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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는 '퍼블릭 방송' (PBS) 라는 방송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공영 방송이고, 그 운영의 주체를 시청자들이 맡아 운영되는 방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외주 프로그램들도 좋은 것들이 꽤 되고, 스스로 만드는 뉴스 프로그램도 심도깊고 상당히 깊은 주제가 다뤄지는 경우를 봅니다. 물론, 그냥 언뜻보기에 '재미'는 없습니다. 그러나 예술 관련 프로그램, 특히 클래식 음악 프로그램은 이 채널의 프로그램을 따를 방송이 없어서 종종 보게 됩니다. 요즘은 어지간한 클래식 프로그램을 유튜브를 통해 보기 때문에 이 방송을 따로 볼 일이 조금씩 적어지긴 합니다. 그러나 TV 시청 시간이 무척 적은 우리 집에서도(그럴 시간이 있으면 대부분 컴퓨터를 들여다보게 된다는), 퍼블릭 방송은 볼만한 프로그램들로 채워지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도 가끔씩은 보게 됩니다.
PBS는 미국의 뉴스 신뢰도에서 1위를 차지합니다. 리서치 기관인 GfK Roper Public Affairs & Media가 지난해 1월 4일부터 2월 14일까지 25세 이상 1004명의 미국 시청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PBS가 가장 공신력 있는 방송사이며, 뉴스 프로그램 역시 가장 큰 신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습니다.
응답자의 40%가 PBS 뉴스 신뢰도가 가장 높다고 답했으며, 이어서 Fox 뉴스(29%)와 CNN(27%)이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진보적(liberal)인가, 보수적(conservative)인가, 아니면 비교적 공정한가(mostly fair)라는 뉴스의 정치적 경향과 관련된 질문에서는, 응답자의 40%가 PBS 뉴스가 가장 공정하다는 평가를 내렸으며, 이어서 NBC 및 ABC(33%), CNN(31%), NPR(29%), 그리고 Fox(27%)가 최하위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미국 PBS 방송은 말 그대로 공영방송입니다. 광고 방송이 금지되어 있으며, 재정의 90%를 각종 기금과 지원금에 의존합니다. 나머지 10%는 PBS가 갖고 있는 각종 펀드와 자산운용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이다. 이중 정부 보조금은 약 15%를 차지합니다.
문득 우리의 신뢰받지 못하는 공영방송들의 시스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러나 최근들어 우리를 찾아오는 많은 대안방송들을 봅니다. '뉴스타파'에 쏠렸던 그 많은 기대와 시청자들의 환호. 그리고 이런 상황들을 만들어내는 데 가장 먼저 물꼬를 텄던 나는 꼼수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나온 많은 팟캐스트 형식, 혹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매체들의 선전을 보면서, 방송을 장악하려고 했던 저 권력의 의도가 완전히 번짓수를 잘못 잡았던 것임을 짚어주고 싶습니다.
결국, 방송은 컨텐츠를 가지고 말합니다. 실제적으로 우리나라엔 제대로 된 공영방송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공영방송'의 지위를 스스로 꿰찬 우리나라의 자생적인 방송들은 진실과 정언을 원하는 언론 소비자들의 욕구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그대로 말해주고 있습니다. 지금은 '현상'인 이런 방송들은 민주화가 대세가 되는 그 때, 결국 진정한 언론 권력으로 다시 자리매김되기를 바랍니다.
기존의 언론 권력들은 그들 스스로가 판 함정에 빠져 무너지고 있습니다. 대안언론으로부터 '군소언론'이라고 조롱받는 조중동, 그리고 그들을 더욱 빨리 망가지게 만들고 있는 종편의 아이러니, 그리고 그 사이를 뚫고 태어나는 '진실을 불씨 삼아 태어나는' 새로운 형태의 방송들. 저는 거기서 방송의 미래를 봅니다. 만일 여기에 미국의 PBS 같은 제대로 된 공영성이 결합된다면? 그것은 엄청난 파괴력이 될 것이고 한국의 방송 틀을 완전히 바꾸는 새로운 힘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결국 컨텐츠는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버림받은 종편과 새로 선택받은 대안방송들의 모습은 앞으로 우리가 바라보게 될 언론 권력의 미래 지도이기도 합니다.
시애틀에서... |
출처: Seattle Story 원문보기 글쓴이: 권종상
첫댓글 좋은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멋진글이다...
감사합니다.
그런 방송을 얻기를 소망하려면 그 소망하기에 앞서 자신이 뭔가를 셈을 치루어야겠지요. 대가가 필요하다는겁니다. 기능이든 재능이든 재물이든 소망만으는 불가능하지않을까합니다.
벌써 댓가야 엄청 치렀죠. 문제는 학습효과의 기억이다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