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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썼던 글의 속편입니다. 아주 참으로 묘하게도 안철수씨는 스스로의 행동으로, 스스로가 불러일으킨 정황으로 인하여, 내가 하고 싶었던 내용을 위한 매우 상세한 예시가 되어주셨습니다.
자, 여기 세 사람이 있습니다.
한 사람은 오래동안 폭력과 억압으로 점철된 교육계의 관행을 바로잡고, 학생과 선생의 관계를 보다 전향적으로, 발전적인 방향으로 바로잡으며 학생을 위한 인권의 엄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참으로 바른 대의를 내세웠습니다. 그 강단과 신념을 볼 때, 한국 최고의 도시의 가장 영향력있는 교육감으로써 그는 참으로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줬습니다.
그리고 교육감이 된 얼마 후, 그는 선거에서 상대방을 매수하는 더러운 수법을 썼다는 의혹을 받게 되었고, 그것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그가 이제까지 많은 시민이 자신에 대해 보여주었던 큰 믿음을 배신하였습니다.
일부의 사람들은 그 대의를 언급하며, 그러한 정도의 실수나 비리는 보다 큰 대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저지른 짓이라 변호하였습니다. 심지어는, 명백한 잘못을 그 사람을 나무라는 것은 오히려 변화를 원치 않는 기득권의 이해를 옹호하는 나쁜 행위라는 적반하장을 보이기까지도 했지요.
그러나 '상식'이 통하는 사람들은 잘 이해를 하고 있었습니다. 기득권을 쥔 자들의 부조리와 부정을 이겨내고, 올바른 방향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명분으로 잘못을 옹호하는 따위의 행동은, 그야말로 그 대의를 더럽히고 무색하게 만드는 가장 커다란 잘못이라는 사실을요.
여기 다른 한 집단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오래동안 괴물과 싸워왔습니다. 정말이지 모진 폭력과 억압, 심지어는 목숨의 위협까지도 받으면서 싸워야 했고, 그 처절한 싸움에서 무엇보다도 살아남아 계속해서 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부조리한 현실에 오래동안 노출되었지요. 내부의 크고 작은 잘못을 따지기 보다는 눈 앞에 전개된 부조리에 대항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들은 사실, 정의를 위해, 자유와 평등을 위해 싸운 의로운 투사들이었습니다. 그러나 또한 약점이 많고 유혹에 넘어가기 쉬운 그저 인간뿐이기도 했습니다. 점차 "외부의 적"은 "내부의 부조리"를 덮어버리기 위한 훌륭한 방패막이가 되어갔습니다. 그 집단 속의 부조리와 악행은 점점 커져갔지만, 그 때 마다 "외부의 적을 목전에 두고 내부에서 분란을 일으키는 자는 반동이다"라는 무지막지한 깡패논리를 펴며 내부의 불만을 단속하고, 강제로 침묵시키는 일을 거듭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수 많은 적들 중에서 그들이 타도하기로 목표했던 가장 큰 적이 이미 사라지고 물러간 와중에도, 그들은 여전히 혼자서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이제 세상 어느 무엇도 정상적인 눈으로 보지 못하고, 모든 것을 음모와 책략으로만 바라보게 되었고, 생존을 위해 싸우던 비상시에 통하던 -- 그 자체로 일종의 부조리인 -- 논리를 펴며 스스로 권력과 권세를 독점하였습니다.
그들은 허황된 망상을 통해 세상을 해석하고, 그 망상 속에서 승자가 되기 위하여 모든 정당하고 합리적인 절차를 파기하였습니다. 이제 스스로의 부정과 부패, 폭거에 대한 주변의 우려와 비판 따위는 듣지 않게 되었고, 그들은 그렇게, 선거의 룰을 엉망진창으로 짓밟고, 조작과 거짓을 통해 권력을 장악하고, 그리고 그 우격다짐으로 국회라는 곳에 입성을 감행함으로써, 수 십년 전, 대의의 절대성을 내세우며 총칼의 폭력과 충성을 맹세한 국가에 대한 배신으로 최고 권력의 자리에 입성을 감행한 그 독재자와 똑같은 괴물이 되어버렸지요.
그리고 그 모든 거짓이 드러났을 때, 역시 그들은 그 모든 것이 오로지 자신들을 향한 세상의 음모라는 인지부조화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상식'이 통하는 사람들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스스로 눈을 감아버린 그들은 어떠한 '진보주의'도 내세울 자격을 상실한, 그 대의를 스스로 배신하고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더럽힌 패악한 망상병자들일 뿐이라는 사실을요. 그리하여 그 누구도 그들을 변호해주지 않았습니다.
...
자, 이제 여기에 마지막 한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이 등장하기 까지의 이야기를 해봅시다.
이 사람은 어느날 '갑툭튀'하여,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모르게 어느새 민주주의와 개혁과 새로운 정치의 희망이 되었습니다. 이것은 참으로 이상합니다. 왜냐하면 이 사람은 민주주의에 대해서도, 개혁에 대해서도, 새로운 정치와 그 방법에 대해서도 어떠한 확실한 언급도 한 적이 없었고, 그저 누구나 할 수 있는 상식적인 얘기만을 한, 정치적으로는 어떠한 이력도, 전력도, 공도, 과도 없는, 그야말로 난데없이 튀어나온 한 '유명인' 내지는 '명망가'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이 사람이 등장하기까지 사실, 사람들에게는 그들이 스스로 염원하던 것을 이루기 위한 무수한 기회가 많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참으로 가슴아프게도 그들은 스스로 그 모든 기회를 내던졌습니다.
87년의 일들이 마무리되기 직전의 시점에서, 이들은 제도적 민주화의 약속을 너무나도 쉽게, 순진하게 믿고 치켜 든 주먹을 내리고 묵묵히 일터로 돌아가 열심히 일을 하였고, 그 뜨거운 정의의 외침을 그냥 잊어버린 채 또 다시 순종하는 착한 양떼가 되었습니다.
그 결과, 90년대로 들어서면서 이 사람들은 스스로의 손으로 경제를 크게 발전시키고, 눈부신 발전과 급성장을 이루어내는 멋진 성취를 하였지요. 하지만 무리한 성장의 이면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게 되었고, 스스로의 손으로 이룬 경제발전 및 소득증가의 혜택과 이윤을 부정하고 부패한 무리들이 모두 자기 주머니로 착복하고 있을 때 여전히, 그냥, 얌전히 양떼로 지내는 것을 택했습니다.
그러한 부조리를 용납해서는 안되고, 싸워야 한다고 수 많은 젊은이들과 노동자들이 외쳤을 때, 이들은 "이젠 좀 조용히 살자"면서, 과거의 그 열기 따위는 뇌리에서 완전히 가신 듯, 그저 조용히, 경멸에 섞인 눈을 "과격분자"들에게 보내며 양떼로 남는 것을 택했습니다. 분노한 사람들이 거리로 나오거나 돌덩이를 던지거나 하는 모습을 TV를 보면서 그들은 그 "시대착오적인 과격분자"들에게 경멸섞인 욕지거리를 내뱉었고, 그 젊은이들이 두들겨 맞고, 체포되는 광경을 바라보며 조소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그들은, 번영의 풀을 뜯으며 외부에 관심을 끊어버린 착한 양떼로 남는 것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양떼의 냉소와 멸시에 절망한 일군의 젊은이들은 결국, 피해망상을 뒤집어 쓰고 진짜 과격분자들이 되어버렸고, 고립되었고, 결국 말라죽어갔습니다. 이렇게 비참하게, 87년을 이루어낸 대중운동의 한 중요한 부분은 죽어 없어졌습니다. 이제 싸울 줄 아는 사람들 자체가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운명의 순간, 평범하게 풀을 뜯으며 살아온 양으로써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들로 인해, 갑자기 온 세상이 뒤집혔습니다. 번영은 사라졌고, 갑작스럽게 여기저기서 회사가 망하고 일터가 문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TV에서는 한결같이, "네놈들이 허리띠를 너무 빨리 풀었기 때문이다"라며 양떼를 비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위기를 극복하겠다며 이제까지 노니던 풀밭으로부터 양떼를 쫓아내고 도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삶의 터전, 생존의 터전을 일어가는 그 순간에도 양떼들은, 스스로 모아놓은 작은 재산이라도 바쳐 충심을 다하여 나라를 지키겠노라면서 알아서 죽어줬습니다. 이 순간 양떼는 또 다시 "왜", 그리고 "누구 때문에"를 묻지 않고, 그저 착하게 착하게, 그냥 조용히 입 닫고 살아가기를 택했습니다.
시대가 한 번 더 바뀌었습니다. 위기는 극복되었으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일시적 조치라고 했던 것들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짧은 번영의 시간 동안 다들 어느 정도 먹고 살만하던 그 세상은 사라져버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 번에도 그 누구도 분노하지 않았습니다. 잠깐 예전의 기억이 돌아왔던 것만 같은 순간도 있었지요. 그래서 그들은 잠시, 촛불을 들고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그렇게, 아직은 죽지 않았다는 생색을 낸 후에는 또 다시 그들은 순한 양으로 돌아가버렸습니다. 이 정도면 대체 뭐하러 생색만 낼 것을 굳이 수고를 했는지 분통이 터질 일이지만, 양들은 자족감에 빠져들었습니다.
수 십년 전의 그 때처럼 무언가 결과를 낸 것도 없고, 지속적인 움직임도 없고, 그냥 한번 대규모로 '번개팅'을 하고, 그걸로 '나 아직 죽지 않았어요!' 하고 스스로에 대한 훌륭한 변명거리를 만들어낸 뒤에 다시 그들은, 뿔뿔이 흩어진 잡초들 사이로, 풀밭에서 쫓긴 양들로 조용히 조용히, 그렇게 계속 살아갔지요.
...
그래놓고서는 이제 와서, 어떠한 기회도, 희망도, 없었던 그 순간에 고맙게도 자신들을 구원하기 위해 나타준 것만 같은 그 한 사람의 명망가에게 그들은 일제히 찬사를 보내기 시작합니다. 스스로 구원할 수 있는 그 수 많은 기회를 버린 그들은, 마치, 아무런 희망도 없었던 그 순간에 모든 것을 바꿔주고 모든 것을 약속해 줄 수 있는 것만 같은 그 환상을 일제히, 그 한 인물에게 투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실로 우연히 등장한 이래 그 사람은 일종의 구세주가 되어버렸습니다. 새 하얗게 빛나는, 눈부신 대리석 석상과도 같은 희망의 상징이 되어버렸습니다.
왜 양들은, 자기 발로 일어서지 못하고, 자기 손으로 스스로를 구원할 수 없는 것일까요. 왜 누군가가, 자신의 희망을 대변하는 누군가가, 어느 기가막히게 신성한 순간에, 안개와 어둠을 뚫고 번쩍이며 나타날 때가 되어야만 목자를 만난 양떼처럼 모든 생각을 멈추고, 그 앞으로 달려가 모이는 것일까요. 애초에 민주주의라는 것은 목자를 따라 모이는 양떼가 아니라, 스스로의 의지로, 스스로의 용기로 일어서는 모든 인간이, 어느 구원자도 필요 없이 스스로의 힘찬 발걸음으로 자신이야말로 스스로의 운명의 주인임을 깨닫는 그런 것인데 말입니다.
뭐, 말이 길어졌지만요, 어쨌든 그렇게 새 하얗게 나타난 한 사람의 머리 위에는, 사실, 사람들이 믿고 소망하고 투영한 것만큼 새 하얀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아직은 작지만 어두운 의혹이 피어나게 되었습니다. 끝까지 부정하고 잡아떼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 것은 실로 감탄스러우나, 어쨌든 스스로의 입으로 "네, 나는 부도덕한 행동을 한 사람입니다"라고 고백한 이상 이제 그것에 맞딱드린 모든 사람들은, 그에게 희망을 투영한 모든 사람들은 그 모럴 해저드를, 그를 지지하는 만큼이나 강렬한 정도로 자신의 내부에도 받아들이게 된 셈입니다.
자, 앞 선 경우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때입니다. 아직은 작은 때묻음에 불과하다고, 그래도 다른 누구보다도 아직은 더 깨끗하다고 충분히 변명을 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도 그러니까요.
하지만, 이 사람은, 앞의 두 사람들과는 달리 스스로 한 것이 없습니다. 사실, 아직 어떠한 희망도, 변화도 우리에게 약속한 적이 없습니다. 무엇을 위해, 무엇을 하겠다고 우리에게 밝힌 바도 없습니다. 아니, 애초에 "선거"에 나서는 사람으로서는 참으로 이례적으로, 사람들이 보고, 생각하고, 판단하여 선택할 근거 자체를 아직도 보여주지 않았지요.
우리들 중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그토록 강렬하게 희망을 투영한 것은, 그가 때 묻지 않은 새 하얀 사람이라고 소망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는 십자가에 걸린 거룩한 예수와도 같은 자리에서, 이 순간 보통 인간의 자리로 내려왔습니다.
우리가 그 사람에게 보인 지지와 희망은 정말로, 우리 스스로의 의지와 자주성에 의한 것이었을까요. 바로 위에 "예수"를 대입시킨 것으로 제가 하고자 하는 말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정말로, 변화, 개혁, 민주주의에 어울리는 주체적인 시민으로써 그가 한 사람의 훌륭한 정치인이라는 확신을 했기 때문에 그를 지지한 것일까요?
확신했다면 그 근거가 있기는 할까요?
그것은, 그저 누군가가 나타주기를 수동적으로 기다리고만 있던 자신의 나약한 영웅환상은 아닌걸까요.
그리고, 그 사람이, 다른 누구의 모함도, 누명도 아니고, 분명 스스로의 욕심과 부정함으로 인해 (그러한 마음이 없는 인간은 물론 없겠습니다만...) 벌인 그 부도덕한 행위에 대해 지금, 얘기를 돌리고, 변명을 하고, 그래도 한 점 흔들림 없는 지지를 보인다는 발언을 하는 우리들은
과연 앞선 두 경우에서
그 한 사람의 교육감과, 그 하나의 정당을 열심히 변호하던 인지부조화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걸까요?
우리의 모습은, 그저 침묵하는 양들이 아니던가요.
그걸 각자가 진지하게 고민해봤으면 좋겠습니다.
[EXTRA]
그렇기에, 새누리당의 패악질을 막을 수 있는 가장 높은 '현실적인 대안'이 안철수씨라고 할지라도, 그가 어떠한 후보보다도 상대적으로 더 깨끗하다고 할지라도, 제가 그를 지지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저는 더 큰 꿈을 보고 있고, 그 꿈과 '안철수 신드롬'은 양립할 수 없습니다.
제가 바라보는 '안철수 신드롬'은 기본적으로, '제2의 촛불시위' 입니다. 촛불시위는 여러가지 상징적인 의미를 많이 담고 있고, 거기에서 뭔가 의미를 찾는 사람들도 있겠습니다만, 제 생각에는 어떠한 결과도 이룩하지 못한, 충동적이고 자족적인 움직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노예와도 같이 사람들을 착취하고 부려먹어 수확한 커피를 사용하는 커피 브랜드가 있다고 칩시다.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는 방법은 많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다음과 같이 선언합니다, "난 그 커피 브랜드는 마시지 않겠어." 그리고 나서, 태연히, 다른 브랜드의 커피를 마십니다. 사실, 현실적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고, 자신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져있는 곳에서 벌어지는 머나먼 일이기에 애초에 그 정도 관심이라도 가진 것은 분명 무의미하지는 않지요. 하지만, 어쨌든 이러한 행동은 (그것이 비록 불가항력적이라고 해도) 궁극적으로는 일종의 자족적인 위선과 자기기만이 되어버리지요.
아무 것도 하지 않았지만, 어떠한 제스쳐를 보임으로써 자기 스스로의 양심에 변명을 하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촛불시위는 -- 시민들 개개인의 의분과 정의감이 없지는 않았겠으나 -- 또한 앞서 예시한 양심에 대한 변명, 무의미한 '제스쳐'일 뿐인 자족적인 자기기만이었다고 저는 봅니다. 그것은 촛불시위의 도중과 이후에 발생한 여러 문제들, 그리고 그 '후속조치'와 '여파'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와 아주 똑같이, 안철수 신드롬 -- 그에 대한 폭발적인 지지는, 행동하지 않는 시민에 대한 자기변명입니다.
민주사회의 시민으로써 지금과 같은 퇴행적인 부조리가 발생하기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아무런 항의도 하지 않고, 그저 이익과 안락에 젖어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으며 살아감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그 부조리를 일으킨 패악한 무리들의 공범이 되어버린 처지에서, 지금 와서 갑툭튀한 명사를 지지하는 것으로 마치 자신이, 이 사회의 변화에 큰 기여를 하는 진보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사람이 된 듯한 자족적인, 일종의 심리적 '코스프레'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안철수에 대한 지지는, 정치적인 현실에 있어서는 지금의 '수꼴'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일보 전진하는 움직임이 될 수 있는 동시에, 민주주의의 정신의 측면에 있어서는 실로 불행한, 자기기만과 위선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슴이 아픈 것이고요.
우연히 발견된 새끈한 후보 한 사람 찍어주는 것으로 정치수준과 시민정신과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사회의 부조리가 해결된다면 수 백년 동안 수 많은 사람들이 무수한 피를 흘리며 싸워올 이유가 없었을테고, "민주주의라는 나무는 피를 먹고 자란다"라는 얘기가 나올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단연코, 안철수씨를 찍는 것으로 해서 바뀌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것을 바꿀 수 있는 힘을 지닌 자는 오직 당신, 나, 우리들 뿐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한 두 번의 노력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평생에 걸쳐, 수 많은 정치인들 중에서 부정한 자들은 계속해서 퇴출시키고, 선량한 자는 계속해서 뽑고, 그릇된 것에는 용기를 내어 항의하고, 그러한 항의에 부끄럽지 않게, 스스로 위선되지 않게 스스로 처신하고 자식들을 교육시키며, 끝없이 배우고,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결코 생각을 멈추지 않는 주체적인 시민으로써 살아가는 그 기나긴 '투쟁'의 과정이 내 대를 넘어, 대를 거듭하며 이어져갈 때 비로서 이룩되는 것입니다.
그런 고민과 선택의 첫 걸음으로써 당신이 안철수를 지지한다면 -- 비록 나는 지지하지 않습니다만 -- 그것은 납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아니라, 당신 또한 그저, 안철수는 남들과 다르기에, 더 깨끗하기에, 그리고 '꼰대'들과는 달리 뭔가 이미지가 좋아서 믿음이 가기에 지지를 한다고 치면, 그것은 실로 불행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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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솔직히 아직 우리나라에서 자본 분야에서 제도적으로 미비함이 보이고, 그나마 지금 갖춰진 것도 시기로 따지면 정말 최근이였던 걸 생각하면 평범한 '기업가' 였던 안철수가 아무리 양심적으로 경영을 해 왔다 하더라도 지금의 시선으로 평가하면 그것이 이미지처럼 깨끗할까 하는 점에 있어서 의심이 많이 들더군요. 굳이 말하자면 왜 안철수가 대안으로 평가받는지 도통 감이 안왔던 것도 사실이고.
뭐, 지금 이런 안철수의 이미지가 근본적으로는 현재 푸른기와 아래 계신 분과 뭐가 다르냐고 이야기하자 알지만 안철수라면 다를거 같다, 는 답변을 들은 적이 있어서 이게 참... 싶기도 했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안철수 = 착한 이명박.
안철수는 중요한 조연일 뿐이죠. 사람들 스스로 인식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흥행을 위한 도구로서 잠시 쓰이고 있는겁니다. 적당한 때에 임무를 종료하겠지요. 뭐 세상일 어떻게 돌아갈지 알 수 없으나, 정상적으로 각본을 쓴다면 그렇습니다.
정말 그렇게만 된다면 금상첨화겠네요
예. 이 깝깝하고 울화통터지는 상황을 박살내는 영웅(구원자)을 바라는 심리겠지요. - 대공황시기의 독일국민들- 처럼요.
은영전 1권에서 얀 웬리와 그 아버지 대화가 기억에 남습니다.
얀 : "루돌프 골덴바움이 어떻게 나타났나요?"
얀 아버지 : " 사람들이 게을러서 루돌프가 그들의 문제점을 모두 해결해주기를 바랐다는........."
근데 오죽 상황이 이 지경까지 갔으면 안철수 씨가 저렇게 나설 정도까지 되었겠습니까
어차피 공화제를 위시한 대의 민주주의의 근본적인 한계...
결국 덜아프게 잡아먹을 것 같은 늑대?를 뽑아야되는게 양들의 비극이지요 ㅠㅠ
갈등 상황 자체를 죄악시하는 잘못된 풍조가 고쳐지지 않는 한 양들이 일어서는 일 따윈 절대 없을 겁니다.
내용물 0 가지고 오만 잘난척을 할 수 있는 쿨게이질 그거 어설픈 자기 합리화와 되도 않는 처세술 자랑에서 보통 큰 효율성을 자랑하는 게 아니거든요.
안철수씨가 쿨게이?
헐// 안철수는 누구처럼 상황 분간도 못하고 갈등 상황 자체를 죄악시한 적 없습니다.
그럼 누구죠?
걸핏하면 통합 통합 외쳐대며 과거사 물타기 하곤 논의 자체를 뭉개려 드는 박근혜죠.
뭐랄까 선거는 최선이 아닌 차악을 뽑는거다란 말이 생각나네요.. 저는 애초부터 안철수씨가 완전 무결할꺼는 생각은 하지 않았고 언젠가 이런 일이 터질거라고 예상은 했습니다만 사람들의 그런 순진한 기대가 조금은 씁쑬하네요 어쨋든 가장 상식적인 모습을 보여주기에 그나마 정치인으로서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 할수 있는거라 생각합니다 기왕 나오신거 이번에 싹다 털고 다음 대선에 뵐수있기를 바랍니다 다만 그때는 지금 처럼 기업가가 아닌 상식적인 정치인으로서의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법적으로는 권리위에 잠자는자는 구제받지 못한다고 하고 정치학에서는 침묵하는 다수라고 표현합니다만 그들은 사실 정치에 대해 개혁에 대해 시위나 의사표현을 하기에는 매일 야근하고 밤을 새우면서 내새끼는 잘 살아야 할텐데 라는 아주 평범한 생각을 가진 선량한 시민들입니다. 이런 평범한 시민들은 내가 벌어오는 돈에만 입을 벌리고 짹짹대는 새끼들과 바가지 긁는 마누라가 더 중요하지 정치적인 구호나 프로파간다. 소위 정책이라고 말하는 지켜지지 않는 공약이라하는 것들에 나서기는 이미 너무 피로합니다.
그렇지만 운영자님께서 말씀하신 양들은 표현조차 안하고 그저 순응하기만 하는 존재는 아닙니다. 그들은 여전히 생각이 있고 힘이 있고 영혼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다만 그들은 현실적인 문제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하는 것 뿐이지요. 그래서 이들은 미덥지 않은 공약이나마 본인이 찍은 후보가 이 현실을 바꿔주기를 소망합니다. 법적으로 대통령이 가지는 권한을 볼때 대통령을 제왕이라 생각하고 나라를 바꿀 자라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해보입니다. 그러나 그런 대통령의 자리에 지금까지 누가 만족할만한 인물이었는가에 대해서 기존의 정치인들은 전혀 바꾼게 없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소시민들은 겉으로 드러나기보다는 안철수라는
백마타고 오는 초인에게 본인의 의사를 위탁한다는 것이죠. 따라서 운영자께서 말씀하신 행동하지 않는 다수는 분명 의사를 가지고 행동합니다. 그리고 그 의사를 안철수라는 사람에게 투영할 뿐이지요. 그렇지만 이러한 의사가 다운계약서와 일련의 의혹들에 의해 그도 이러한 피로감 있는 정치인들과 같다면 지지는 신기루처럼 사라질것이고 또 그렇게 되어야 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사실, 총통이 쓴 글들 상당수가 다스라니스키님이 방금 말씀하신.. '예전에는 ~했는데 요즘 것들은 이모양'을 기본으로 깔고 들어갑니다. 군더더기 다 걷어내면 사실상 저게 중심내용인경우도 많아요. ㅋㅋㅋ
저야 사실 정치나 사회 경제쪽엔 깡통이라... 뭐가 어찌굴러가는지 가끔씩 햇갈릴때가 많습니다만.
그래도 최악을 모면해야 된다는 기본 원칙은 지키려고 합니다.
공주님은 그냥 제가 보기엔... 최악입니다-_-;;;;;
222 뭐..법위에 안주하고 양떼도 되고~ 조용한 다수도 되고~ 소시민입니다만...
공주님이 아니라는 생각이 문-안 쪽을 지지하는게 더 큰거 같습니다 -ㅅ-..;
사실 공돌이로서 가끔 책보고 현정게, 자게 글 보는 수준으로는 사상이니 뭐니 잘 모르겠거든요 ㅜㅜ
공약을 내세우면 이게 어떤효과가 있는지 다른 후보와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 구분하는것도 힘들어요 ㅜㅜ
단순하게 아무리 그래도 독재자의 딸이 우리손으로 뽑는 대통령되는건 뭔가 아닌거 같습니다 가 가장 큽니다...
어떻게 보면 정말 게으르고 수동적일지 모르지만
누군가가 각 후보들의 성향, 성격, 공약, 공약의 해설이랄까..이런걸 기대하는 것도 있고...
그런 점이 토탈앙 까페에 자꾸 들어오는 이유이기도 하네요
크흑... 공돌이 동지시군요.
1계급 특진.
저도 이말에 동의합니다. 그래도 더 나은 사람을 뽑아야죠.
아아 가입한지 몇년만인가........무장공비님을 찬양하라!!
공약은 단지 표몰이일뿐...우리나라는 이렇게 밖에안보입니다. 뭐 제대로 실천하는 사례보다 안하는사례까 많으니 더 신중하게 생각해서 투표권을 행사해야할 것같습니다. // 나도 특진하고싶다..나도 한 5년있었는..ㅠㅠㅠ
공비햏, 사실 저도 공돌이므니다. (소시얼)공돌이ㅇㅁㅇ
결론은 차악을 뽑는 선거가 될듯...
그리고 안후보가 서민 생활 안해봤다고 태클거는데 모 대통령도 풀빵장사한 자칭 서민 출신임..
절대 주어 안붙임...
안철수와 모대통령 비교하면 모 대통령이 경력이 더 좋죠 ㅋㅋ
저는 '안철수가 무얼 한다'라는 시각보다는, 안철수가 가지고 있는 기본 원칙과 비전(지극히 상식적이지만,)에 기대를 거는 편입니다. 그런 비전을 구체적으로 이루어주는건 그의 주변으로 모이는 사람들이겠지요. 박근혜가 백투더5.16 사고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 주변에 그런 인간들만 모이듯이, 안철수 자체 보다는, 안철수 주변으로 모여드는 인물들에게 구체적인 실현의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또한 그가 비 정치권 인물이었기 때문에 정치적인 시각에서 한발 물러나서 사회 문제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구요.
그렇군요... 국정은 대통령 혼자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고 그 주변에 모여드는 인재들과 함께 이끌어나가는 거니까요... 공주님 곁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면...크읔;;
이번만큼은 유력 3후보 모두 끌리지 않습니다. 5년전 대선당시에는 그래도 이명박대통령은 눈에 보여주는게 있었잖아요? 네거티브랑 BBK만 줄창잡고 늘어진 정동영후보가 말그대로 참패를 당했는데, 이번에는 한후보는 독재자의 딸, 한후보는 말그대로 전대통령의 그림자, 한후보는 도대체 정체가 뭔지 안알려주는 베일속의 사내, 마지막으로 한후보는 종북의 아이유...... 그러다보니 혼란 그자체네요.
그때도 이명박이 '도둑적으로 완벽한' 건 명백했습니다. 그에 대해 눈을 감은 사람이 많았을 뿐이죠.
현재 선거 자체가 나를 대신해 일해줄 사람을 뽑는 형식이니, 출마하는 사람중에서 고르는건 별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나온 사람들에게 자신들만의 기준(경제를 살려준다, 청렴한 사람이다 등등)에 의해서 지지를 하겠죠. 이건 현재 선거상황에서 나올수 있는 어쩔수 없는 상황이 아닐지..
저도 공돌입니다 ... ㅜ
안철수가 추석이 지나고 안철수의 더러운면이 사람들에게 인식이 된 후에도 지지율이 유지가 된다면 안철수에 대한 폭발적인 지지의 원인은 한국 정당정치를 개혁하자는 열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그건 행동하는 시민이라고 봅니다.
몇번 적었지만 현재 안철수는 원래 진보정당이 받았어야 할 지지를 무임승차한거라고 봅니다. 거기엔 통진당 사태가 결정적 기여를 했고요. 구멍을 잘 파고든 안철수의 정치감각이 정치9단 수준인것이겠지요.
아주 광의적으로 보면 그럴 수도 있지만, 좀 무리한 시각인 듯 하군요. 최소한 통진당 사태를 결정적 요인으로 볼 수는 없는 것이, 안철수가 바람을 일으킨 시점은 서울시장 재보선 시점입니다. 통진당 생기기도 이전이죠. 거시적으로 진보정당이 여러가지 요인으로 인해 현실적인 대안세력으로 무시되었다는 점이 근본적인 원인이 될 수는 있습니다만...
글쎄올시다. 우리나라의 진보를 과대평가하시면 안됩니다. 그게 가짜진보든 진짜진보든... 능력은 고만고만 합니다. 바로 '당신들의 진보' 수준밖에 안되요. 안철수가 가져갈 진보지지율같은게 있기나 할 것 같나요? 진보가 받았어야 할 지지가 아니라, 그냥 대안세력을 찾던 갈곳없는 사람들이 붙은것이 맞습니다. 애초에 진보따위가 받을 지지율은 없어요. 매니아들끼리 5%이하에서 #.##%의 지지율을 주고받으며 노닥거리는 수준밖에 안됩니다.
물론 안철수가 대중을 상대로 기만술을 펼친것도 맞다고 봅니다. 무릎팍이나 힐링 등으로요. 하지만 그 기만이 통한데에는 현재 한국의 정당정치에 문제가 있다는걸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고 그에대해 투표로 행동하려는 의지가 있어서라고 봅니다.
제가 진보정당이 받았어야 할 지지라고 한 것은 한국의 진보가 정당을 제대로 운영할 능력이 있을때의 경우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진보세력은 그럴 능력이 없고 그걸 만천하에 드러낸게 통진당 사태죠. 시민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안철수 뿐이 되는거죠.
뭐 진보정당이 받아야할 지지란거엔 제 희망이 들어간 말이기도 합니다. 대한민국의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정당정치를 제대로 돌아가게 만들만한 방법으로 가장 나아보여서요.
그래도 설마 반도의 왕망이 될라구요ㅇㅇㄴ
행동하는 영웅에 대한 갈망은 거꾸로 보면 자신은 행동하지 않겠다는 뜻이죠.
잘 읽었습니다.
아 잘봤습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모두들 먹고살기 바쁘다고, 아직도 윗선 눈치보느라 부조리가 있어도 할말 못하고, 결국 무리에 흡수되는 그렇기에, 현상태유지라는...너무공감됩니다. 언제쯤바뀔까요 인식이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로 함량 미달의 정치인들을 계속해서 걸러내야 되겠죠. 하지만 그러기엔 시민의 역량, 여건이 참 쉽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