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503 - 260508
인문 건축 기행 - 유현준 - 을유문화사
이 책은 내가 사는 도시의 통합전자도서관에서 ‘전자책’ 이라는 것으로 대여해 읽었다. 대형 서점에서 제공하는 ‘e북’과 동일한 것이라 생각된다. 항상 책이라는 실체를 대하다 처음으로 컴퓨터 화면과 마주하여 읽은 것이라 우선 종이책보다는 집중이 되질 않았다. 컴퓨터에서는 글자를 크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돋보기를 사용하지 않을 수 있으니 노인들에게는 좋은 점이긴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로그인을 하고 책을 찾고 뷰어를 열고 글자크기를 맞추고 하는 과정이 나이든 사람들에게는, 숙달이 되면 나아지겠지만, 별로 친화적이지는 않다고 느껴졌다. 또한 화면의 글자를 키워도 눈의 피로도는 종이책보다 더 높다. 도서관에서 수시로 종이책을 빌리면서도 내가 전자도서관에 등록한 이유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스마트폰으로 보기 위함이었는데 도서관 홈페이지에 추천된 앱을 깔았지만 컴퓨터에서 나오는 전자책이 스마트폰의 앱에서는 작동되지 않았다. 전자책이라는 메뉴의 단추는 있으되 실행이 되질 않고 있다. 도서관 사무실에 좀 들러야 할 일이 생겼다.
이 책은 홍익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건축가 유현준이라는 분이 저술한 책이다. 이 책 이전에도 건축과 관련한 많은 책을 저술한 분으로 알려져 있다. 책 내용은,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디자인하고 현재 유럽, 북미, 아시아 지역에 존재하는 유명 건물들 중 저자가 선별한 대표건축물 30곳에 대하여 디자이너(건축가) 소개, 디자인 배경, 건물의 내외 요소에 대한 설명, 건축공학적 설명 등에 대하여 저자의 강의가 이어지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아시아 지역에서 우리나라의 대표 건축물은 없다. 이야기 하고 싶은 국내 건축물도 있을 것 같은데 저자가 속한 나라는 점에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소개된 유럽의 건축물 중 내가 아는 것은 프랑스에 있는 퐁피두센터와 루브르박물관의 유리피라미드 두 곳 뿐이다. 프랑스를 다녀오신 분들이라면 대부분 알고 계시고 또 국내에서도 심심치 않게 들리는 이름이다. 오랜 기억 속의 퐁피두센터 생김새가 가물가물 하였는데 책 속의 사진을 보니 외부에 비계가 설치된 모습이어서 ‘건물 사진을 찍을 때 외부에 어떤 공사를 하고 있었나보다’ 생각하였는데 그게 아니고 원래가 그리 생겼다고 설명이 되어 있었다. 가 보고도 느끼지 못하였으나 건물에 대한 집중력을 높이기 위하여 광장이 건물을 향하여 약간 경사가 져 있다는 것도 이 책을 보고 알았다. 루브르박물관 광장의 유리 피라미드 옆에는 지하 쪽으로 좀 작은 역삼각형 모양의 피라미드 하나가 더 있고 그 지하 피라미드 꼭짓점과 맞다있는 곳에 또 하나의 아주 작은 피라미드가 있다고 하는데 난 그저 큰 것만을 그리고 있었는지 이제야 내가 볼 때도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기야 느긋한 관광도 아니었고 출장 중에 잠깐 바라본 것이니 무슨 디테일이 있을까. 뉴욕의 건물 중 씨티그룹센터 정도는 보고 다녔을 텐데 생각나는 게 없다. 그저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만 생각하고 다녔던 모양이다. 지금이야 하도 높은 건물이 많아 그 건물이 높이의 상징이 아니라 역사의 상징으로만 남아있을 테지만 이제는 구세대인 나에게는 그래도 뉴욕하면 높이에서나 역사적으로나 첫째로 생각나는 상징이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이다.
홍콩에는 가운데가 뚫려있는 건물이 많이 있다. 높고 기다란 아파트나 여러 특정 상업 건물도 가운데쯤 구멍이 나있다. 여행을 다녔을 때는 그렇게 만든 이유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었는데 이 책이 설명을 하고 있다. 풍수지리와 연관된 속설 때문에 멀쩡한 건물에 큰 사각 구멍을 두었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좀 더 자세한 자료를 찾아보니 산에 사는 용이 바다로 물을 마시러 내려오다 건물에 막혀 물가로 가지 못하면 액운이 온다고 하여 용이 다니는 길을 만든 것이라 한다. 그걸 홍콩에서는 Dragon Gate라 부른다고 한다. 한글의 ㄷ자를 세워 놓은 것 같은 중국 베이징의 CCTV 본사 건물을 보며 개선문을 흉내 냈나 아니면 홍콩의 건물들을 의식하였나 생각하였는데 이 책에 그런 설명은 없으니 그건 아니고 순수하게 디자이너의 건축학적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나는 건축이나 이와 관련된 일에는 문외한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를 여행할 때마다, 비록 겉모습이지만, 그 나라의 건물들이나 길거리 형태가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무엇인지 좀 살펴보는 편이다. 건축공학이나 건축물에 대하여 뭔가 전문적인 것을 알기 위하여 이 책을 읽은 건 아니다. 단지 그 30개의 건물과 관련된, 또 그 건물들이 존재하는 나라와 관련된 이야기, 그리고 그것을 선별한 저자의 건물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을 알고 싶어 이 책을 읽었다. 전문적인 사항이 나오면 이해가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서 그런 부분에서는 대각선으로 읽기는 하였지만, 읽으면서 앞으로 그 도시에 갈 기회가 있으면 잘 살펴보아야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며 중요한 것을 배웠고 이건 아닌 것 같은데 하는 생각도 든 부분이 있었다. ‘르 코르비쥐에’라는 건축가는 콘크리트 기둥으로 땅에서 건물을 띄워 ‘필로티’ 구조를 만들고는 “인류가 비로소 땅의 습기에서 벗어났다”라고 자랑하였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 빌라건축물에 많이 적용되는 방법이다. 그러나 다큐멘터리를 보면 동남아 지역의 여러 나라에서 많은 주민들이 나무나 대나무를 이용하여 땅에서 띄워진 이런 가옥에서 살고 있으며 이는 조상 대대로 전수된 가옥구조라 한다. 홍수나 유해한 동물로 부터의 보호는 물론 가축이나 다른 용도에 대한 공간으로도 이용 가능하도록 1층은 비워두고 2층에서 거주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피로티라는 구조적 이름만 없었을 뿐이지 이게 ‘르 코르비쥐에’가 자랑한 필로티의 원조가 아닌가? 단지 나무나 대나무 기둥이 콘크리트로 바뀌었을 뿐이다. 우리나라 한옥에도, 비록 목적은 다르다 할지라도, 이와 비슷한 유형의 각종 마루가 존재한다. 특히 기와집 사랑방 앞의 큰 마루도 가히 필로티의 원조에 손색이 없다. 뉴욕에는 공중권(Air Right)이라는 제도가 있다고 한다. 건물을 새로 짓는데 옆에 보존해야 할 건물이 있거나 알박기를 하는 건물이 있어 필요한 면적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그 건물들은 그냥 놔두고 그 건물들의 위 공중은 사용할 수 있는 제도라고 한다. 그 건물들 지붕 위의 하늘 쪽으로 건물을 내어 짓는 것이다. 새 건물을 위하여 무턱대고 보존 가치가 있는 기존 건물을 헐거나 알박기를 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라고 한다.
역사학자 ‘유홍준’씨가 쓴 책 중에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라는 시리즈가 있다. 그 책이 나온 후 많은 젊은이들이 책을 들고 책 속의 문화유산을 찾아 전국을 답사하는 게 유행이었던 시기가 있었다. 건축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책이나 온라인으로도 많이 대하겠지만 유무명의 많은 건축물들을 직접 답사할 수 있으면 더 좋은 공부가 없을 것이다. ‘문화유산 답사’처럼 많은 젊은이들에게 책속의 건축물을 찾아다니며 국내외의 내로라하는 건축물을 체험하며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를 바란다.
2026년 4월 30일
하늘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