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질 병
오늘 오전에는 세종로 중앙청 별관에서 '참여정부의 디지털예산회계 정보화 구축사업' 세미나가 있었다.
한국행정연구원 주관.
직원 몇 명과 함께 세미나를 참관.
오후 세미나를 건너뛰고 대신 다른 공청회로 가야 했다.
청계천.
직장 동료 다섯 사람이 어울려서 청계천을 따라 동대문 쪽으로 걸었다.
서울시내 한복판을 가로 지르는 청계천에는 맑은 물이 제법 넘쳐 흐르고 돌쩌귀에 여울진 물소리가 들려 모든 게 그럴 듯했다.
청계천 복원이 인위적이지만 서울시민에게 좋은 휴식터와 볼거리가 제공된 셈이다.
어린 버들과 옥잠화가 돌 틈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발길이 닳지 않는 빈 터에는 수크렁(잡초)과 물억새(풀)가 너울거렸다.
담쟁이, 조롱박 넝쿨이 돌벽을 기어오르고, 길섶의 물창포는 시민의 발길에 채여 곤욕을 치루고 있었다.
긴 줄을 쳐 놨어도 사람들이 풀섶에 들어가 잔디 등을 짓밟았다는 흔적이 많았다.
청계천변을 따라 걷기에는 이내 지루했다.
시멘트 길, 어깨를 부딪칠 만큼 좁은 길, 사람들의 시끄러움.
획일적이고 똑같은 볼거리에 어느 사이에 식상했다. 더 걸을 가치도 없을 만큼 지쳤다.
오후 3시에 도착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청량리 부근의 아름다운 숲 안에 있었다.
낮은 산에 빨갛게 익은 홍시가 나무가지에 매달려 있었다.
정부디지털예산회계기획단과 가립회계사가 주관한 정부재정정보시스템 구축 사업관련 공청회가 아주 늦게 끝났다.
저녁 늦은 부페, 조촐한 만찬석.
직장 동료와 함께 한 테이블에 함께 의자에 앉았다.
"세미나 시간에는 내내 졸더니만 밥 먹을 때만 생기가 나네."
오늘 오전부터 졸립다던 장교에게 내가 말하니 그는 엉뚱하게 말을 돌렸다.
"그렇군요. 이 중위(회계사)! 너, 다음 달에 장가 가지? 신혼생활은 체력전이야. 체력보강해 둬."
하며 음식에 욕심내는 총각에게 우스개 소리를 했다.
그는 간밤에 일찍 잠깨는 바람에 새벽밥 먹고, 또 출근 직전에도 밥 먹었더니 아침 내내 졸립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게 했던 C중령.
나는 두 군데 세미나와 공청회 참관을 하면서도 우리말 글쓰기에 관한 잡상이 떠올라서 잡념을 지우는데 애를 먹었다.
어떤 것에 지나치면 이것도 마음의 병.
나는 '우리말 바르게 쓰기'에 관한 한 잔소리꾼으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이런 것도 정부가 주장하는 혁신의 하나일까?
2005. 10. 26. 바람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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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 4. 2. 화요일.
봄하늘이 맑고 밝고 푸르다. 기온도 따뜻하다.
어떤 문학지에 낼 글을 고르려고 오래 전에 쓴 일기장을 뒤적거리다가 위 글을 발견했다.
오래 전 컴시스템개발을 할 때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참여정부의 전산시스템개발' 세미나에 부하직원과 함께 참가한 당시의 일기이다.
길이가 적당한 산문을 골라서 글 다듬은 뒤에 전송할 예정이다.
글 고르고, 글 다듬는 것도 은근히 스트레스이다.
요즘 은근히 더 지친다.
지치기에 아파트 베란다에 나가서 크고 작은 화분을 들여다봐야겠다.
화분 140개가 넘을 듯... 식물 키우면서 스트레스를 달랜다.
몸은 서울에 있어도 마음은 늘 서해안 산골 아래에 있는 시골집에 내려가 있다.
텃밭농사를 짓고 싶기에.
나무와 풀, 화초를 가꾸면서 내 노년의 세월을 잊고 싶다.
첫댓글 잘봤습니다. 건강하세요.
댓글 고맙습니다.
이런 일기가 있기에 지나간 세월을 더듬어 봅니다.
사진이 있다면 더욱 생생하게 떠오르겠지요.
그때 그 모습으로요. 전혀 변화하지도 않은 채로....
아파트 베란다에 화분이 그렇게 많아요?
예.
2024년 4월인 지금 140개. 거실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