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술을 사주지 않았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요? 삶에서 받는 어떤 위로를 말하는 게 아닐까요? 삶이 나에게 주는 위로 말입니다. 정호승 시인은 지금 매우 심경이 힘든 상태인 듯하네요. 어떤 일이 잘 풀리지 않고 있는 걸까요? 삶이 힘들어 삶을 원망하고 삶에게 눈을 쏘아보고 있는 시인님입니다. 왜 나만 가지고 그래! 이렇게 울부짖는 것 같네요.
"겨울밤 막다른 골목 끝 포장마차에서 / 빈 호주머니를 털털 털어 / 나는 몇 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나를 위해 단 한 번도 /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지만, 시인님은 인생에게 술을 자주 사주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삶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의미로 다가오네요. '겨울밤 막다른 골목 끝 포장마차에서 빈 호주머니를 털털 털어'. 삶이 힘들 때마다 시인님은 이런 후미진 포장마차에 홀로 박혀, 아니 인생을 앞에 앉혀두고 술을 마시곤 했네요. 얼마나 외로웠을까요?
술이 점점 취하면서 시인님은 자신의 속내를, 앞에 마주 앉아 있는 인생에게 털어놓았을 것입니다. 이렇게요.
너는 왜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는 거냐!
나는 이렇게 열심히 살려고 아등바등하는데,
좌충우돌 엉금엉금 가는데
너는 왜 나에게 단 한 번의 제대로 된 위로도 해주지 않는 것이냐!
왜 나를 고독의 궁지로 자꾸 몰아가느냐!
너, 인생이란 작자는 도대체 무엇이냐!
퇴근길이었을까요? 후미진 골목 포장마차에서의 이런 풍경, 참 흔한 풍경이기도 하네요. 삶에 지친 누구라도 그러하지 않겠는지요.
"눈이 내리는 날에도 / 돌연꽃 소리 없이 피었다 / 지는 날에도"
돌연꽃은 돌에 새겨진 연꽃을 말합니다. '돌연꽃이 소리 없이 피었다 지는 날에도'. 돌에 새겨진 연꽃이 어찌 피었다 질 수 있겠는지요? 인생이 나에게 술 한잔 사주는 일은 그런 불가능한 일에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네요. 엄청난 과장법이네요.
이렇게 엄청난 과장법으로 투정 부리며 분을 푸는 거겠지요? 힘들 때면, 나에게도 '술 한잔' 사달라고 인생에게 생떼를 쓰며 조르며 가는 삶이겠지요? 인생에게 트집도 잡고 때로는 어리광도 부리고요. 이렇게 분이 풀리고 나면 며칠 잠잠하게 잘 지나가는 거죠. 그렇지 않습디까?
그렇게 인생과 나, 서로 밀당을 하면서 가는 삶이었네요. 나의 인생 아니면 누구에게 비비기라도 하겠는지요.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라고 트집 잡던 시인님은 곧 훨훨 털고 일어났겠지요? 비틀거렸겠지만, 그 미운 인생과 마침내 어깨동무하고 어두운 포장마차 골목을 빠져나왔겠지요?
인생은 나에게
술한잔 사주지 않았다
겨울밤 막다른 골목끝
포장마차에서
빈 호주머니를 털털 털 털어
나는 몇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나를 위하여 단한번도
술한잔 사주지 않았다
눈이 내리는 그런 날에도
돌연꽃 소리없이 피었다
지는 날에도
인생은 나에게 술한잔
사주지 않았다
빈 호주머니를 털털 털 털어
나는 몇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나를 위하여 단한번도
술한잔 사주지 않았다
눈이 내리는 그런 날에도
돌연꽃 소리없이 피었다
지는 날에도
인생은 나에게 술한잔
사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