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스를 추억하며
출가한 지 17년이 지날 무렵이었다. 깊은 산에서 내려와 서울 홍대입구역 부근에 위치한 6층짜리 게스트 하우스를 인수했다. 세상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이곳을 방문하는 청년들이 명상과 교류를 통해 희망을 공유하고, 이 사회에 밝은 빛을 전하는 도반(함께 도를 닦는)이 되기를 바랐다.
뜻을 함께한 스님들, 청년들과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힘을 합쳐 건물을 새롭게 단장했다. 그렇게 도심 속 명상 공간을 지향하는 게스트 하우스의 문을 열었다.
3개월쯤 지난 어느 날이었다. 만 열일곱의 앳된 소녀가 이곳에 찾아왔다.
소녀의 이름은 밴스로, 한국에 온 지 5개월째라고 말했다. 어린 소녀가 어쩌다 머나먼 미국에서 혼자 이곳까지 왔는지 궁금했다.
밴스는 중학생 때 구도자의 길을 걷기로 다짐했다. 학교를 자퇴한 후 무술을 연마하고 2년간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았다. 그 돈으로 불교를 가르쳐 줄 선지식(바른 도리를 가르치는 사람)을 찾아 한국에 온 것이다.
강남의 한 어학원에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한 밴스는 주말이면 조계사 에서 참배를 했다. 그러다 주변의 소개로 서울 은평구 진관사를 찾았고, 그곳에 있는 스님들이 우리 게스트 하우스를 추천해 이곳에 오게 됐단다.
밴스와 대화를 나누다 신기한 점을 발견했다. 2006년, 나는 미국 세인트 루이스에 있는 워싱턴 대학교를 다니다 출가를 위해 한국 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밴스가 바로 그 시기에, 그 도시에서 태어난 것이다. 기묘한 인연에 우리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날 이후 밴스는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남은 한 달을 우리 선원에서 지냈다.
그녀는 매일 새벽 108배로 수행을 시작했다. 아침 공양 준비부터 청소와 빨래, 요가, 다도, 태극권 수련 등 여러 가지 수행에도 최선을 다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밴스는 승려들과 함께 삶의 길을 걷는 도반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렇게 한 달이라는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떠나기 전, 밴스는 편지 한 통을 남겼다.
"아무런 기대 없이 이곳에 온 저는 새 가족과 집을 얻고 떠납니다. 제 삶에 처음으로 무한한 사랑과 친절을 베풀어 주신 여러분 덕에 따뜻한 마음을 안 고 갑니다. 짧은 시간 동안 좋은 추억을 정말 많이 만들었어요. 한국에 있었 던 6개월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꼭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제 영혼을 여기에 두고 갑니다. 여러분 모두 사랑합니다!"
벤스와 같은 수많은 외국인 청년이 세계 각지에서 한류의 파도를 타고 우리 선원에 찾아온다. 저마다 국적과 피부색은 다르지만 모두 한국을 좋아하고 불교와 명상에 관심이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이곳에서 스님들과 함께 먹고 자고 마음을 나누며 수행한다.
오늘도 나와 스님들은 108배로 하루를 시작한다. 청년들에게 든든한 후원자가 되기로 다짐하면서.
홍대 선원 저스트비 템플 전경.
준한스님 | 홍대 선원 주지
모든 인간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다. _ 헤르만 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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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 감사 합니다
고운 걸음으로
다녀가신 흔적남기심
감사합니다~
여름을 재촉하는 듯한
봄비로 상큼한
아침을 시작합니다~
행복한 목욜
보내세요~^^
동트는아침 님 !
밴스를 추억하며...
망실봉님 덕분에..
귀한 글 감사히 즐감 합니다
고맙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안녕하세요
고운 걸음으로
다녀가신 흔적
감사합니다~
비온 후 싱그러운
아침을 맞이합니다~
행복한 불금
보내세요
핑크하트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