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는 정말 정신이 쏙 빠질 정도로 심신이 바빴는데 저녁 무렵 약통을 가져와서 포장하라는 태균이와 보충제 포장을 마치고나니 모든 준비가 끝난 양 급 느긋해졌습니다. 태균이와 준이 30일치를 포장해야 하다보니 보통의 정신이상의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앞에 바짝 앉아서 지켜보며 혹시나 엄마가 하는 실수를 만회해주는 태균이의 번뜩이는 감시눈길이 아주 재미있습니다.
간단하게 배낭 하나씩 메고 가려는 계획인데 그러다보니 배낭이 터질 지경입니다. 겨울직전 옷들이라도 부피가 큰데다가 한달 일정이라 너무 모자라지 않게 넣으려니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도 최소한으로 모자라면 현지조달 방식으로 가야합니다. 커다란 배낭이 3개인데도 역시 마음의 절반의 양 밖에 담질 못합니다.
며칠 이삿짐 정리해보니 그 동안 이고 지고 안고 살았던 살림들이 이토록 많았나 싶습니다. 제주도 내려와서 이래저래 얻었던 물건도 많은데다 그 동안 손도 대지않고 창고에 보관했었던 물건들까지 합류하고 보니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해도해도 끝이 없는 정리정돈. 대략 포기하는 마음으로 여행다녀와서 해야지 하는 쪽으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버릴 것들은 버리지만 창고 속에서 나온 물건들은 새것들이 태반입니다. 제법 이름있는 그릇들도 미사용상태로 그대로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코렐식기들은 미국갈 때마다 특수한 디자인 위주로 자주 사온지라 식기종류별로 넘쳐나고 향후 30년은 식기를 사야할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가위와 문방용 커터칼을 미치도록 선호하는 바람에 수량이 많기는 하지만 정리를 해보니 정말 많습니다. 바쁘게 요리함에 있어 주변에 항상 가위가 포진되어 있어야 해서 눈에 띄는 곳에는 거의 도사리고 있다고 봐야합니다. 근데도 때로 가위를 못찾아 헤매는 때도 많으니 희안한 노릇입니다.
밖에서 오돌오돌 떨 것 같아 화분들을 죄다 안으로 들여놓았더니 집안이 온실같은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한달을 잘 버텨내야 할텐데... 밖에 그대로 두면 비가 자주 내릴테니 좋겠지만 대부분 식물들이 아열대성 성격이라 11월 해지고나면 추위에 힘들어할 것입니다. 명색이 화분인지라 보호해 주는 게 맞는 듯 합니다.
주말 걷기는 이틀 모두 수산한못으로 간단히 대체해 버렸습니다. 여행갈 생각에 주말 의무적 걷기에 대한 강요가 대폭 줄어 다행입니다. 할 일이 너무 많아서 걷기까지 다 하자면 마음이 너무 벅찹니다. 간만에 들른 수산한못의 그윽한 가을 풍경은 역시 일품입니다. 7바퀴 다 돌고 돌아가자 했더니 끝까지 준이를 챙기는 모습은 언제봐도 흐뭇합니다.
어제도 뒤늦게 찾아간 수산한못, 곧 비가 오려는지 먹구름이 바로 머리 위에 있습니다. 일을 너무 무리해서 한 탓에 오른쪽 허리아래 디스크가 와서 걷기가 영 불편해졌으니 어찌해야 될 지... 녀석들 걷는 동안 차 안에서 맘편히 잠도 자봅니다. 새로 이사온 후 밤에 잠은 정말 잘자고 있는데 여전히 잠이 좀 고픈가 봅니다. 오름이라도 갈까봐 배낭 두 개에 과자와 음료수를 챙겨온 태균이, 어째 배낭맨 자세가 우스꽝스럽습니다.
걷기 끝낼 무렵 후룩후룩 쏟아지는 굵은 빗줄기를 뒤로하고 떠나기 전날 행사를 마감합니다. 먼 길 떠나기의 하루는 마음에 비해 늘 실속은 떨어지지만 더 중요한 것은 빼먹지 말아야 하는 것들에 대한 점검입니다. 녀석들 긴 여행에서 잘 해주길 그리고 좋은 일들만 가득하길! 비몽사몽 속 문득 오 주여!를 읖조리게 되네요.
첫댓글 아, 정말 덩달아 설레입니다.
무탈하게 즐거운 여행 되길 간절히 바랩니다.
화분은 물을 푹 주면 한달은 견딜까? 궁금해 집니다.
화분땜에 아빠님이 오실 수도 없고, 민속촌 사장님이 화분 물 주러 두어번 오셔야겠습니다.^^
태균씨가 여행의 설레임을 알고 엄마를 챙기기까지 하니 넘 좋네요.
여행기 기대됩니다.
잘 다녀 오시길요.🙏💏‼️🙏
참 농가에도 구석구석 밭에까지 가위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