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호국 보훈의 달로 불린다. 올해로 70주년을 맞는 6·25 한국전쟁을 비롯해 6월 항쟁, 현충일까지 몰려 있다. 게다가 임진왜란 당시 곽재우가 처음 의병을 일으킨 날을 기려 6월 1일을 의병의 날로 제정한 지 벌써 십 년이다.
전쟁은 민주주의, 자유, 평등 같은, 인류가 지난한 역사를 통해 쌓아올린 숭고한 가치들을 일거에 파괴하고 약육강식의 약탈적 세계관을 유포한다. 전쟁은 평화의 타자(他者)다. 전쟁의 상처를 추념하는 행위는 평화를 향한 강렬한 의지의 첫걸음이다.
특히나 20세기는 전쟁의 연대기였다. 6·25전쟁을 비롯한 국지적 전쟁은 셀 수도 없고 세계대전도 두 차례나 있었다. 세계대전 직후 진보적 의식을 지닌 예술가들에 의해 반전의 메시지가 노래로 쏟아진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 많은 노래 중에서 최고의 텍스트로 꼽히는 것은 역시 미국 모던 포크의 아버지 피트 시거에 의한 〈Where have All the Flowers Gone?〉(1962)이 될 것이다. 그는 6·25전쟁이 휴전으로 마감한 지 2년이 지난 1955년 매카시즘의 광풍 속에서 소련의 작가 미하일 숄로호프의 장편소설 '고요한 돈강'을 읽다가 소설의 한 대목에서 영감을 얻어 3절짜리 노래를 만들었다. 초기 버전의 콘셉트는 이렇다. '꽃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 소녀들이 꺾었지/ 소녀들은 어디로 갔나? 남편들이 데려갔지/ 그 남자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 그들은 모두 군대에 징집되어 있네.'
노랫말의 테마를 숄로호프의 소설에서 얻었다면 멜로디는 아일랜드의 벌목 계절 노동자의 노동요에서 영감을 빌려왔다. 그리고 1960년 메이데이 날, 조 리커슨이 피트 시거의 이 3절의 노랫말에 두 절을 더 추가하여 최종적으로 5절의 노래를 완성한다.
‘그 군대의 병사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 그들은 모두 묘지에 묻혔지/ 그 묘지들은 어떻게 되었나? 묘지들은 다시 꽃으로 뒤덮였지.’ 역사는 이렇게 비극적으로 되풀이된다. 그리고 그 슬픔 또한 반복된다.
강헌 음악평론가 / 조선일보
첫댓글 다들 어디로 갔나?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나? 잘들었습니다
본문 속 그림
해밍에이님 캐리커쳐라고 해도
다들 믿을듯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