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의 병기(病期) 판별 등 기존 내시경으로 할 수 없는 검사까지 가능한 '초음파 내시경'이 보급되고 있다. 초음파 내시경은 렌즈 앞쪽에 초소형 초음파 검사 기기와 특수 바늘이 부착된 장비로 장기 표면을 보는 '내시경'과 장기 내부를 관찰하는 '초음파'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
초음파 내시경은 위암이 위의 표면에서 얼마나 안쪽까지 진행됐는지 검사하는 데 가장 많이 사용된다. 이정환 서울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내시경을 위에 삽입한 뒤 암이 있는 부위에 초음파를 쏘아서 판별한다"며 "일반 내시경으로는 위암의 병기까지 알아내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복부 초음파검사나 CT(컴퓨터단층촬영)로 어려웠던 췌장과 담낭(쓸개) 등의 암 검사도 초음파 내시경을 이용해 할 수 있다. 실제로 방승민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이 최근 담낭 용종 환자 88명을 초음파 내시경으로 진단한 결과 악성 여부를 비교적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었다. 이 외에 확진이 어려워 진단을 위해 배를 열고 수술을 해야 했던 췌장암, 폐암 림프절 전이 여부 등도 초음파 내시경으로 진단할 수 있다.
한편 초음파 내시경은 췌장이나 담낭 등의 농양(고름) 제거 시술에도 활용된다. 위에 내시경을 넣은 뒤 특수 바늘로 위를 뚫고 환부에 접근해 빨아낸다. 이석호 부천순천향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초음파 내시경으로 농양을 제거하면 시술 시간이 개복 수술의 최대 10분의 1 정도로 줄고 통증과 흉터가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초음파 내시경은 현재 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서울백병원·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 순천향대병원 등 일부 대학병원과 내시경 전문병원에 들어와 있다.
검사 비용은 일반 위 내시경보다 5배 정도 비싸다. 병의 조기 발견을 위한 목적으로는 사용하지 않으며, 내시경이나 초음파검사 등에서 병이 발견된 경우 더욱 정확한 진단을 하기 위해 2차적으로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