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1일 목요일, 맑음 아침식사는 밥에 오징어 볶음, 콩나물 국, 김치다. 먼 이국땅에서 아침 식사를 한국식으로 할 수 있다니 정말 우리나라도 잘 사는 나라가 되었고, 따라서 세계가 좁아진 느낌이다. 개인의 경제 성장과 과학의 발전이 세계를 좁게 만든다. 용기가 없고 가난한 생각 속에 머무는 사람에게는 세계가 너무 멀어 보이나보다. 아침 9시 30분 이후에 전철표를 끊어야 저렴하기에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 슈퍼에 들러 점심거리를 준비했다. 시내 중심가에는 물가가 비싸다. 빵과 오렌지와 햄을 샀다. 이곳 물가는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Mileend 역에서 전철을 타고 폴 성당으로 간다. 숙소와 가까운 곳이다. 날씨는 맑고 깨끗하지만 여름이라고 반팔을 입기에는 너무 서늘하다. 긴팔을 걸치고 하루의 일정을 시작한다. 성 폴 성당이다. 넬슨 제독과 처칠의 장례식이 치러졌으며 1981년 찰스 황태자와 다이애나 비가 결혼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커다란 돔을 씌운 르네상스 양식의 건물로 높이 약 111m, 폭이 약 74m, 안길이 약 157m, 돔의 직경이 약 34m의 대 건축물이다. 조용한 아침에 입구의 넓은 계단을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엄숙함을 느끼게 한다. 거대한 기둥이 두 개씩 3줄이 있어 분위기가 압도적이다.
이곳에는 헨리 8세나 넬슨 제독의 묘와 함께 이 성당을 건설한 크리스토퍼 렌의 묘가 있다. 그 묘비에는 알 수 없는 글(라틴어)로 ‘그의 기념비를 보고 싶은 사람은 주위를 보라’고 적혀 있단다. 이 성당 자체가 기념비라는 의미다. 1666년 시티를 삼켜버린 런던 대화재는 목조였던 옛 폴 성당을 완전히 재로 만들어 버렸다. 그 이전부터 국왕 찰스 2세의 의뢰를 받았던 당시의 건축가 렌은 그동안 구상한 복원 계획을 정리하여 35년에 걸쳐 이 성당을 건설했다. 입장료는 6파운드다. 돔 밑에서 올려다보면 현기증이 날 정도로 압권이다. 안쪽 성가대 부근의 천장의 금자색은 호화찬란하여 마치 이세상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다시 전철을 타고 내녀널 겔러리 옆에 있는 포트레이트 겔러리로 갔다. 국립 초상화 박물관이다. 이 박물관은 튜더 시대부터 현재까지 영국 역사상 인물의 초상화가 전시되어 있다. 엘리자베스 2세의 어린 시절의 사진에 사람들이 많다. 초상화들이 즐비하여 지겹게 생각이 들었다. 시대별로 사진기가 없을 당시 기념사진을 찍어 놓은 것 같아 웃음이 나왔다. 초상화를 그리던 당시의 화가들의 고충이 그림 뒤에 있는 것 같다. 인물에 비해 더 멋지게 또는 더 못나오게, 또는 정직한 모습으로 그렸다 해도 자기보다 더 권력을 주l고 있는 인물이다 보니......... 주인공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엘리자베스 여왕의 섬세하고 화려한 의상과 당시의 의상들을 알아볼 수 있어 흥미롭다. 위층에서 시대별로 시작된다. 분위기가 어둡고 엄숙하다가 현대로 올수록 발가지고 가벼워지는 분위기다. 아래층에 2002년 월드컵 때 뭇 여성들의 마음을 빼앗았던 영국의 축구선수 베컴의 모습이 있어 흥미로웠다. 현대로 올수록 아는 인물도 보이고 분위기가 밝아져 얼굴의 근육도 펴지고 말소리도 커지면 마음도 활짝 열리는 기분이다.
뒷문으로 나오니 찰리채플린 동상인 듯 한 것이 서 있는 광장이 나오고 소호지구가 나온다. 보행자들만 왕래하는 거리를 사람들 틈에서 걷다보니 차이나타운이 나온다. 걷는 것만으로도 여행자의 마음이 즐거운 곳이다. 다시 전철을 타고 마담 투소 밀랍 인형관을 갔다. 복잡하고 붐빈다. 들어가려고 긴 줄이 늘어서 있는데 족히 100m는 되는 것 같다. 자세히 보니 입장권을 끊는 줄과 입장하기 위해 선 줄, 두 줄이다. 가격을 보니 성인이 16.95 파운드, 아이들이 12 파운드이다. 오전 11시가 넘었다. 생각보다 입장료가 너무 비싸다. 그냥 돌아서기로 했다. (그런데 리전드 파크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와 보니 입장료가 다르다. 어른 14.95파운드, 아이 10.05파운드이다) 입장료가 시간에 따라 계절에 따라 변동되는 가격 변동제란다. 영국의 뮤지컬의 입장료도 변동제란다. 성수기 때는 비싸지고 비수기 때는 가격이 내린다. 합리적인지 ......... 그래도 우리는 비싸다.
점심을 해결하고 휴식을 취할 겸 레전드 파크로 갔다. 늘 부러운 것은 도심에 쉴 수 있는 공원이 많다는 것이다. 런던 시내의 최대 공원으로 퀸 메리 정원이 있어 계절 5월에는 대단히 아름다운 곳이란다. 여름밤에는 북쪽에 있는 야외극장에서 섹스피어 극이 상영되기도 한다. 방석과 모포를 빌려 여름밤에 ‘로미오와 줄리엣’들을 보고 있으면 낭만적인 분위기에 빠져든단다. 수로 변의 벤치에 앉아 요플레와 빵 그리고 오렌지로 점심식사를 했다. 분위기도 좋고 맛도 좋다. 식사 후 호수 주변으로 산책을 했다. 색깔도 다양하고 종류도 다양한 꽃들을 예쁘게 가꾸어 놓았다. 각종 조류들이 호수와 주변에 한가롭게 놀고 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아름답게 만들어 준다. 퀸 메리 정원에는 장미는 없으나 주변 경치는 나무들과 꽃들, 잔디로 색깔, 크기에 맞추어 조화롭게 꾸며져 있다.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한다. 잡담은 언제나 즐겁다. 건너편 벤치에 있는 할머니와 두 손녀의 모습이 너무 예쁘다. 특히 아장아장 걷는 모습은 우리의 시선을 모두 집중시킨다. 그림으로도 이 분위기를 표현하지 못할 것 같다. 한참을 쉰 후에 찰스 게이트 방향으로 걸어 나와 다음 목적지로 전철을 타고 간다. 다음은 테이트 갤러리이다. 핌리코 역에서 하차하여 약간 걸어간다. 미술관 정면의 코린트식 기둥은 화려한 것 같으면서 단단하고 간결해 보인다. 영국 전역에서 수집한 미술 작품과 현대미술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런던의 테이트 브리튼 미술관과 테이트 모던 미술관, 리버풀의 테이트 리버풀 미술관, 콘월의 테이트 세인트아이브스 미술관 등 영국 네 곳에 자리한 미술관을 통칭한다. 웨스트민스터 자치구 밀뱅크에 자리 잡고 있는 테이트 브리튼 미술관은 제당업계의 거물 헨리 테이트 경(1819~99)이 건물과 미술 소장품을 모두 기부하면서 문을 열었다. 신고전 양식을 띤 건물은 시드니 스미스가 설계하여, 1897년 대중에게 공개했다. 건물은 6개의 증축된 건물을 수용했는데, 그 중 마지막 건물인 클로어 미술관은 1987년 영국 화가 J.M.W. 터너가 그린 미술품을 소장하기 위해 개관했다. 처음에는 테이트 미술관으로 불리다가 2000년 영국 작가들의 미술 작품만 전시하면서 테이트 브리튼 미술관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엘리자베스 1세 시대와 제임스 1세 시대의 미술품을 시작으로 18세기와 19세기를 대표하는 레이놀즈와 게인즈버러, 호가스, 스터브스, 컨스터블, 블레이크, 라파엘 전파(前派)의 작품들을 대표적으로 전시하고 있다. 테이트 모던 미술관은 국제적인 화가들의 근대 및 현대 작품들을 아우르는 수집품으로 꾸며져 있다. 템스 강 남쪽 제방 변의 뱅크 이드에 위치한 테이트 모던 미술관은 스위스의 건축가인 자크 헤르초크와 피에르 드 뫼롱이 공동 설계하여 새롭게 단장한 곳이다. 학파나 연대순이 아니라 주제에 따라 전시되어 있으며, 입체파와 미래파, 추상표현주의, 다다이즘, 초현실주의, 팝 아트 등 중요한 모든 미술운동 양식이 설명되어 있다. 피카소와 피트 몬드리안, 토마스 슈트루트, 마크 로스코 등의 유명한 작품들이 많다. 테이트 리버풀 미술관은 1988년에 개관했다. 앨버트 독에 있는 창고를 개조해서 만든 곳으로, 회화와 조각품부터 비디오와 설치 작품, 공연 작품 등 폭넓은 범위의 영국 및 현대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다. 밀뱅크 교도소 자리에 새로 지어진 갤러리로 대영 박물과, 내셔널 갤러리, 빅토리아 앨버트 미술관 과 함께 영국 최고의 미술관이다. 우리도 교도소 자리에 문화공간이 세워졌다는 이야기가 듣고 싶다. 예술은 도덕적이어야 하며 자연에 대해 진실해야 하며 또 신 앞에 정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영국의 근대 화가들의 작품이 있는 곳이다. 타락하여 퇴폐적인 화단을 개혁하여 라파엘주의를 외쳤던 화가들이란다. 입장료는 물론 없고 고맙게도 무겁게 메고 다니는 배낭까지 무료로 보관해 준다. 깔끔하고 바닥은 거울 같이 윤이 나고 깨끗한 미술관이다. 보나르의 목욕, 달리 – 나르시스의 변형, 키리코 – 시인의 불확실성, 밀레이 – 오필리아, 로제타 – 베아타 베아타릭스, 헌트 – 깨어나는 양심, 워터하우스 – 레이디 샬롯, 호가드 – 거지의 오페라, 오 그리운 영국의 구운 쇠고기, 블레이크 – 아담을 창조하는 신, 그리고 영국이 자랑하는 화가 터너의 작품들이 인상적이다. 50일 간의 유럽 미술관 체험 이라는 책을 쓴 평론가 이주헌씨는 예술을 이렇게 즐길 수 만 있다면 가난하게 살아도 그만일 것 같다. 라고 ........ 그러나 그림이 아무리 좋아도 다리가 아프다는 것을 피할 수 없구나. 배낭을 찾아 밖으로 나와 잠시 나무 그늘에 앉아서 쉬는데 이곳에도 조각 작품이니 만지지 말라는 엄청 큰 쇠구슬이 하나 있다. 이제 영국 런던에서 계획했던 일정은 끝이 난 것 같다. 런던을 떠나 오늘 밤 도버 해협을 건너 벨기에로 들어간다. 유로라인을 타는 위치와 체크인을 위해 미리 답사를 해야 할 것 같아 코치 스테이션을 찾아가기로 했다. 빅토리아 역 부근이라는 정보를 갖고 빅토리아 전철역에서 내렸다. 아내와 이 선생을 역 백화점 층계에 앉혀놓고 버스터미널을 찾아갔다. 몇 번 해맨 후에 유로라인 사무실과 버스 타는 곳을 확인한 후에 아내에게 돌아왔다. 시간이 조금 남아 쇼핑타운에 들어가 이것저것을 구경했다. 옷가게에 들어간 여자들이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상하다 여자들은 몸이 피곤하다며 금방 주저앉을 것 같더니 옷가게에 들어가더니 힘이 솟는지 즐거운 표정이다.
일단 숙소로 돌라와 떠날 준비를 했다. 다시 샤워하고 저녁을 주문해서 밥과 라면 김치를 먹었다. 밤 10시차인데 미리 터미널로 가기로 하고 아쉬운 작별을 한 후 숙소를 나섰다. 유학생 부부인 데 부디 원하는 공부 잘 마치고 좋은 자리 얻어 아들 딸 잘 낳고 잘 살기를 마음속으로 부탁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배낭 하나씩 매고 나왔다. 빅토리아 역에서 내려 코치 스테이션 쪽으로 걸어간다. 앞에 가는 유대인이 전통 복장에 키파를 쓰고 배낭매고 가는 모습이 우습다. 19번 통로에 앉아 체크인하는 사무실 문이 열리기를 기다린다. 영국에서 유럽대륙으로 넘어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 한국 젊은이들이 많이 있어 꼭 우리나라 버스정류장 같다. 19시에 체크인이 시작 되었다. 여권을 비교하며 약간의 수속을 밟은 후 B자가 씌어 있는 카드 4장을 받았다. 저녁 11시경에 유로라인 버스가 서 너 대 들어왔다. 버스 앞에 B 자가 기록된 버스에 가까스로 올라타 맨 앞에 앉았다. A부터 F 까지 여러 대의 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버스에는 기사 두 명이 타서 서로 교대하며 운전한다. 50대 후반인 것 같은 나이 많은 기사다. 어둡고 조용한 런던의 좁은 거리를 미끄러지듯 빠져 나간다. 출발 시간은 23 : 07분이다. 2시간 정도 달려서 항구에 도착하여 여권체크를 한다. 배에 차를 싣기 위해 항구에 도착 대기한 시각이 새벽 1시 20분이다. 줄을 지어 많은 차들이 입을 벌린 큰 배에 들어갔다. 북유럽에서 피요르드 해안을 차로 건널 때와 같이 배에 실어진다. 우리는 차에서 내려 배 라운지에 올라가 탁자를 잡고 동그랗게 앉아 얘기를 나눈다. 잠을 잘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모두 음식과 음료수를 시켜 먹는데 1시간 정도 장사를 한 후 문을 닫는다. 한국 학생들은 어디로 갔는지 식당 라운지에는 외국인들만 보인다. 이렇게 해서 영국을 끝마치고 니제 도버 해엽을 건너 8월 2일 뜬 눈으로 새벽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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