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과거에 비해 편리하고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는 현대 사회. 아무 걱정 없어 보이는 십 대들도 늘상 “힘들다! 괴롭다!” 아우성이다. 학업 스트레스는 한결 같지만, 사회가 변한 만큼 십 대가 겪는 고민과 갈등은 과거와 그 모습이 다르다. 빈부 격차에 따라 아이들 사이에 눈에 보이지 않는 계층이 생긴 건 이미 오래전이다. 타인의 호의를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건 너무 순진하고 바보 같은 짓이 되어 버렸다. 게다가 SNS의 홍수로, 다른 사람의 눈에 보여지는 나를 의식하며 그 시선에 얽매여 지낸다. 자신이 올린 글에 달리는 ‘좋아요’ 수에 연연하기도 하고, 사이버 세상에 빠져 실존하는지조차 모를 존재에게 자신의 운명을 걸기도 한다.
〈떡상의 세계〉는 다양한 압박으로부터 비롯된 위기의 성장기를 나름의 방식으로 부딪쳐 극복하는 오늘날 십 대들의 이야기다. 위기를 이겨내는 데 정답은 없다. 자신의 의지대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다 보면, 어느 날 문득 떡상의 세계에 이르지 않을까? 김여진, 윤자영, 정명섭, 임지형, 네 명의 작가가 그려 내는 생생하고 짜릿한 네 가지 색 이야기로, 아이들 시각에서 현실적인 희망을 담고 있다.
목차
떡상의 세계 ㆍ 김여진
아파트를 보다 ㆍ 윤자영
늑대 오빠 ㆍ 정명섭
친절을 믿지 마세요! ㆍ 임지형
저자 소개
김여진
네이버 카페 「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 운영진으로 매달 그림책 애호가들과 깊은 교류를 하고, 블로그 「초록연필의 서재」를 정성 들여 가꾸고 있으며, 서울의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창작이 일상을 지탱하는 힘이라고 믿으며 활발한 그림책 집필과 번역 활동을 하고 있다. 『재잘재잘 그림책 읽는 시간』, 『좋아서 읽습니다, 그림책』을 썼고, 『독자 기르는 법』, 『집 안에 무슨 일이?』, 『나는 ( ) 사람이에요』, 『고래야 사랑해』, 『나의 아기 오리에게』 등을 번역했다.
윤지영
추리 소설 쓰는 생물 선생님. 2015년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을 수상하며 소설가로 데뷔했고 2021년 한국추리문학상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이후 추리소설 『교동회관 밀실 살인 사건』, 『나당탐정사무소 사건일지』, 『파멸일기』, 『교통사고 전문 삼비 탐정』 등을 썼으며, 청소년 소설 『조선 과학 탐정 홍대용』, 『레전드 과학 탐험대』, 『수상한 유튜버 과학 탐정』 등을 지었습니다. 『수상한 졸업여행』은 ‘우수과학도서’, ‘책씨앗 2020 최고의 책’으로 선정됐습니다. 지은 동화로는 『우리 반 파스퇴르』, 『옐로우 큐의 살아있는 생존 박물관』, 『골동품 가게와 마법 주사위 1, 2』, 『탈출! 노틸러스호』 등이 있습니다.
정명섭
서울에서 태어났다. 대기업 샐러리맨과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로 일했다. 파주 출판도시에서 일하던 중 소설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으며, 현재 전업 작가로 생활 중이다. 『기억, 직지』로 2013년 제1회 직지소설문학상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조선변호사 왕실소송사건』으로 2016년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NEW 크리에이터상을 받았으며 2019년 ‘원주 한 도시 한 책’에 『미스 손탁』이 선정되었다. 2020년에는 한국추리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다양한 글을 쓰고 있으며, 주요 출간작으로는 『훈민정음 해례본을 찾아라!』, 『일상 감시 구역』, 『귀신 초등학교』, 『앉은뱅이밀 지구 탐사대』, 『미스 손탁』 등이 있다.
임지형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하고 무등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습니다. 2009년 제1회 목포문학상을 수상했고 2011년 광주문화재단에서 창작지원금을 받아 『진짜 거짓말』을 출간했습니다. 첫 책을 냈을 때처럼 독자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는 작품을 쓰기 위해 글쓰기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주요 작품으로 『얼굴 시장』, 『인증샷 전쟁』, 『나는 너의 페이스메이커』, 『리얼 게임 마스터 한구호』, 『저 책은 절대 읽으면 안 돼!』, 『돌아온 유튜브 스타 금은동』 등이 있습니다.
출판사 리뷰
사람들에게 관심받고 싶지만, 그 시선에 사로잡히긴 싫다.
남보다 못해도 상관없지만, 그렇다고 무시당하긴 싫다.
나는 그냥 나대로 힘내서 살아가고 싶다.
나만의 방향으로 달려가고 싶다.
그러다 문득 떠올라……
떡상의 세계에 이르고 싶다!
타인의 시선을 떨치고 나의 길을 찾아 고민하는 십 대들의 이야기.
네 명의 작가가 그려 내는 네 가지 색 희망.
유튜버 은휘, 강요당하는 삶에서 떠오르다 ㆍ 「떡상의 세계」_김여진
영화를 소개하는 채널을 운영 중인 초보 유튜버 은휘. 실생활에선 있는 듯 없는 듯 지내길 원하지만, 유튜브 세계에선 주변인에 머물기 싫다. 마침 엄마의 재혼으로, 영화감독 새 아빠까지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준다. 드디어 새 아빠의 도움으로 만든 콘텐츠가 알신 강림을 받아 주목받는 유튜버로 자리매김한다. 하지만 더 이상 유튜브 제작이 즐겁지 않다. 기대에 찬 응원에 마음이 무거울 뿐이다. 게다가 ‘널 위해’라는 명목으로 행해지는 아빠의 독촉과 강요는 은휘에게 또 다른 학대로 다가와 마음을 짓누른다. 은휘는 주변 시선에 쫓기며 조급해진다.
지난 몇 개월, 깊이를 알 수 없는 수영장에 빠져 발끝으로 바닥을 디뎌 보려고 애썼다. 결국 물만 잔뜩 마시곤 다시 수면 위로 간신히 떠올랐다. 사람은 어리석고, 나 역시 별다를 것 없는 사람이니 이와 비슷한 실수를 또 하게 될 것이다. 그래도 내겐 밀쳐 낼 용기가 있다. 날 가두는 사람과 억지로 끄는 사람, 목을 조이는 모든 사람들을. 그게 설령 나일지라도, 나는 밀쳐 낼 거다. 억척스레 밀쳐 낼 것이다.
_ ‘떡상의 세계’ 본문 중에서
산동네 사는 민우, 무시당하는 삶에서 떠오르다 ㆍ 「아파트를 보다」_윤자영
민우네 중학교에는 신도시 고층 아파트, 구도시 저층 아파트 그리고 산동네 아이들이 함께 다닌다. 그중 민우는 아파트 사람들이 운동 삼아 오르는 산동네에 산다. 연필마냥 우뚝 선 신도시 초고층 아파트 아이들은 은근히 산동네 아이들을 무시하고 업신여긴다. 그러던 어느 날, 신도시 아파트에 사는 아이가 대놓고 “거지 같은 산동네 새끼들!”이라며 비웃는 것 아닌가? 참을 수 없다. 머리로 생각하기 전에 민우의 주먹이 먼저 나갔고, 이 일은 집단 폭력 문제로 확대된다. 산동네 문제아로 남을 것인가? 탈출구를 찾을 것인가? 민우는 가장 먼저 ‘운동화 빨기’부터 시작한다.
교문에서 신도시 초고층 아파트를 바라봤다. 어른들이 말하는 중2병이 왔는지 요즘 감정이 좀 이상해졌다. 초고층 아파트에 반드시 들어가고 싶어졌다. 그렇다면 김서린 말대로 산동네 티를 벗어야 할까?
_’아파트를 보다’ 본문 중에서
가출 여고생 지애, 협박당하는 삶에서 떠오르다 ㆍ 「늑대 오빠」_정명섭
팍팍한 현실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가상의 사이버 세계 메타버스. 그 가상의 세계마저 십 대 소녀에게는 녹록지 않다. 익명성 뒤에 숨은 수많은 성인 남성들이 집적거릴 뿐 아니라 그루밍 성범죄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소녀들을 위협하는 성범죄는 가상의 세계를 벗어나 현실 세계까지 위협해 온다. 그 문제로 모범 여고생 지애가 가출했다. 그리고 지애를 구하러 민준혁 탐정과 그의 조수 안상태가 나선다. 상태가 안 좋고 돈은 좀 밝히지만, 안상태는 위기의 순간에 기지를 발휘해 가상 세계에서 소녀들을 위협하는 ‘늑대 오빠’를 추적해 간다.
늑대 오빠의 아바타가 바짝 다가왔다. 그리고 두 팔로 여동생의 아바타를 끌어안고 흡사 어른들처럼 키스하는 동작을 취했다. 우웩! 더없이 혐오감이 느껴졌다. 비록 가상의 아바타였지만, 마치 내가 원하지 않는 입맞춤을 강제로 당한 느낌이었다. 제멋대로 키스를 한 늑대 오빠는 다음에 보자는 말과 함께 깡충거리며 멀리 사라졌다.
_’늑대 오빠’ 본문 중에서
순진 여고생 비비, 감시당하는 삶에서 떠오르다 ㆍ 「친절을 믿지 마세요!」_임지형
같은 날, 같은 반으로 전학 온 두 여고생, K와 비비는 둘 다 부모님이 이혼했다. 동병상련 때문인지 둘은 운명처럼 단짝이 된다. 같은 이혼 가정이지만 K는 아빠가 대기업 부장으로 부유했고, 비비는 엄마 혼자 생계를 꾸리느라 형편이 어렵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좀더 넓고 편한 K네 집에서 자주 시간을 보내게 되고, 자연스레 K의 아빠와도 친해진다. 다정다감한 K의 아빠는 ‘모범적인 아빠의 표준’으로 비비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또 비비에게 얼마나 친절한지 마치 친딸처럼 대해 준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 친절이 어색하고 부담스럽다. 비비에 대해 모르는 게 없는 것도 의심스럽다. 이유 없는 친절은 없는 것일까?
얼마 뒤에 아저씨에 대한 마음이 달라졌어요. 잊으려 했던 찜찜함과 께름칙함이 다시 고개를 쳐들었어요. 아저씨의 태도 때문에요. K랑 있을 때는 별말이 없다가도, K만 없으면 필요 이상으로 말을 많이 걸었어요.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요. ‘우연이겠지!’ 하는 마음도 있었고요. 그런데 그 횟수가 늘면서 뭔가 이상했어요. 아저씨한테 말한 적이 없는 사소한 일까지 다 아는 것 같았거든요.
_’친절을 믿지 마세요!’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