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치명적인 위기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도- 때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으니까.
만약 내가 죽는다면 7th
“내가 생각이 짧았어. 우리들은 친구였는데..”
재훈은 자조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예전같으면 상상할 수도 없었던 고급의 중형차에 앉아 있
는 두 사람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나도 생각이 짧았어. 한 쪽이 죽은 게 아닌 이상 계속 만나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는데”
지혜의 말에 재훈은 입술을 깨물며 가볍게 핸들을 내리쳤다. 이런 고급차에 앉아 있지 않아
도 좋아, 이 지옥같은 취업난에 고전하고 있다고 해도 좋아, 그는 제대로 숨쉴 수 있는 곳
에 정착하고 싶었다.
“많이 말랐어”
그녀는 재훈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녀의 손길에 눈을 감는 재훈. 그러나 그녀의 말
은 틀렸다. 그는 지혜를 만날때보다 3kg정도 살이 붙어 있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느껴보는
지혜의 손길에 굳이 반박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있으니까.. 아무것도 변한게 없는 것 같은데.. 우리는 서로에게 너무 먼 존재 같아”
“.................”
재훈은 지혜의 손을 자신의 손으로 감싼다. 감정이 격해진 것이다. 그 때 지혜는 거의 몸을
운전석으로 옮기다 시피 해서 그에게 안겨왔다.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게 되어버린 그녀의 샴
푸향기가 그에게 옮겨왔다.
여자의 향기... 그립고, 관능적인 향기.
마리에게는 풍겨 나오지 않는... 자극 적인 향기가.
가냘프게 느껴지는 지혜의 어깨를 꽈악 껴안는 재훈의 얼굴에 지혜의 얼굴엔 묘한 승리감이
새겨졌다. 이렇게 자극해 놓았으니 오늘 그가 들어가서 그 여자에게 할 행동은 안봐도 뻔했
다. 다음번에 만났을 때는 양쪽 입술이 퍼렇게 부어 있으면 좋으련만!!
바보같을 정도로 순수한 남자라는 걸 알고 있는 지혜였다. 어두운 태생때문인지 가족에 대
한 그리움 또한 남다르다는 것도. 사랑한 것은 사실이다. 그에겐 능력이 있었으니까. 하지
만 이렇게 된 이상- 재훈을 이용해 자기가 원하는 것을 이루고 싶은 욕망이 피어 올랐다.
재훈은 자신을 잊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가 그녀를 사랑하고 있으므로-
그리고 지금의 재훈은 지금까지 자신이 알아왔던 구질 구질한 주변의 남자들과는 다른 권력
과 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럼 구태여 다른 남자를 찾지 않아도 돼, 그녀는 한번에 모든 것
을 손에 넣을 수 있다. 부와, 사랑-
하지만 그녀도 바보는 아니니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은 연기해두지, 사랑을 빼앗긴
불쌍한 여자를- 하지만 난 안 뺏겨. 내 남자야, 안 뺏겨- 아니, 못뺏겨!!!
키스하고 싶다. 예전처럼 뜨겁고, 열정적으로. 물기 차오른 지혜의 눈동자를 보며 재훈의 가
슴속에 충동이 일렁거렸다. 자신에겐 자격이 없는데도-
지혜에겐 모욕이 될 거라는 걸 아는데도-!!
그는 부드럽게 그녀의 눈가를 어루만진다. 보드라운 살결이 만져지자 그의 심장이 폭발할 것
처럼 뛰기 시작했다.
손가락은 점차 내려와 그녀의 입술을 쓸었고 어느덧 달아오른 공기는 묘하게 자극적이었다.
서로의 숨소리 조차 조심스러울 정도로.
그녀의 입술을 찾아 내려가던 재훈이 지혜의 입술에 키스하려고 막 할 때- 그의 머릿속에 마
리의 보랏빛으로 부어 있던 마리의 입술이 떠올랐다.
왜- 갑자기 떠오른 것일까.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던 그녀인데. 곱게 립스틱이 발라져 있는
지혜의 입술과의 차이 때문이었을까...? 고작해야 죄책감따위인데-
한편 지혜는 키스를 하지 않은 채 자신에게서 떨어져 버린 재훈을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데려다 줄게”
구차한 변명따위라도 꺼내야 했을런지 모른다. 그렇다면 적어도 지혜는 속아주는 척이라도
했을 테니까. 하지만 재훈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그녀는, 무언가 그의 감성에 브레이크
를 걸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이성의 한 단편일테지. 고지식한 그가 일을 저
지르기에는 여러 가지로 걸리는 일이 많을 것이다. 그러니 그는 구차한 변명이라도 해서 지
혜를 남득시켜야 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그는 담백하니 입을 다물었고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분노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분노는- 당연히 마리가 책임져야 할 부분
으로 넘어가고야 만다.
‘가만 안두겠어, 너!!!’
움켜쥔 주먹에 시퍼런 혈관이 두드러졌다.
재훈은 지혜를 데려다 주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신호에 걸렸다. 많은 술을 마신 것은 아니었
지만, 그녀를 포장마차에서 마주친 순간 술 따윈 다 깨버렸지만- 어쩐지 무척이나 피곤해졌
기 때문이다. 왜일까, 이유를 알 수 없는 지금의 이 불쾌감은- 어떻게 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았다.
마리는 음식이 식을 때마다 데워 이제는 쫄아버린 음식들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런건 강아지도 먹기 싫을 것 같았다. 하물며 그녀를 죽어라 싫어하는 재훈에게 이런걸 내밀
었다가는 사단이 날 지도 모르겠다 싶었는지 마리는 내일부터 몇일간은 쫄아 버린 음식을 먹
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천천히 랩으로 싸기 시작했다.
부유한 집안의 사정과는 맞지 않게 명균은 철저하게 ‘예의’에 대해서 가르쳤다. 그 중 하
나가 음식을 버리지 않는 것인데, 그래서 인지 진리도, 마리도 처음부터 적게 먹을 지언정
결코 남기는 법은 없었다. 어쨌거나 그녀는 말라붙은 된장자국이 붙어 있는 찌개 그릇을 보
며 다시 한 번 한숨을 쉬었다.
철컥-
그 때 현관의 열쇠 돌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마리는 고개를 빼곰히 빼냈다. 그였다.
재훈은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 이 향기였다. 문득 그가 지혜의 향기
를 낯설다고 느끼게 했던 향기.
“늦었네? 난 일찍 올 줄 알았는데”
아침보다 더 부어있는 것 같은 느낌의 입술을 보는 순간 그는 신경질적으로 넥타이를 풀러
바닥에 던지고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마리는 떨어진 그의 넥타이를 집어 들며 조용
히 매듭을 풀었다. 처음부터 어긋난 마음의 화살표였다. 그러니까 인내할 수 있어, 그리고
버틸 수 있어.
재훈은 거칠게 쟈켓을 침대 위로 던지고는 털썩 주저 앉았다. 뭐냐고, 이 기분 나쁜 죄책감은...
솔직히 말해서 마리에게 해온 행동은 하루 이틀에 걸친게 아니었다. 고등학생부터 지금까지-
그녀가 유학가 있던 2년간의 세월을 빼고는 정말 하루가 멀다하고 그녀를 구박했다. 모르
는 사람이 보면 정말 쌍욕을 들을 법한 그런 태도로 말이다. 그래도 지금까지 단 한번도 죄
책감같은건 느끼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렇게 감정의 혼선을, 그것도 이렇게 갑자기!
겪을 수 있는 건가? 그녀와의 시간은 고작해야 한달여다. 그 한달의 시간에 이렇게 쉽게 중
독 될 수도 있는 건가?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똑똑-
재훈은 화들짝 놀라며 문을 바라보았다. 곧이어 마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저녁.. 먹었어? 안먹었으면.. 지금 반찬 할까?”
문 저편에서는 대답이 없다. 그러나 마리 역시 대답을 바라고 한 말은 아니었다.
“욕조에 물 받아 놓을까? 입욕제 괜찮은걸 발견했는데- 피곤하지 않아?”
그 때였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삐딱하게 기대선 재훈의 모습이 보였다. 마리는 한걸음 뒤
로 물러나 고개를 들고 그의 시선에 자신의 시선을 맞췄다.
매번 도망치기만 했던 그의 시선은 결코 물러섬 없이 그녀의 그것에 맞춰져 있었다.
“너- 짜증나”
“응, 그래”
“이젠 그만 할 수 없어?”
“그러게, 이젠 그만해야 될텐데”
평소 같으면 그저 멋쩍게 웃으며 뒤돌아 서야 할 상황에서 그녀는 그저 시선을 맞춘채 웃고있었다.
“그런데 그게 잘 안 되네. 나만 포기하면 행복해 질 텐데, 다들”
“..................”
“있지, 난 지독한 욕심쟁이야.”
마리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대로 말해본적 없었던 지난 세월동안 그에게 하고 싶은 이야
기가 무척 많았다. 무엇을 먼저 꺼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쩌면 이게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그녀는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난 행복해 지고 싶은데- 네가 없으면 나는 불행할 것 같아서 포기가 안 되네.”
“..............”
“날 경멸하지?”
재훈은 마리를 바라만 보았다. 그녀의 이런 궤변이 그는 싫었다. 늘 그를 압도하는 그 기백
도 사실은 무척 싫었다. 이 시선이... 무척 싫었다.
언제나 꼼짝 못하게 하는 그 시선도- 무척이나..
특히 오늘 처럼... 불이 꺼진 집안에 달빛이 끈질기게 따라와 그녀를 비출 때면 더욱더.
“한가지만 물어보자”
“뭔데?”
“넌 왜 나를 사랑해?”
마리는 대답이 없었다. 재훈은 마리의 대답을 꼭 듣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그
녀와 이렇게 긴 대화를 나누고 싶지도 않았었다.
그것은-
달빛이 비춘 마법의 시간, 하룻밤의 꿈을 꾸었던 신데렐라의 이야기 같은- 그런 시간이었다.
그녀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자문했던, 그리고 대답은 언제나 ‘너이
기 때문에’라는 아주 단순하고도 평범한 이유였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재훈이 물어오자 그녀
는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는 사이에 그는 한걸음 더 걸어 나와
그녀의 가까이에 선다.
“네가 언젠가 그랬었지. 내가 왜 싫은지에 대한 이유를 물었을 때- 그저 모든 것이 싫다
고, 지긋 지긋 하다고, 꼴도 보기 싫다고- 존재 자체가 짜증이 난다고. 아마도- 나는 그 반
대인것 같아. 그저 모든 것이 좋다고. 네가 나를 싫어하는 것까지 포함해서 너를 사랑한다
고. 아마 나는 지독한 매저키스트일지도 몰라. 아니, 매저키스트겠지,”
‘그러니까 한 번만 보여줘. 나를 위해 단 한번만 미소를 보여줘. 제발’
재훈은 마리의 대답에 그녀의 어깨를 툭 치고 부엌으로가 냉장고 문을 열었다. 냉장고에 술
이라고는 없었다. 이 집에 있는 술이라고는 한 병당 최소 몇 십만원에서 몇 백만원은 한다
는 느끼한 양주나 와인뿐이었다. 지금의 초라한 그와, 매번 난도질 당해도 언제나 당당한 그
녀와의 차이를 대신 설명해 주는 것처럼.
**
골드 메이플 창립 기념 파티.
최고라는 명성에 알맞게 준비된 파티엔 가깝게는 연예인부터 시작해서 정치가까지 과장을 조
금 보태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그 와중에 등장한 왕족들의 모
습- 그것은 그 누가 보아도 완벽한 한 장의 ‘사진’이었다.
“오!! 저기 DB 회장님 아닌가?”
“그러고 보니 양진리가 DB 손녀와 결혼을 했었지?”
“크아~ 정말 대단한 집안이야”
“정치로는 관심이 없는 집안인데도 정치가가 이리 많은 걸 보면 확실히..”
“그럼 뭐해요? 이번에 그 스캔들 아직도 시끄럽잖아??”
“하기사- 저 남자지? 능력은 있데?”
“모르죠, 그건”
“저 순진해 보이는 얼굴로 참 독하네. 솔직히 저 남자 얼굴 빼고는 볼게 없는 것 같은데?”
“그거야 모르죠~~ 사람이 보이는게 다가 아니라고, 저 순진해 보이는 아가씨, 이불 안에서
다 녹여 놨을지?”
“그럴 수도 있겠네”
시끄러운 장소엔 시끄러운 사람들도 있는 법. 많은 사람들의 초점이 마리에게로 주목 되었
다. 하지만 마리는 의연하게 그리고 도도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골드 메이플 창립 파티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은 언제나 그랬듯 우리 딸아이의 축하
곡으로 시작하겠습니다”
팔불출 아빠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게 명균은 스스로 마리를 소개했다. 마리의 전공은 사
회 복지학이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음대의 권유를 끈질기게 받을 만큼 음악적 재능이 뛰어났
다. 특별히 사사받은 교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저 취미 수준의 연주는 아니었다.
손목의 흉터를 가리기 위해 손목까지 오는 실크 장갑을 끼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진리는 눈
살을 찌푸렸다. 미끄러운 실크 장갑으로 연주를 얼마나 잘 할 수 있을까...
그녀의 무대는 골드 메이플의 큰일이 있을 때는 항상 등장하고는 했다. 좌중을 휘어잡는 조
용한 카리스마- 그것이 보기좋게 깨진다면..
진리가 긴장한 듯 하자 새빈은 높은 하이힐로 그의 발등을 사정없이 찍어 내렸다. 극악 무도
한 행동과는 다르게 그녀의 표정은 냉정했다. 그리고 눈으로 말하고 있었다. ‘동생을 믿어
라’라고. 그제서야 진리는 한시름 놓는 표정이 되었지만 발등은 아픈지 보기좋게 그녀의 어
깨에 팔을 올리고는 표나지 않게 꾸욱 꼬집었다. 나이 차가 많이 나서 그런지 몰라도 새빈
과 있으면 항상 장난을 치게 되는 진리였다.
한편, 재훈은 ‘내 알바 아니지’하는 표정으로 시니컬 하게 마리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녀가 피아노를 잘 치는 것은 알고 있었다. 고교시절, 합창 대회때 그가 속해 있던 반의 반주
자가 그녀였으니까.
화려했던 박수소리가 그치고- 고운 연분홍빛의 실크 드레스를 입은 마리가 자리에 앉아 조심
스럽게 피아노 건반을 눌렀다.
손목의 상처가 치부가 되는 걸 모르는 그녀가 아니기에 실크 장갑을 준비했다. 드레스 차림
에 아대는 말이 안되니까. 그래서 연습도 실크 장갑을 끼고 해야 했다. 결코 쉬운 곡을 연주
하는 그녀가 아니었으므로 하루의 절반 가까운 시간을 연습에 매진해야 했다.
그녀의 연주가 시작됨과 동시에 홀에는 사람들의 숨소리로만 채워졌다. 그녀의 스캔들이야
뒤로 하고 지금 이 순간만은 참 아름다운 연주가 아닐 수 없었다.
몇 번이고 새빈의 힐 굽에 난도질 당해 화끈 거리는 고통을 참으며 진리는 승민을 찾고 있었
다. 그의 환영식을 이렇게 묻어가게 하는 것에 대해 조금은 미안했는데 의외로 그는 시원하
게 오히려 더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의 시원함이 위선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챈 진리는 그가
더 마음에 들었음은 물론이다. 그가 승민을 찾아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고 있을 때, 마리가
연주하고 있는 피아노가 정면으로 보이는 위치의 끝자락에서 벽에 기대서 와인을 마시고 있
는 그를 발견한 진리는 그를 부르려다 말고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뭘 저리 뚫어지게 바라보는 거지?’
진리는 의아한 얼굴로 그의 시선이 향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것이
마리임을 깨달은 순간 그는 화들짝 놀랐다.
‘설마 첫눈에 반했다거나?’
예전에도 이런 일은 많았다. 첫눈에 반했다며 결혼해 달라는 재벌 3세들도 있었다. 그럴때마
다 진리가 나서서 그들을 정리하느라 참 애를 먹었더랬지. 어째서인지 마리가 그들을 거절하
면 외려 더 불타 오르는 그들이었다.
연승민.
괜찮은 남자였다. 인간적으로도 끌렸고, 또 집안도 마음에 들었으며 무엇보다도 능력이 있으
면서도 겸손할 줄 아는 남자임을 느꼈다. 솔직히 승민 정도면 붙여 놓고 싶은 상대였다.
진리는 그의 표정으로 이미 승민이 상당히 마리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눈치 빼
면 시체인 세계에서 살아온 그가 아닌가.
무엇보다 저 달콤한 사랑광선은.. 솔직히 느끼할 정도로 노골적이었다.
“어이, 내 동생 녹겠어?”
“아, 보셨어요?”
고용인으로서 주인의 입장에 서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을 들키면 무언가 신선한 반응이
있어야 하는데 이건 부인도 안하니 진리는 재미가 없다. 새빈과 연예를 하면서 맛들린 ‘사
람 놀리는 재미’에 살고 있는 그가 아니던가. 그런데 이 승민이라는 남자는 너무 솔직하게
반응해서 재미가 없다.
“너무 담백한 반응이라 재미가 없구만. 근데 내 동생은 유부녀야”
“알고 있습니다. 만난적이 있거든요”
“마리랑?”
“네”
“어떻게? 저 녀석이 밖에 나가서 사교활동 하거나 하는 성격은 아닌데?”
“원래 첫 만남은 비밀스러워야 하죠. 전 그녀와의 첫 만남을 남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허허- 남? 그녀?”
진리는 황당한 듯이 곱씹었다. 그런 진리를 향해 그저 웃는 승민. 도대체 이해하기 힘든 감수성이다.
“뭐 제가 어떻게 해보겠다는 것도 아니고.. 일단은 그냥 바라만 바도 좀 설레서요. 그 기분이
또 썩 나쁜 편이 아니라서 즐겨보려구요”
승민은 들고 있던 와인을 한 모금 더 마셨다. 진리는 와인 한잔을 집어 들어 그를 향해 내밀
었다. 건배하자는 뜻이다. 승민은 가볍게 잔 끝을 마주쳤다.
“저애에게는 귀신이 쓰여 있지. 그것도 쉽게 떼어내기 힘든 귀신”
진리는 턱짓으로 재훈을 가르켰다. 승민의 시선이 날카롭게 변하면서 재훈을 향했다. 그리고
는 짧게 웃으며 진리를 향해 묻는다.
“외모에 보고 반한 겁니까?”
“외모 하나는 끝내주긴 하지”
“아.. 이거 실망인데요? 양마리씨.. 남자를 선택하는 기준이 외모라니. 저는 승산이 없지
않습니까?”
“그래, 내 동생이지만 눈이 좀 높지. 나랑 아버지 같은 사람을 보고 자랐으니”
얼씨구? 남들이 들으면 왕자병이라고 욕하겠지만 진리는 100% 진심이다. 그는 자신의 모든
면에 자신이 있는 남자였고 그게 당연했다. 승민은 피식 웃는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진
리의 외모가 재훈보다 낫다고는 상사의 명령이라고 해도 인정할 수는 없는 그였다.
“흠... 이사님이 보시기에 전 어떻습니까? 마리씨의 재혼 상대”
“뭐?”
“제가 마리씨의 재혼 상대가 되면 JF에 되돌아 가게 되는 일이 있어도 적은 안될텐데요”
“훗~ 앞으로 일어날 일이 두려워서 마리를 희생양으로 삼으라는 뜻인가? 날 너무 물로 본
거 아니야?”
진리의 표정이 싸늘해 졌다. 확실히 왕의 모습에 걸맞도록. 지금까지 조금은 장난스러웠던
그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아니요, 그녀의 행복을 위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뭐어?”
“저 사람은 결코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할 것 같아요”
진리는 분을 잠깐 내리 누르며 와인을 한모금 삼켰다. 그리고는 조용히 되묻는다.
“당신은 할 수 있다는 얘긴가?”
“네.”
짧은 대답이었지만 힘은 실려 있었다. 진리는 약간 조소띈 얼굴을 하며 대답한다.
“해보지 그래? 난 저애가 흔들리지 않는 다에 2억을 걸겠어”
“그럼 전 영원히 고문 변호사가 되는 걸 택하죠”
“호~ 좋은데? 어디 한 번 해봐. 하지만 난 누구의 편도 서지 않을거야. 난 공평한 게임을
즐기는 게 좋거든”
악취미 적인 대답이었다. 이미 마리의 마음이 재훈에게 있는데 공평은 얼어죽을-
그러나 그런 진리의 말에 승민은 되려 자신 만만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도 공평한게 좋습니다. 누군가 사랑에 도움을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마리의 피아노 연주가 끝나며 박수소리가 홀을 가득 메웠다. 진리와 승민은 서로 의미 심장
하게 웃으며 다시 한 번 건배했다.
승민이도 꽤나 왕자..ㅡㅡ;;병..ㅋㅋ
음.. 오늘 보고 딱 삘꽃힌 드라마 白夜行...
야마다 타카유키+아야세 하루카 콤비라길래 내용도 모르고 무조건 다운로드 했습니다.
제가 워낙에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를 재밌게 봐서요..
이번 분기에 가장 기대 된다던 드라마라고 하던데.. 보고 완전 홀릭 상태..ㅠㅠ
크으.. 오랜만에 카시와바라 타카시도 나오더군요..
술먹고 싸움해서 자숙 했다고 하던데.. 미모는 그대로..
아무튼 그 드라마 보고 홀릭 상태가 되서 좀 기분 거시기 합니다..^^;;
꼭 꼬집어서 어떤 기분이라고는 말 못하겠는데..
내용을 보니 참.. 남자가 바보같다는 생각을..;;;
왠지 하병무님의 소설이 생각났다지요~~
개인적으로 전 남자가 참 바보같이 우직한 성격 별로 안좋아 하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책을 안읽은 건 아니지만 들국화나, 남자의 향기나.. 그 주인공 같은 남자들
싫어해요.. 애초에 남자가 한눈을 안팔 수 있다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백야행.. 사랑하는 여자를 영광의 자리에 서게 해주고 싶어서 자신이 어둠속에서 살아가는
남자.. 그 남자의 희생을 아니까 더더욱 영광의 자리에 서려는 여자.
글쎄요-
아무튼 그렇습니다. 2화를 받아 보고 싶긴 한데..
캐나다는 한국처럼 다운로드가 무제한이 아니라 한달에 50G라는 제한이 있더군요..ㅠㅠ
제가 홈스테이 하는 집에 컴만 제것까지 5대라.. 50G가 참 우습더랍니다..ㅠㅠ
그래서 자제 하고 있어용.. 하지만 내심 보고 싶은 건 정말 어쩔 수가 없네요.
야마다 타카유키는 점점 무리익어 가는 것 같아요, 연기가.
세카츄보다 한단계 성숙해진 연기에 괜찮은 배우라고 또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죠~~
키만 더 커주면 참 좋았을 텐데 참 아쉬워요~~ 아야세 하루카가 더 큰 느낌이 들었거든요..^^;
아무튼.. 참 기대하고 있사옵니다. 아, 저도 그렇게 가슴이 먹먹해 지는 이야기.. 써보고
싶어요.. 신이시여!! 저에게 그만큼의 재능을 플리즈~~!!!!!ㅠㅠ
백야행 1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사
"아무래도 하느님은 내가 미우셨나봐. 죽으면 다 끝이라는 내 마음속의 비겁함을 봐 주실순
없으셨나봐.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사는데 까지 살 생각이야"
여기 주인공이 스칼렛 오하라를 동경하는데.. 백만배 공감했습니다.
저도 스칼렛 오하라 동경하거든요. 강하고 멋진 여자니까..
후훗~ 아무튼 일드를 즐겨보시는 분들은 이해하시고.. 모르시는 분들은 아, 또 저 사람
병이 도졌군.. 하세요.^^;;
하지만 추리 로맨스를 즐겨보시는 분들이라면 원작 추천합니다. 저도 읽어볼 생각이예용~~
원작을 읽게 만드는 드라마는 참 오랜만에 보네요^^ 원츄 입니다!!
카페 게시글
로맨스 소설 1.
[ 중편 ]
만약 내가 죽는다면 *7th*
다음검색
첫댓글 진짜왕재밌어요!!!!! 연승민이 맘에드네~
흐흐 이제 승민이가 마리한테 작업거는건가?? 재미있어요,, 재훈이도 고생을 해야 할듯...
정말 재미있네요 ^^ ㅋㅋ
승민이랑 마리가 연결 되었으면 싶어요. 나약한 마리보다 자신을 사랑하는 마리이길...
승민♡마리 원츄해요!!!!>_< 재훈이 드디어 자신의 마음을 알아채는건가??-_-;
원래, 이런 삼각구도로 들어가면 재훈을 응원하는 타입이였는데, 이상하게 승민이를 응원하고 싶어지내요!
승민이랑 해주세요 ~ 마리랑 승민이랑… 마리도, ...사랑받았으면 좋겠어요T-T♥
승민이 원츄해요... 쿄쿄쿄>ㅁ<
후후후후 승민이가 더 끌려요.ㅋㅋㅋ 승민이랑 마리랑 연결되는게 더 끌리는게.ㅋㅋ 아, 볼수록 지혜가 마음에 안드는데...ㅡㅡ;
후후후후 승민이가 더 끌려요.ㅋㅋㅋ 승민이랑 마리랑 연결되는게 더 끌리는게.ㅋㅋ
지혜, 쟤 모야~ ㅋㅋ 승민이, 즐기지만 말고 실천해봐요~
새로운 재미를 느끼는 소설이예요~^^
흐음,,,,,,,2억을 걸고ㅋ.....쩝,,,과연 마리가 승민이한테 넘어갈까요?!?!? ㅋㅋ
그래도 승민이가 좋아요 ㅜ^ㅜ~~
재훈이가 정신차리면 됩니다 암요 그렇고 말고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재훈원츄
승민이 좋아요!!! 재훈이랑 지혜 싫어!!!!!!
진짜~승민이 너무 좋아지는게ㅋㅋㅋㅋㅋ
진짜~승민이 너무 좋아지는게ㅋㅋㅋㅋㅋ
헐..2억이껌값이냐 진리야..ㅋㅋㅋ
당연히 재훈 아닌가요??ㅜㅜ 제발 재훈이랑 되게 해주세요
어떻게 승민이!! ㅎ !! 지혜가 막 조금씩 싫어지는 ~ ; ㅎ 마그나님 건필하셔요~
재훈♡마리는..... 없는건가요 ...흑흑흑... 재훈이가 어서 마리를 좋아하게 되기를...♡ 그건 그렇고 진리♡새빈 ㅋㅋㅋㅋ 아 이커플 정말 귀여워요 ㅋㅋ 소설에서 자주 볼수있기를-_-**쿄쿄
역시 승민이가 좋아요ㅋㅋ지혜..숨은 악마였었군요ㅡㅡ++백야행..이번 분기때 꼭 볼려고 골라놨던건데ㅋㅋ아직 못봤는데 이제 보려고요^^암튼 잘 읽었습니다!!
냐핫 ~ 일리터의눈물은보셨는지 , 와- 며칠전에완결까지다보았는데, 정말이지눈물없이는못본다죠. 후후, 백야행'ㅁ'a 친구가보고재밌으면저도보려고일단찜해둔드라마ㅎ 아아 ! 2억이란 어마어마한돈을 저렇게 손쉽게말하다니-...-조금김샌달까 ? 에잇- 조금부럽고 얄미운걸요ㅎ
ㅋㅋㅋ 승민이가 자꾸 맘에 드는걸요 ~ 재훈이가 마리를 사랑하고 , 마리는 승민이를 사랑하고 , 마리도 승민이를 사랑하고 .... 이렇게 됫으면 좋겟어요 ~~
승민이한테 점점 더 끌려요~ 마리한테 갈등을 하는 재훈이 조금은 안쓰럽지만, 승민이 잘되기만을... 솔직히 답답한 마리도, 영악한 지혜도 별로네요...
재밌어요!!! 재훈마리 빨리사랑을 ㅋㅋㅋㅋㅋㅋㅋ
ㅎㅎㅎㅎ 빨랑 담편보러갈게요 넘 궁금해서~후다닥~!ㅎㅎ
진리랑새빈의사랑이야기도보고싶네요ㅋㅋ 한번써주십숑
난재훈이더좋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