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한해도 우리 LG는 가을야구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10년에 걸친 악몽과도 같은 이 악순환의 고리가
애석하게도 올시즌도 이어지며 또다시 내년을 기약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필자는 그동안 이 카페의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2001년 카페네 소모임을 창단하고 몇해에 걸쳐 직관을 함께 가고
LG에 대한 사랑과 애정으로 똘똘뭉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필자의 군입대와 LG의 성적부진으로 우리 소모임이
더이상 이어질 수 없다는 결론과 함께 2006년 소모임을 공식해체했다.
이후동안에는 카페에 변두리칼럼을 조금씩 남기면서 개인적 의견의 역설과 더불어 많은 님들의 공감을 비롯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참으로 오랫만에 변두리칼럼을 쓰고자 하니 개인적인 푸념과 더불어 서론이 길어진 듯하니 본론으로...
LG의 2012년은 작년과 함께 팬들이 충분히 기대할만한 초반돌풍을 일으켰고, 중반이후 스스로 자멸하는 악순환이었다.
그 과정에서 필자가 가장 뼈저리게 느낀 것은 LG에게는 없는 4강 DNA가 다른팀(최근 몇년간 단골 4강팀)에는 있다는 것이다.
바로 승부처에서 필요한 경험과 베짱이다.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이뤄질 수 있는 것도 여러해동안 좋은 성적을 내면서
신인급 선수들이 보고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고,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본인들이 가진 능력을 믿고 나아갈 수 있었다.
그 것이 결국은 승부처에서 치고 올라가며, 결국은 우승까지 갈 수 있는 길이 아닌가 싶다.
반면 LG는 1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4강을 경험하지 못하면서 그마나 남아있던 한국시리즈 경험자와 플레이오프 경험자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올시즌 주축선수들 가운데 LG 유니폼을 입고 2002년 가을야구를 경험한 선수는 투수중에는 이동현,
야수중에서는 최동수, 이병규 정도다. 이동현을 제외한 최동수, 이병규는 선수는 나이가 있는 만큼 앞으로 몇시즌을 뛸 수
있을지 안타까울 수 밖에 없다. 이들마저 없다면 그라운드를 누비는 야수중에는 한국시리즈와 플레이오프 경험자가 전혀
없는 것이다. 물론, 이진영과 정성훈 등과 같이 외부에서 영입된 선수들이야 당연히 경험이 있지만, LG 유니폼을 입고
경험한 것과 아닌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 말그대로 우리팀만의 컬러와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너무 오랫동안 기다렸기에 조급하고 간절할 수 있지만, 우리도 플레이오프 DNA를 갖기 위해서는 앞으로 착실한 준비가
필요하며 그 시간이 그리 빨리 오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은 지워버릴 수 없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올시즌 김기태 감독이 보여준 야구에서 필자는 김기태 감독이 추구하는 방향이 궁극적으로는 맞다고 생각한다.
야구 하루 이틀하다 그만둘 것도 아니고 한팀으로 이끌어 가는 수장으로서 멀리 내다보고 자신의 계약기간안에
반드시 성적을 내야한다는 강박관념보다는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변해나가는 것이 15년을 기다릴 지언정, 그 이후
더 많은 시간을 LG의 가을야구를 볼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거물급 FA 선수를 데려오고 트레이드를 통한 전력보강도 중요하고 좋은 방법일 수 있지만, 그간의 경험을 볼때 최소한
우리 LG에게는 신통치 않은 방법이었다. 작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새로운 얼굴들과 그들의 성장세. 조금씩 지켜보면서
필자는 희열을 느낄때도 많았고 그때문에 올시즌이 완전한 절망은 아니었고 나름 행복했다.
이들을 더 이끌어 줄 수 있는 선수들의 노쇄화가 걱정은 되지만, 옳고 확실한 방법이 밑거름이 되준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야구는 이름값이 아닌 팀이 전체적으로 어떻게 운영되느냐에 걸린 문제이니 말이다.
앞으로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필자는 지켜볼 생각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선수들이 내부 육성되고, 요행과 조급함을
버리고 LG야구만의 색을 가질 때까지 말이다. 10년이 걸리더라도 그 이후에 더 오래도록 가을야구를 보고싶은게
필자의 간절한 소망이기 때문이다. 믿고 싶다. 그리고 응원한다. 여기 이 글을 읽고 있는 많은 팬님(?)들과 함께 말이다.
참으로 오랫만에 올려본 변두리칼럼이 두서없음에 양해말씀을 드리며, 오늘의 변두리칼럼을 여기서 마친다.
첫댓글 완전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