀라운 재능을 가진 배우다. 그녀처럼 예민하고 섬세한 감각과 능력으로 일하는 배우를 본 적이 없다. 그녀가 연기한 아르헨티나 화가는, 네루다가 그러한 전설적인 시인이 되는 데 크게 일조한 여인이며, 진실하고 감동을 주는 캐릭터이다. 카메라 앞에 선 그녀를 보면서, 놀라운 절제미에 감탄했고, 연기자로서 절대 신뢰감을 느꼈다. 마치 마스터클래스 레슨을 하는 것만 같았다. 요약하면, 나는 이번 작업을 하면서 내가 뭔가를 선택하고, 달려가고, 때로는 우회할 때, 그게 잘하는 건지 확신이 안 서기도 했지만, 이렇게 열심히 개미처럼 일하는 모란이라는 배우와 함께 할 수 있어서, 내 연기생활이 풍요로워진 것은 확실하다.
메르세데스 모란
Q: 델리아는 영화 속에서 어떤 인물인가?
A: 델리아는 삶에서 사랑을 찾는 인물이고, 그녀가 네루다에게는 주는 사랑은 무한, 무조건적이다. 마치 모성애와 같다. 또 그녀는 대단한 예술가이기에 시인의 재능을 알아본다. 그녀는 네루다의 조수, 거의 오른팔처럼 보인다. 그의 작품을 편집하고 그렇게 해서 작품의 무게감이 더해진다. 그녀는 자신이 [모두의 노래]의 공동 작가처럼 느낄 정도이다. 그녀는 여성으로서 그리고 동지로서 그와 함께하려고 한다.
Q: 델리아의 이상은 네루다의 정치적 역할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A: 델리아의 생각이 네루다에게 큰 영향을 주는데, 사실 그가 공산당에 입당하도록 설득한 것이 그녀이다. 이것은 그녀의 이데올로기다. 그녀는 국제 지식인들 모임(international intelligentsia)에 이미 굳건하게 연대한 여성이었다. 스페인에서 그녀는 네루다를 자신의 개인적인 친구들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Federico Garcia Lorca : 시인, 《노래의 책》,《집시 가집》(1928)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피카소 등에 소개한다. 그렇게 해서 혁명의 고통스러운 기간 동안 중간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녀는 유럽적 지식인 엘리트 이전에, 네루다의 최고 커버 레터 역할을 하기도 했다.
Q: 네루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델리아? 그의 정치적 경력 혹은 그의 시?
A: 네루다는 그의 이후의 세대에게 자신을 알리고 싶어 하고, 그래서 그 어떤 것보다도 시인의 경력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델리아를 사랑하지만 그녀를 자신보다 더 사랑하는 건 아니다. 그의 이기적인 면은 그 둘의 관계에서도 나타난다. 그는 끝없이 다른 여자들을 만나고 관계를 맺지만 그렇게 하면서도, 네루다는 더 불만을 갖는다. 델리아는 이 모든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네루다가 델리아와의 관계를 끝내려고 할 때, 그녀는 완전 지쳐 있었다. 영적으로 재정적으로 에너지가 고갈되어 있었다. 그녀의 가진 모든 재산은 그녀의 사랑만큼 컸지만, 네루다, 그의 일, 그리고 공산당에게 그 모든 걸 바친 후였다.
|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08.13 19:49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08.22 11:03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12.17 11:02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12.17 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