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산계급의 악기(피아노)를 누가 연주했을까?
1.
대부분은 여인들이었고, 특히 소녀들이었다. 이들이 그럴 시간과 기회가 가장 많았다. 이 악기는 집에 설치되었는데 여성들은 대부분 집에 있었던 것이다. 한가로운 시간에 내적명상으로 자기 도취적 감정을 표현하는데는 가정에서 노래부르기와 건반악기가 잘 어울렸다.
2.
주로 여성들이 피아노를 연주했던 또 다른 이유는 건반 악기는 여성들로 하여금 음악적 노력을 하는 동안 최대한 단정하게 예절을 지킬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 있었다. 중산층 여성들은 귀족 여성들처럼 바람을 피울수도 없었고 ‘정숙하게’ 보이고 행동하는 것이 가족의 명예에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3. 여성이 플루트를 연주할 때는 입술을 오무려야 한다. 난봉꾼들은 어떤 상상을 할까? 여성이 첼로를 연주할 때는 다리를 벌려야 한다. 당치도 않다!. 그녀가 바이올린을 연주할 때는 윗몸을 비틀고 부자연스럽게 목을 긴장시키는데 연습을 많이 하면 목에 흉한 자국이 남을 수 있다. 더블 베이스나 호른을 연주하는 여성을 우스꽝스럽게 보인다.
그러나 피아노는 이 모든 부정적인 암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소녀는 양다리를 얌전히 모으고, 얼굴에 우아한 미소를 짓고, 진지한 표정을 지으면서 피아노를 손가락으로 칠 수 있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우아하고 품위 있게 앉을 수 있었던 것이다.
피아노는 그녀 가족이 그녀의 교육과 몸치장 비용을 치를 능력이 있으며, 문화생활을 추구하며, 그녀가 일을 하지 않아도 되고, 남자 꽁무니를 쫓아다니지 않는다는 점을 외적으로 상징했다.
사실 건반 악기가 중산층 여성들과 잘 조화를 이룬 것은 결코 우연적이거나 일시적인 풍토가 아니다. 양쪽은 그 근본에서 유사성이 있다. 이 유사성은 18세기 훨씬 이전부터 인식되었으며, 거의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18세기 독일 문학가들중에도 건반악기를 연주하는 숙녀의 모습에 매혹된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 아르투러 뢰서 ‘피아노와 사회’
p.s
피아노 치는 여자에 홀딱 반했던 독일 문학가중에는 유난히 젊은 여자를 밝혔던 공무원 괴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