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범진보 대중에게 밥 딜런의 1963년 작 ‘Blowin’ in the Wind’는 우리의 ‘아침이슬’과 같은 노래다. 그리고 반전운동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노래가 되었고, 어린 청년으로 하여금 진보적 ‘저항 가수’로 자리매김하게 하였다. 이 노래가 담긴 그의 두 번째 앨범 ‘The Freewheelin’ Bob Dylan’은 이 노래 말고도 전쟁 군수업자들에 대한, 인종차별론자들에 대한, 핵무기의 공포에 대한 비판을 즐비하게 담고 있어 1960년대 미국과 서구의 청년 신좌파들에게 하나의 음악적 이정표가 되었다.
진지함에 있어서는 김민기와 같지만 김민기가 순정적이라면 밥 딜런은 기본적으로 냉소적이다. 김민기의 목소리가 베이스 바리톤의 깊은 울림이라면 밥 딜런의 목소리는 20대 때나 70대인 지금이나 피곤과 상처에 쩐 듯한 금속질의 카랑카랑함이 배어나온다.
그를 엔터테이너가 아니라 아티스트의 반열로 올려놓은 것은 동어반복적인 통속성에 기반하고 있던 대중음악을 창조적인 직관에 의거한 지적인 초현실주의적 표현의 차원으로 승화시킨 데 있다. 버락 오바마는 말한다. "그는 음악을 통해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브루스 스프링스틴부터 U2까지 모든 가수가 밥 딜런에게 빚을 지고 있다. 미국 음악사에서 밥 딜런만큼 거대한 거인은 없다."
'Blowin' in the Wind'는 1970년대 초반 서유석이 '파란 많은 세상'으로 번안해 녹음했고 대학가에선 조금 더 원본에 가까운 '바람만이 아는 대답'으로 재번역되었지만 어느 것이나 원본의 깊이에는 미치지 못한다.
통기타와 하모니카 반주만으로 이루어진 이 간략한 노래는 세 개의 의문문과 하나의 후렴구가 한 세트를 이루어 3절로 구성되어 있다. 즉 이 노래의 뼈대는 아홉 개의 질문인 셈이다.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야 인간은 비로소 인간이 될 수 있을까?/ 그리고 얼마나 많은 바다를 날아야 비둘기는 모래밭에서 잠들 수 있을까?/ 그리고 얼마나 많이 하늘 위로 쏘아 올려야 포탄은 영영 사라질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밥 딜런은 현충일의 하늘을 향해 묻는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죽음을 겪어야 너무나도 많은 사람이 죽어 버렸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인가?’
강헌 음악평론가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