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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 13
S#1 파출소 (밤)
12회와 연결해서...
막 문 열면서 도연 찾는 세정, 먼저 눈에 들어오는 재민 보고 기겁한다.
뒤이어 옆에 앉아있는 도연 본다. 나란히 앉아있는 두 남자 보고 기겁하는
세정,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정신없는데 뒤에서 오던 남자, 세정 밀치고 안으로 들어간다. 그 순간 틈타 얼른 도로 나가는 세정.
동시에 문쪽 돌아보다 남자에게 절반쯤 가려진 세정 뒷모습 얼핏 보는 석주.
S#2 파출소 앞 (밤)
사색된 세정, 뒤돌아보며 허둥지둥 도망치듯 차쪽으로 간다.
S#3 파출소 (밤)
경찰 앞에서 석주와 얘기하고 있는 남자.
남자 정말 죄송합니다, 강사장님. 하필 제가 없을때 일이 터졌어요.
석주 손님이 신고한걸 어쩌겠나? 어쨌든 미안한건 우리 쪽이야.
조사장 오늘 손해 본거는, 내가 다 변상할께.
경찰 그럼 업주께서 합의하시는 겁니까?
남자 그럼요.
경찰 (도연과 재민 앞으로 가는) 그럼 두 분은 어쩌시겠어요? 아니 다 점잖게
생기신 분들이 왜 싸우신거예요?
도연, 재민 (동시에 서로를 본다)
경찰 서로 아는 사이라니까 풀고 화해하세요.
도연 (사과는 무슨, 빳빳하게 고개 돌려 외면하고)
석주 처제는 왜 안와? (핸드폰 하는)
S#4 파출소 인근 (밤)
파출소 출입구가 보이는 후미진 곳에 차 대고 앉아서 출입구 쪽 보고있는 세정.
세정 (초조, 불안) 어떻게 된거야? (핸드폰 울린다. ‘강석주’ 떠있는 액정 보지만
받지 못하는, 핸드폰 감싸쥔채 고개 숙인다)
S#5 파출소 앞 (밤)
나오는 도연, 재민, 석주, 남자. 세정, 차안에서 일행 본다. 긴장해서 기웃하고.
석주 와줘서 고맙네, 조사장. 낼 비서 보내 뒤처리 할께.
남자 (인사하며) 알겠습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가고)
기사 (석주 차 몰고 저만치서 온다)
석주 (보고) 어, 차 오네.
도연 선배님,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
석주 야, 너 정말 이 친구랑 안 풀고 갈래?
도연 (경멸하는 시선으로 재민 일갈하고 다시 석주에게) 오늘 죄송했습니다.
(돌아서는데)
재민 (확 하고 싶지만 누르고, 뼈있는, 조소 섞인) 내 마누라 걱정말구, 자네
그 잘난 마누라나 행복하게 해줘. 엉뚱한데 건방 떨지 말구.
석주 (버럭) 니들 왜 또 이러냐 정말!
도연 (못들은척 간다)
재민 (나름대로의 분노로 쏘아보는데)
세정 (심각한 재민과 도연 상황 멀리서 보면서 불안한, 속으로) 내 얘기하다
싸운거 아냐?
기사 (차 세우고 내려서 뒷좌석 문 열고)
석주 재민아, 그만하구 타자, 어? (재민 등 떠밀 듯 차에 태우고)
도로로 가는 도연. 세정, 석주 차 가기 힐긋 기다리며 도연 뒷모습 보는데
석주, 재민에 이어 뒷좌석에 탄다. 출발하는 석주 차 보고 얼른 시동 거는 세정.
도로에 서서 생각에 잠겨있는 도연. 석주 차 스쳐 지나간다.
손 들어 보이는 석주. 도연 안 보고 앞만 보는 재민.
세정, 석주 차 도로로 진입하자 얼른 차에서 내리는데
도연, 막 택시 잡아 탄다.
놀란 세정, ‘도연씨!’ 부르지만 못듣는 도연.
세정, 몇걸음 달려가며 ‘여보!’ 부르는데 택시 출발해서 간다.
얼른 자기 차에 타는 세정, 옆좌석에 놓인 핸드폰 집어 단축 버튼 누르지만
꺼있다는 안내 나온다. 낭패스런 세정, 급하게 출발해서 택시 뒤따라간다.
S#6 거리 + 세정 차안 (밤)
운전하는 세정, 저만치 앞에 가는 도연 택시 뒤쫓아 잡기 위해 속도 낸다.
S#7 거리 + 석주 차안 (밤)
뒷좌석에 앉아있는 재민과 석주.
석주 (갸웃하며) 아무리 생각해두 이해가 안된다. 너나 도연이나 평소에 주먹
한번 안쓰던 양반들인데, 궁합이 안 맞나, 둘이?
재민 (열패감에 자존심까지 상했다) 지가 뭔데 이렇다 저렇다야?
뭣두 모르고 사는 자식이.
석주 너무 곧아서 그래. 속은 꽉 찬 애야 도연이.
재민 그래봤자 헛살구 있어.
석주 (도연이한테 당해서 화났구나 정도 생각, 어이구... 웃고 마는)
S#8 도연 택시 안 (밤)
끓는 안타까움을 누르지 못하고 창밖 보면서 생각에 잠겨있는 도연.
도연 (뭔가 결심한 듯 핸드폰 꺼내는데 싸우는 와중에 망가진 듯 플립
덜렁거린다. 다시 주머니에 넣으며) 저기요, 기사님.
S#9 세정 차안 (밤)
차 두어대 뒤에서 도연 택시 따라가고 있는 세정, 막 한대 더 추월하는데
도연이 탄 택시, 좌회전 깜빡이 켜며 차선 변경한다.
세정 (놀라) 어? 왜 절루 가? (따라서 좌회전 깜빡이 켜는)
S#10 지수집 지수방 (밤)
이부자리에 누워있는 다인. 지수, 가계부 쓰고있다.
지수 (혼잣말처럼) 수리비가 얼마나 나올려나...
다인 (눈감은 채) 배 보다 배꼽이 더 크겠다.
지수 (돌아보며) 너 안 잤어?
다인 (일어나 앉는) 아까 낮잠 두시간이나 잤어, 잠이 안와.
지수 (계속 정리하며) 큰일이다, 그러다 개학하면 어쩔려구 그래?
다인 엄마, 근데 수리비가 한 백만원쯤 나오면 어떡해?
지수 백만원?
다인 그래서 외할머니가 맨날 그랬나봐. 싼게 비지떡이라구. 정말 백만원 나오면
어떡할거야? 그럼 그냥 아빠가 사준 차 써.
지수 (멈추고 다인 보는)
다인 아빠가... 엄마가 그거 받아도 자존심 상하는거 아니래. 내가 있으니까,
지수 (정색하고) 다인아.
다인 (찔끔해서 보면)
지수 다인아, 엄마랑 아빠는... 이제 남이야. 단지 니가 있어서, 엄마가 전에
그랬지? 니가 엄마 딸이구, 아빠 딸인건 변하지 않는다구.
다인 (끄덕이며) 어...
지수 그래서, 니가 있기 때문에 영원히 모르는 사람처럼 지낼순 없어.
그러니까 그게 뭐냐면... (다인 심정 생각해서 좋게 말하는) 그래, 널 사이에
둔 친구 같은 사인거야. 친구한테 자동차 선물 받는게 말이 돼?
다인 내가,
지수 니가 있어두. 너한테 필요한건 아빠가 다 해줄수 있지만, 너 솔직히
말해봐. 너 꼭 새차가 필요해?
다인 아니.
지수 그럼 자꾸 그런 얘기하지 마. 어?
다인 알았어, (반짝하는) 근데 엄마, 아빠랑 친구처럼은 지낼수 있는거지?
지수 어?... (다인 생각해서 할수없이 웃으며) 그럼.
다인 오케이! 됐어, 그럼. (탁 눕는) 엄마 나 잘래. (눈감는)
지수 그래 잘자... (보는데 심란하다)
S#11 정선집 거실 (밤)
티비 보며 앉아있는 정선, 힐긋 시계 본다. 12시 10분.
정선 (졸린 듯 하품하며) 왜 안와? (걱정스런) 구구절절 할말이 많나, 도연씨가...
(하다가 뭔가 생각난듯) 어머!
벌떡 일어나서 신발장으로 가는 정선, 신발장 열어서 명진 군화 찾는데 없다.
후다닥 소파로 와서 전화거는 정선.
정선 (잠시) 아줌마, 늦게 미안한데, 그 군화 어쨌어?... (잠시, 놀라는) 버렸어요?
벌써 버렸어?... (잠시) 아니 내가 버리라 그러긴 그랬는데, (마음 급한)
어디다 버렸어요? 재활용하는데다 버렸어?... (잠시, 기겁하는) 그냥 쓰레기
봉투에 담아 버렸다구요?
S#12 지수 가게 건물 앞 (밤)
와서 서는 도연 택시.
저만치 뒤에서 따라오던 세정, 택시 멈추는 것 보고 따라서 선다.
도대체 도연이 왜 여기 왔는지 영문 모르겠는 세정.
도연, 택시에서 내린다. 저만치서 보이는 석주 차 헤드라이트 불빛.
건물 올려다보며 잠시 서있는 도연.
세정 (의아한) 여기가 어디야?... (일단 따라서 내리려고 시동 끄는데)
석주 차, 바로 세정 차 앞에서 선다.
세정, 모르고 안전벨트 풀고 차문 열고 막 내리는데
석주 차에서 내리는 재민. 동시에 지수 가게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도연.
세정, 재민 보고 기겁해서 얼른 도로 차에 탄다. 자기를 볼까봐 몸 숙이고.
석주 (차창 열고) 집 앞까지 가자니까.
재민 됐어, 좀 걷고 싶어 그래. 오늘 고생했다. (돌아서 가고)
세정 (가는 재민과 떠나는 석주 차 보고 몸 바로 하는, 혼란에 정신없다. 더럭
겁나는) 또 정교수 만나러 온거야?
저만치 가는 재민 보는 세정, 어떻게 된 상황인지 모른채 벌어지는 일들 때문에
죽겠다. 재민, 건물 돌아 사라지면 퍼뜩 생각난 듯 핸드폰 꺼내는 세정.
S#13 정선 빌라 일각 (밤)
초록색 대형 쓰레기 박스 옆에 엉거주춤 엉덩이 빼고 쓰레기봉투들 확인하고 있는 정선. 옆에 꽉 찬 쓰레기봉투 대여섯개 놓여있다.
큰 군화 들어있는 쓰레기봉투 찾느라 대강 만지면서 이리저리 돌려보는데 아니다.
정선 (짜증스런) 어딨는 거야? (옆으로 치워놓고 다른 쓰레기봉투 집어들어
만지는데 핸드폰 울린다. 벨소리에 기겁해서 놀라는, 얼른 누가 볼까
뒤돌아보며 받는) 여보세요?
세정(휠) (급한) 언니 난데, 도연씨가 정교수를 만나러 왔어!
정선 (군화에 정신 쏠려 핸드폰 귀와 어깨 사이에 끼고 건성 듣는) 무슨 소리야?
(쓰레기봉투에서 뭔가 만져진다. 봉투 푸는데)
세정(휠) (불안에 떨리는) 나 땜에 정교수 만나러 온거 같애.
언니 뭐 아는거 없어?
정선 (막 군화 발견하는, 반색하며) 찾았다! (그 바람에 핸드폰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밧데리 분리된다) 어머...
얼른 집어서 밧데리 끼우는데 저만치서 경비 도는 경비 후레쉬 불빛 보인다.
기겁한 정선, 얼른 군화 꺼내고 봉투 대강 묶어서 쓰레기 박스에 던진다.
꺼냈던 다른 쓰레기봉투들 정신없이 도로 던지다가 불빛 가까워지자
더 못하고 종종거리며 도망가는 정선.
S#14 지수 가게 건물 앞 (밤)
꺼있다는 안내 나오자 거칠게 핸드폰 플립 닫는 세정, 답답함에 핸들에 고개 푹 묻는다. 차창 밖으로 지수 가게 건물 앞에서 나오는 도연 보인다.
재민과 다른 쪽으로 가는 도연. 이윽고 고개 드는 세정, 차에서 내린다.
이쪽 저쪽 돌아보지만 도연이나 재민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S#15 지수집 거실 (밤)
차 마시며 민수와 얘기하고 있는 지수.
민수 기껏 똑같이 당하게 해주겠다구 큰소리 쳐놓고, 기껏 한다는게
차 고장 났단 말에 달려온 그사람 도로 안보낸거야? 데려다 주겠다는
그 사람 차 거절 안하구 겨우 얻어타고 집에 오는거냐구.
지수 내 말만으로도 불안해하고 있을거야.
민수 꽤나 그러겠다, 그 여자가. 그 강심장에, 그 철판에!... (하다가 속상한)
차라리 머리채라도 잡고 늘씬 두들려 패주기라도 하지! 사과할거라며?
겁나서라두 빌거라며?
지수 (감정 오르는) 나두 민수야... 한번쯤은 알게 해주고 싶어. 꼭 한번은 그
여자가 그때 내 심정하구 똑같이 느끼게 해주고 싶어.
유부남 사랑하는거...(끄덕이며) 그래 그럴수 있어, 근데 그렇게 뻔뻔하면
안된다는거... 그 뻔뻔함이, 그게 얼마나 더 깊은 상처고 고통인지 알게
해주고 싶어.
민수 (단호한) 해!
지수 (멈칫해서 보면)
민수 그여자 안만났음 몰라두 눈앞에서 그 여자 어떻게 사는지 다 보고 암것두
못하면 언니가 홧병 나 죽어. 분하구 억울하구, 어떻게 삭여, 그 화를!
지수 그렇다구, 내 화 풀자구 죄없는 도연씰... 어떻게 또 이용하니... (고개 젓는)
민수 (다 아는) 그래, 언닌 그거 못하지. 그러니까 구피디한테 말하라구. 없는 말
하는거 아니잖아, 하나도 보태지 말구 있었던 일 그대로만 말해.
지수 (흔들려서 보면)
민수 것두 안돼? 것두 구피디한테 고통 주는거라? 언니가 말 안하면 모르고
살 사람, 언니 땜에 풍파 겪고 맘 고생하게 할수 없어서?
지수 그 사람은...
민수 (말 가로채는) 죄가 없어서?
지수 (서글프게 끄덕이고)
민수 언니 그거 사(랑, 하려다 멈추는, 지수 마음이 느껴진다) 언니가 상처
받을까봐 걱정이다.
지수 무슨 소리야? (하는데 지수 방에서 핸드폰 울린다)
민수 이 밤에 누구야?
S#16 지수방 (밤)
서둘러 들어오는 지수, 다인이 깰까봐 액정 안보고 얼른 받는다.
지수 여보세요?
도연(휠) 구도연이예요.
지수 (놀라 멈칫하고)
S#17 공원/지수방 (밤)
수은등 아래 공중전화에서 전화하고 있는 도연.
도연 지수씨 가게에 왔는데... (당연하지만) 지수씨가 없네요. (이하 화면 반)
지수 (놀라) 가게요?
도연 내가... 어디로 가면 돼요? 어디로 가야 만날 수 있어요?
지수 (황당한듯) 구피디님. 지금 몇신줄 아세요?
도연 알아요, 몇신지. 몇신지 아는데... 올 수밖에 없었어요.
지금 좀 나와줘요.
S#18 지수방 (밤)
뜻밖의 상황에 놀란 지수, 핸드폰 손에 쥔채 멍하니 있다.
옆에서 궁금한 듯 보고있는 민수.
민수 지금 나오라는거야?
지수 어...
민수 (황당한) 언니 지금 1시 다됐어. 무슨 일인데 이 밤에 언닐 찾아와?
혹시 자기 와이프하구 언니 일, 안거 아냐?
지수 (그렇게 추측하고 있었던, 불안하게 민수 보는) 물어볼 말이 있대.
민수 그거네! 언니 어떡할래?
지수 (갑자기 닥친 상황이 혼란스럽다, 후... 하며 고개 떨구고) 어떡하지...
민수 뭘 어떡해? 물어보면 사실대로 말해.
지수 (어쩔수 없다. 일어서며) 나 좀 나갔다 올께.
민수 (걱정스런) 언니.
지수 (코트 집어 입고)
S#19 지수 아파트 앞 (밤)
나오는 지수, 공원 쪽으로 가면 반대쪽에서 오는 재민, 어둠 속에 멀어지는 지수
못보고 멈춰서서 지수집 올려다본다.
도연(소리) 행복할수 없죠! 당연히!
도연(소리) 떠날 때 방법이 틀렸으니까! 떠날 때 사람처럼 떠났어요?
재민 (맞는 말이다. 자책과 미안함으로 보고)
S#20 공원 (밤)
벤치에 앉아서 고개 푹 떨구고 앉아있는 도연.
저만치서 오던 지수, 도연 보고 멈춰선다.
지수, 뭐라고 해야 하나... 두렵고 떨리는 걸음으로 다가가는데
도연 (기척에 고개 든다. 지수 보는)
지수 (다가가다 멈칫 선다)
도연 (일어서는)
지수 (조심스런) ...웬일이예요? (하다가 도연 얼굴 보는, 놀라) 얼굴이 왜 이래요?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걱정, 가까이 다가가며) 싸웠어요? 싸운거예요?
(얼굴 만질듯) 약은 발랐어요?
도연 (본능적으로 자기 걱정하는 지수 뜻밖인, 뭉클해서 보는)
지수 (그 눈빛에 아차, 얼른 손 내리는데)
도연 물어볼 말이 있어요.
지수 (드디어!... 긴장해 손에 힘 주어지는, 동시에 한걸음 물러서는데)
도연 정교수하구... 재결합해요?
지수 (예상 밖의 말에 멈칫하는)
도연 해요?
지수 (벙해서 보다 퍼뜩 정신 차리는) 그 얘기하러 왔어요?
도연 하지 말아요.
지수 그건... 도연씨가 상관할 일 아니라고 했잖아요.
도연 그래요 내가 상관할 일 아니예요, 아닌거 알아요. 근데!... 그 사람하곤 절대
안돼요! 정교수는 안돼요!
지수 (그 기세에 놀라 멈칫하면)
도연 (복받치는) 당신 가치... 제대로 알아주는 사람 만나요. 지수씨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요. 당신이 웃으면 같이 웃고, 당신 아플때 먼저 알아주는
사람요. 미안하면 미안한줄 알고 고마우면 고마운줄 아는 사람요.
당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 말구, 당신이 필요한 사람 만나요.
지수 (이상한) 갑자기... 왜 그런 얘길해요? 취했어요?
도연 술은 마셨지만... 취하진 못했어요.
당신이 또다시 바보처럼 살까봐, 너무 걱정이 돼요. 제발... 그냥 늘 그런
사람으로 살지 말아요. 그거 모르죠? 2년 전에... 그 사람 위해서 살때보다
지금 당신이 얼마나 빛나보이는지.
지수 (찡해서 보면) ...그래요?
도연 (끄덕이는) 당신 자신을 위해 그렇게 살아줘요... 날 위해 그렇게 살아줘요.
지수 (겉으로 드러내는 도연 감정에 놀라서 보는)
도연 (자기도 모르게 감정 터지는) 난... 당신, 가슴에 묻어두지도 못했나봐요.
지워지진 않아도 묻어는 둔줄 알았어요. 그랬는데... 묻어두지도 못했어요.
지수 (쿵... 놀라서 보는)
도연 (안타까움에 원망스런) 왜 그때 말 안했어요? 아니 내가 왜 당신 말을
믿었을까?... 조금 더 기다릴걸, 아니 믿지 말았어야 했는데...
지수 (더 듣기 두려운) 도연씨 취했어요. 그만 가요.
도연 나... 안취했어요.
지수 (허둥대는) 아뇨, 취했어요. 도연씨 취했구... 안 추워요? 난 추워요.
도연 (지수 안타깝게 보는)
S#21 지수 아파트 인근 길 (밤)
도연 못지않은 안타까움으로 걸어오는 지수. 도연, 두어걸음 뒤에서 바래다주고
있다. 나란히 걸을수 없는 두 사람... 이윽고 아파트 입구에서 멈추는 지수.
지수 (안 돌아보고) 그만 가세요.
도연 미안해요, 늘 나한테 등 보이게 해서.
지수 (무슨 말인가? 돌아보면)
도연 (눈물 어리는) 당신 등을 보면... 항상 가슴이 아려요.
지수 (푹 눈물 난다. 얼른 고개 돌리는, 눈물 참으며 걸어가고)
도연 (후회와 안타까움으로 보고 섰고)
S#22 세정집 거실 (밤)
초조한 얼굴로 들어오는 세정, 현관 보지만 역시 도연 신발은 없다.
세정 (미치겠는) 어떻게 된거야... (복받친다) 뭐가 어떻게 되가는거야!
S#23 지수집 거실 (밤)
불 꺼진 거실. 들어오는 지수. 민수, 초조하게 왔다갔다 기다리고 섰다가 다가온다.
민수 언니 어떻게 됐어? 뭐래? 그 얘기 맞어?
지수 ...아니.
선녀 (자다깨서 화장실 가려고 막 방에서 나오다 둘 보고 멈칫선다)
민수 (뜻밖인) 아냐? 그럼 이 밤에 왜 나오라 그래?
선녀 지수 너 지금 정서방 만나고 오는거니?
둘 (화들짝 놀라서 돌아보는)
선녀 (반가운 관심으로 다가오는) 지금까지 둘이 있다 오는거야?
지수 아니예요. (얼른 방으로)
민수 (별일 아닌듯) 엄마 화장실 안가? (방으로)
선녀 (번갈아 둘 보며) 저것들은 꼭 나만 빼놔!
S#24 정선집 거실 (밤)
옆에 구두약과 솔, 스프레이 탈취제 등 놓고 현관 쪽 거실에 쪼그리고 앉아 마른
흰 헝겊으로 군화에 광내고 있는 정선, 손 시커멓다. 정선, 힘주어 광내는데 팔
아프다. 아... 하며 손 털다가 시커먼 손 본다. 손톱까지 새까맣다.
정선 어머!... (기막혀 손 보다가 뒤늦게 황당한) 미쳤어, 미쳤어. 아니 내가 왜
이걸 하구 있어?
명진(소리) 나 이거 필요없으니까 내꺼 갖다줘요.
정선 (화나는) 기막혀 증말, 지가 뭔데 나한테 막 그래? 내가 누구야? 사장님
사모님이야! (헝겁 팍 패대기치며) 너 낼 죽었어... (다시 군화에 눈 간다)
왜 걔 앞에선 내가 쩔쩔매지?... (군화 집어서 냄새 맡는, 탁 놓으며) 한번만
더 뿌리면 되겠다. (탈취제 뿌리는데 현관벨 울린다. 기겁해서 보면 석주다.
놀라서 후다닥 물건들 치우고 군화 신발장에 넣고 문 여는)
석주 (들어오는, 정선 보고) 뭐했길래 얼굴이 벌개?
정선 (얼른 손 뒤로 감추며) 어? 어, 당신 기다리느라구.
석주 날?
정선 (둘러대는) 세정이가 궁금해하길래.
석주 정말 세정이 처제 어떻게 된거야? 지 남편 파출소에 있다는데 오지도 않고
전화도 없는건 뭐냐구.
정선 (놀라서) 파출소?
석주 (침실로 가며) 말마라, 도연이랑 재민이 싸워서 파출소까지 갔었어.
정선 (더 놀라는) 도연씨랑 누가 싸워요? 재민씨?
S#25 세정집 거실 (밤)
초조하게 서성이던 세정, 비밀번호 버튼 누르는 소리에 휙 돌아본다.
도연이 왔다... 극도의 긴장으로 현관 보는데 문 열고 들어오는 도연.
세정 (먼저 말 못꺼낸다. 도연 기척 살피는데)
도연 (미안하고 괴롭고 복잡하다) 안잤니?
세정 어... (아는거야, 모르는 거야? 살피고)
도연 (좋게) 늦어서 미안하다.
세정 (기죽은) 지금 어디서... 와요? 파출소 갔었는데 벌써 갔드라구.
도연 어... 못쉬게 해서 미안하다.
세정 (속으로) 모르나? (도연에게) 싸웠다며, 왜... 싸운거야?
도연 (별일 아닌듯) 어쩌다 그렇게 됐어. 좀 씻을게, 먼저 자. (욕실 쪽으로)
세정 (모르는 눈치다, 일단 안도하는) 핸드폰은 왜 그렇게 안 받았어?
도연 (가면서) 망가졌어. (욕실로 들어간다)
세정 (뭐가 뭔지 모르겠는, 혼잣말) 어떻게 된거야? 정교수 만나러 간거 아냐?
못만난건가? (고개 흔드는) 미치겠다...
S#26 동 서재 (밤)
잠겼던 서랍 열려있고 도연, 잠옷 차림으로 책상에 앉아서 등대에서 찍은 지수
사진 보고있다. 지수에 대한 마음 확인했지만 세정이 있어 괴로운데...
세정, 바르는 연고와 밴드 들고 들어오다 멈칫 선다.
기척 알고 사진 얼른 서랍에 넣고 닫는 도연.
못참고 물어보려다 참는 세정, 못본척 다가온다.
도연 안 잤어?
세정 약 발라야지. (책상에 놓고 약 뚜껑 열려는데)
도연 내가 할께. (세정에게서 약 집어드는)
세정 (멈칫했다가) 그럼 나 먼저 잘께. (나간다. 의혹에 힐긋 돌아보고)
S#27 동 침실 (밤)
서로 등돌리고 누워있는 세정과 도연. 눈뜬채 도연 고른 숨소리 확인하던 세정,
조심스레 일어나 앉는다. 다시 한번 잠든 도연 확인하고 살며시 일어나 나간다.
S#28 동 서재 (밤)
서랍에 맞을만한 작은 열쇠 몇개 들고 들어오는 세정, 불켜고 도연 책상으로 간다. 서랍 열어보면 역시 잠겨있다. 열쇠 몇 개 옆에 하나씩 열어보는 세정, 열리지 않는다. 답답한 듯 서랍 덜걱거리는데
도연 (뒤에서 소리, 황당한) 뭐하니?
세정 (헉, 기겁해서 돌아보면)
도연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세정 보고 있다)
세정 (당황해 벌떡 일어서는) 자기... 안 잤어?
도연 (굳어서 낮은) 뭐하는거냐구.
세정 (이미 들켰다) 자기 이 서랍 왜 잠궈놨어?
도연 (보는)
세정 이 안에 나보면 안되는거 있으니까 잠궜을거 아냐.
도연 그래서 몰래 보려던거야?
세정 그래요, 자기 나한테 점점 멀어져가구... (불안한) 뭔가 있는데 말 안하구
있잖아.
도연 (보다가 솔직히) 그래, 서랍 잠근건... 나 혼자만 간직하고 싶은 물건이 있기
때문이야. 그리고 서랍을 잠글수 있었던건, 니 약속을 믿었기 때문이구.
세정 (멈칫했다가) 내 약속?
도연 ...잊었니? 약속했잖아, 니가. (말하기 쉽진 않다) 마음 속까지 관여하지
않겠다구... 그랬잖아.
세정 (울컥 서운하다) 그래, 그랬어. 자기하구 결혼할려구, 아직 결혼 생각
없다는 자기한테, 내가 원하는 남편 될 수 없다는 자기한테, (떨리는)
부담없이 한번 살아보자구... 자기 마음 뿐 아니라 내 마음두 서로
관여하지 말자구... (자조적인) 내가 그랬지?
도연 (어쩔수 없이 미안하고 괴롭다. 고개 돌리고)
세정 근데 도연씨... 자기 나하고 결혼 결정에... 그 약속이 그렇게 큰 영향
미쳤어?
도연 (세정 보는) 그만하자, 힘들다.
세정 (긍정의 느낌 확인하고 쿵... 해서 보는)
도연 미안하다, 미안한데... 어쩔수 없는게 있어, 나한테는. 도저히 어쩔수 없는게
있어... 그러니까 다신 그러지 마. (나가려는데)
세정 (울컥 올라온다. 갑자기 냉정해지는) 그럼 이 서랍 열어보면... 끝이야?
도연 (그대로 멈칫)
세정 결혼 전에, 결혼이 뭔지, 부부가 뭔지 몰랐을때 했던 약속이야.
하고 보니까 그런게 아닌데, 그 약속 때문에 당신 껍데기만 갖구 살라구?
그렇게 못하겠다면, 그럼 어떡할건데?
도연 (돌아본다. 미안하고 아픔에) 그러지마, 세정아. 그건... 나두 마찬가지야.
세정 (후회의 느낌 알아채고 뚝 굳어진다)
도연 (나가는)
세정 (그대로 멍하니 섰고)
S#29 지수방 (밤)
잠못 이루고 뒤척이는 지수.
도연(소리) 난... 당신, 가슴에 묻어두지도 못했나봐요.
도연(소리) 조금 더 기다릴걸, 아니 믿지 말았어야 했는데...
지수 (일어나 앉는다. 흔들리고 괴롭다. 무릎에 얼굴 푹 묻은채 안된다는 듯
고개 흔들며) 안돼... 안돼...
S#30 정선집 거실 (다음날)
찻잔 놓고 정선과 얘기하고 있는 세정. 정선, 세정이 한짓 알고 괘씸한 상태.
세정 (놀란 얼굴로) 뭐? 정교수 재결합 문제 때문에 싸웠다구?
정선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정교수가 아니라 윤지수 때문에.
세정 무슨 말야, 그게?
정선 다인엄마 그렇게 상처주고 떠나놓고 뻔뻔하게 재결합 요구한다면서,
도연씨가 말야. (신기한듯) 재민씰 막 두들겨팼대.
세정 (황당한) 정말이야? 정교수가 내 얘기로 도연씨 건들어서 싸운거 아냐?
정선 (보다가 웃긴다는) 얘, 너 모든 남자가 너 땜에 주먹질할거라는 그 자만,
이제 버릴때 되지 않았니?
세정 (충격에 들리지 않는다. 생각에 잠기고)
정선 (세정 쑤시는) 도연씨 정말, 다인엄마한테 맘 있는거 아니니?
세정 뭐?
정선 그렇잖아, 아무리 같이 일한다구 그렇게 온몸으루 화내기 쉽니?
세정 (덜컥하는, 혼잣말처럼) 정말 그 여자... 도연씨 유혹하는거 아냐?
정선 얘, 도연씨가 유혹한다구 넘어갈 남자니? 그리구 윤지수, 그런 여잔 아냐.
세정 (발끈하는) 언니가 어떻게 알어?
정선 10년을 넘게 봤는데 몰라? 윤지수 스타일, 나두 뭐 썩 좋아하진 않았어.
그치만 인정할건 인정해야지. 착하구 순수하구 속 깊구, 싸구려 아냐, 얘.
세정 (씁쓸한) 그래... 나두 알아.
정선 (뜻밖인 듯 보며) 알아?
세정 (인정하는) 알아, 괜찮은 사람인거.
정선 알면서 왜 이상하게 갖다붙여? 왜, 도연씨가 너보다 못한 여자한테
맘 있으면 못 견디겠니?
세정 (발끈해서) 언니 그게 말되는 소리야? (말도 안된다는) 도연씨가 그 여자
좋아할 리가 있어? (혼자 확신하는) 유혹두 가지가지니까. 도연씨 그런
사람이잖아? 이혼하구 혼자 힘들게 사는 여자... (기막힌) 도연씨
동정심을 자극해? 하! 그렇게 할수 있단 생각은 못했네...
정선 (아직 모르고) 너 뭐라는거야?
세정 똑같이 갚아준다 그랬단말야!
정선 (놀라는) 누가? 윤지수가?
세정 (끄덕이다 갑자기) 그럼 어제 도연씬 정교수네 동네에 왜 간거야?
S#31 재민집 재민방
등 돌리고 누워있는 재민.
서운 (밖에서) 애비 안 일어나냐? (문 열고 들어오는) 아침 먹으라니까?
재민 먼저 드세요, 저 안 먹어요.
서운 안먹어? 안먹긴 왜 안먹어? (다가와 이불 젖히며) 이번 끼니 놓치면
죽을때까지 그 끼니 못 찾아먹어.
재민 (얼굴 안 보이려는) 새벽에 잤어요, 저. (이불 다시 집으려는데)
서운 먹구 또 자면... (하다가 재민 얼굴 보는, 놀라) 애비 너 얼굴이 왜 그러냐?
(재민 확 잡아 돌리면)
재민 (할수없이 일어나 앉는, 손으로 얼굴 가리며) 어디 좀 부딪혔어요.
서운 (두손으로 재민 얼굴 확 돌려보는, 눈 커지며) 쌈질했냐?
재민 (얼른 피하는) 부딪혔어요.
서운 (안 믿는, 속상한) 가지가지 한다, 가지가지 혀!
S#32 지수가게
청소하고 있는 지수, 물건들 들어 먼지 털고 있는데 서운 들어온다.
서운 에미야.
지수 (뜻밖인 듯 뚝 멈추는) 어머니...
서운 (눈물 글썽해서는) 아이구 이 야속한 사람.
지수 (난감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다. 인사하며) 잘 지내셨어요?
서운 퍽도 잘 지냈겄냐.
지수 앉으세요. (자리 권하고)
서운 (앉으며) 앉어봐, 얼굴 좀 보자.
지수 (앉는) ...어떻게 오셨어요.
서운 나는 너, 재민이는 미워도 나는 한번 보러 올줄 알았다. 내가 한동네
사는줄 뻔히 알면서 어째 한번을 안와?
지수 (난처하지만) 제가... 갈데가 아니잖아요.
서운 (서운한듯) 그냐?
지수 (대답 대신 고개 숙이고)
서운 우리가 어디 보통 고부간이었냐? 니가 나 글도 갈켜주고... 나는 에미 너
한번두 인자 내 며느리 아니구나... 그런 생각 못하구 살았어야.
지수 (결심한 듯) 아뇨, 저... 어머니 며느리 아니예요. (본다)
서운 (그 단호함에 놀라 눈 커지는) 에미야.
지수 (어렵지만) 아시잖아요... 저 이렇게 어머니 뵙는거, 죄송스럽구 힘들어요.
그러니까... 다인이만 만나시구, (하는데)
서운 (벌떡 일어서며 손 휘젓는) 아이구 안들어, 안들어야!
지수 어머니.
서운 내가 너무 빨리 찾아왔는갑다. (나가며) 나중에 보자, 에미야. (가고)
지수 (당황해 일어서는, 갈수록 태산이다. 난감하고)
S#33 방송국 회의실
회의하고 있는 지수, 도연, 종배, 선경.
도연 (프린트물 보며) 이러면 풍성하고 괜찮겠네요. (지수 보며) 한선생님한테
레시피 전달 했어요?
지수 팩스로 보내드리기로 했어요.
종배 조리법만 보고 하실수 있겠대요?
지수 (웃으며) 그럼요, 한선생님 전문간신데. 제가 추천한거 아주 간단한 거예요.
도연 됐어요. 종배야, 우리 구정 특집 헌팅 스케줄은 어떻게 되냐?
목요일 출발인가?
종배 네, 종가집 하나하구 향토 음식점 네집 둘러봐야 돼요.
선경 (신났다) 최소한 일박 이일 걸려요.
종배 너 왜 그렇게 신났냐?
선경 (으쓱하며) 일하면서 여행두 하구, 좋잖아?
종배 솔직히 말하시지? 먹는게 좋은거라구.
선경 오빠두 나처럼 객지 생활해봐. 먹는게 얼마나 아쉬운데?
도연 (웃으며) 그래, 헌팅 때가 그래두 부담 없구 좋지. 자, 다 같이 가서
맛있는거 먹구, 맑은 공기 쐬구 옵시다.
선경 숙소는요? 아예 펜션 예약할까?
지수 (뭔가 갈등하고 있고)
종배 휴가철 아닌데 뭘 예약까지 해. 가서 정해도 돼.
도연 (끄덕이며) 그럼 낼 모레 아침... 11시까지, (하다가 지수보는) 참, 아침 11시
까지 올수 있겠어요? 너무 급해요?
지수 (결심한듯) 아뇨, 전... 못갈거 같애요.
도연 (뜻밖인) 못가다뇨? 우리 팀 다 같이 가기로 했잖아요.
지수 (일부러 거리 두려는) 그랬는데... 집에 일이 좀 생겼어요.
도연 (또 나 때문이구나... 보는)
S#34 방송국 로비
서서 얘기하고 있는 지수와 도연.
도연 (다 안다는) 같이 가요. 다 같이 가는거구, 우리팀 엠티 겸 가는건데,
지수 (웃으며) 정말 집에 일이 있어서 그래요.
도연 정말 그래요?
지수 네...
도연 (아쉬운) 출장 가는 길에 보여주고 싶은게 있었는데.
지수 네?
도연 아니 꼭 같이 가보고 싶은데가 있었거든요.
지수 (가고 싶다. 잠깐 망설이다가 웃으며) 잘 보고 오세요. (돌아선다)
도연 (잡고 싶지만 보고 섰고)
S#35 세정 사장실
두손 모아쥐고 앉아서 불안한 얼굴로 뭔가 궁리하고 있는 세정.
S#36 석주 사장실 / 재민방
통화하고 있는 석주와 재민.
석주 야 얼굴 괜찮으면 낼이든 모레든 다시 뭉치자.
재민 뭘 또 뭉쳐?
석주 도연이랑 너 말야. 그런건 빨리 만나 빨리 풀어야 돼.
재민 됐어, 앞으로 볼일 없으니까 그 자식 이름도 꺼내지 마.
석주 (뜻밖인) 야, 정교수. 너답지 않게 좁게 굴구 그래?
재민 서로 안보는게 좋아. 담부터 같이 보게 만들지 마... 끊자. (끊는)
석주 야 재민아!... (하다가 끊는, 갸웃하며) 왜 이렇게 가시가 돋쳤지?
<프래쉬컷- 1씬에서 얼핏 나가던 세정의 뒷모습>
석주 (뒤늦게 기억 떠올리고 갸웃하는)
재민(소리) 내 마누라 걱정말구, 자네 그 잘난 마누라나 행복하게 해줘.
석주 (어?... 하다 딱 느끼는)
S#37 공사장
하루 작업 끝날 무렵 마무리하고 있는 명진.
명진 자 오늘도 수고하셨어요! 오씨 아저씨, 시멘트 푸대는 다 치워야 돼요!
(문자 알림음 들린다. 보면 ‘앞이예요, 잠깐 나와요!’ 떠있다)
S#38 공사장 앞
정선 찾으며 나오는 명진. 정선, 공사장 입구에서 쇼핑백 두개 들고 서있다.
명진 (다가가며 평소처럼) 미리 연락하구 오라니까요?
정선 (삐졌다, 쇼핑백 두개 명진 앞에 탁 놓는) 하나는 신던지 버리든지! (쌩하니
차로 간다)
명진 (왜 저러지? 벙해서 정선 보다 쇼핑백 집어드는데 넓은 쇼핑백 안으로
잘 손질된 군화 보인다. 어? 군화 보다 정선 쪽 보면)
정선 (출발해 저만치 가고 있다)
명진 저기요! (얼른 쇼핑백 들고 급하게 뛰어 따라가는)
정선 (백밀러로 뛰어오는 명진 본다. 자기도 모르게 브레이크 밟는)
명진 (차 서는거 보고 뛰던 걸음 멈추고 걷는데)
정선 (뒤늦게 스스로 황당한) 내가 왜 서란다고 서? (다시 쌩 출발한다)
명진 어? (쌩하니 뛰어와 차 트렁크 탁탁 친다)
정선 (소리와 백밀러 보고 또 선다)
명진 (얼른 다가와 헉헉대며) 뭐하는 거예요, 지금?
정선 (혼잣말) 또 섰어, 또 섰어... (차창 내리는, 말짱히) 내가 뭘요?
명진 (황당한) 좀 내려봐요.
정선 (못 내릴거 있어? 탁 내리는, 명진 앞으로 쌩하니 가서 다다다 해대는)
지금 었다대고 서라 내려라 그래요? 내가 누군데, 어? 내가 누군데!
명진 (벙해서) 사모님이잖아요.
정선 그래 나 사모님이야! 아니, 내가 웃긴 꼴 좀 보였다구 사람 우습게
보는거야, 뭐야? 왜 나 우습게 봐요? 내가 그렇게 우스워?
명진 (뭔 영문인지 모른다) 저 사모님 우습게 안봤는데요.
정선 (기막혀) 우습게 안봤는데 나만 봤다하면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요?
그 잘난 군화, 내가 그거 어떻게 찾아왔는지 알아요? (말하다보니 서러운)
내가 이따만한 쓰레기통 다 뒤지구 말야, 냄새 풀풀 나는데,
명진 (놀라는) 쓰레기통 뒤졌어요?
정선 그래요!
명진 (정말 미안해서 어쩔줄 모르는 손짓까지하며)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정선 (더 서러운) 내가 동네북이야? 집에서 막 굴러다니니까
차반장두 걷어차요? 걷어차두 되는걸루 보여, 내가?
<프래쉬컷- 10회 공사장에서 정선 얼굴에 나있던 손자국>
명진 (아차 싶은, 맘 안좋고)
정선 나, 우신석재 사모님이야! 왜 나 막대하구 우습게 봐!
명진 (진지한) 정말 우습게 본건 아니거든요... 정말요!... (짠한) 미안해요.
정선 (약간 풀어지지만) 됐어요! (차로 가는데)
명진 (정선 팔 잡는) 그냥 가시면 어떡해요?
정선 (멈칫하는, 보면)
명진 잠깐만, 딱 20분만 기다려줄래요? 저 다 끝났거든요?
정선 (턱 탁 올리고) 차반장 끝나는거랑 나랑 무슨 상관이예요?
명진 (씩 웃으며) 제가 한턱 쏠께요.
<시간 경과>
운전석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 정선, 약간 뻘쭘한 기분으로 있는데
명진, 운전석 문 벌컥 연다. 정선, 놀라서 보면 세수하고 사복 말쑥하게
바꿔 입은 명진.
S#39 도로 + 정서 차안 (저녁)
운전하면서 얘기하고 있는 명진.
정선 남의 차 운전하면 설어서 불편하지 않아요?
명진 에이 남자가 이정도 순발력도 없을까봐요?
정선 근데 꼭 운전은 자기가 한다 그러드라?
명진 우리 아버지가 항상 여자 위해주라 그랬거든요.
정선 (꼬는) 근데 그렇게 틱틱 거려요?
명진 (멋쩍지만 솔직히) 돈 있다고 잘난척하는 사람한텐 절대루! 무조건 고개
숙이지 말라 그러셨거든요.
정선 (뜻밖인 듯 보다가) 뭐야, 그럼 내가 돈 있다구 잘난척 했단 말예요?
명진 (항상 솔직하다) 그랬잖아요.
정선 내가 언제?... (하다가) 아 그때? 신발?
명진 네.
정선 (명진과 있으면 솔직해진다, 호호 웃으며) 맞어, 그때 내가 좀 재수없게
굴긴 했어요? 그치?
명진 (그런 정선이 새삼스럽다. 뜻밖인 듯 보는)
정선 (명진 말 흉내내는) 맞어요! 왜 안그래요? (또 흉내내는) 쫌 재수없었어요.
명진 (우하하 웃으며) 내가 그랬어요?
정선 (다 풀어졌다, 놀리는) 어머 안그런척 시침떼는거 봐.
명진 그만 웃겨요.
정선 내가 언제 웃겼어요?
명진 너무 귀여워서 웃겨요.
정선 (귀엽다는 말에 벙해서 명진 보는데 화끈 부끄럽다) 어우 별일이야...
(자기도 모르게 해맑은 웃음으로 명진 보는)
명진 (같이 웃으며 보다가 그 해맑은 웃음에 쿵!하는, 굳은채 정선 보는)
정선 (눈 껌뻑 껌뻑하며, 천진한) 왜 그래요?
명진 아니 그게요... (순간 느낀 자기 감정에 당황해 계속 정선 보는)
정선 (같이 어떤 느낌 온다. 보다가 무심코 앞 보는데 차가 옆으로 가고 있다)
엄마, 아부지!
명진 (그 소리에 놀라 앞 보는 순간 갓길에 주차해놓은 트럭에 쿵 부딪힌다)
S#40 카센타 앞 (저녁)
안에서 직원과 얘기하고 있는 명진. 정선, 낭패스럽게 보고 섰는데 핸드폰 울린다.
정선 (보고 받는) 어, 왜?
세정(휠) (다급한) 언니, 지금 어디야? 지금 좀 만나.
정선 지금? (명진 보는) 어머, 지금 안되는데... 낼 보자.
세정(휠) (절박한) 나 지금 죽을거 같단 말야!
정선 뭐?... (죽겠다, 아쉬워서 명진 보는, 낭패스럽고)
S#41 까페 (저녁)
마주 앉아있는 세정과 정선.
정선 (황당하다는) 뭘 해달라구? 우리 외삼촌네 잡지에 다인엄말 넣어달라구?
세정 어, 스카웃 형식으루... ‘행복한 집’ 정식 푸드 코디네이터면,
그 여자도 거절하기 힘들거야. 방송국 프리랜서 일보다 훨씬 낫잖아.
정선 (부아난다) 야, 오세정. 너 지금 그 얘기할려구 나 불러낸거야?
내가 왜 외삼촌한테 아쉬운 소릴 해야 돼?
세정 도연씨 옆에 그 여자 있는거, 불안해 미치겠단 말야.
정선 (나무라는) 그렇게 불안하면 가서 빌어.
세정 (자조적인) 이미 기회... 놓쳤어.
정선 너 지금 일은 니가 다 벌려놓고, 니 자존심은 끝까지 굽히기 싫다 이거니?
그럼 난, 내가 왜 내 자존심 굽히면서 그런 부탁해야 돼?
그렇게 윤지수가 신경 쓰이면 차라리 도연씨한테 말을 해. 너 연애 많이
했던거 도연씨한테 다 말했다며? 그 중에 어쩌다 유부남 하나 있었다, 해?
세정 (정색하고) 언니 내가 지금 유부남하고 연애했던 과거 들통날까봐, 단지
그거 땜에 이러는거 같애?
정선 (안다) 하긴... 도연씨니까 니가 벌벌하겠지.
세정 (시무룩한) 그래, 알면서 그래 언니. 도연씨니까... 정교수 이혼 원인
나라는거 알면... 도연씨 나 못 받아들여.
정선 그럼 가서 빌라니까? 다인엄마, 그렇게 모진 사람 아냐. 지금이라도 가서
빌면, 도연씨한테 너하구 얽힌 과거지사 못 털어놔, 그 여자.
세정 빌구 용서 받구 계속 도연씨 옆에 있으라 그래? 그러구 어떻게 살어,
내가? 언니 제발, 어? 나 한번만 봐주라. 그 여자만 도연씨 옆에 없게
해주면 그 담에 내가 수습할께. 사과두 하구, 어?
정선 (난감해서 보는)
S#42 정선집 침실 (밤)
외출복 차림으로 들어오는 정선과 뒤따라 들어오는 석주.
석주 어떡하면 도연이 계속 속일까, 둘이서 작전 짰냐?
정선 (화들짝 놀라 돌아보는)
석주 (넘겨 짚었는데 맞았다) 세정이 맞지! 재민이 자식 저렇게 만든거,
세정이지? 내 짐작이 맞았네... (하는데)
정선 (뒤늦게 버벅대며) 아니 다, 당신 지금 무슨 소릴하는거야?
석주 (버럭) 너두 똑같애! 알면서 도연이 결혼 왜 안말렸어!
정선 (기세에 놀라) 나두 몰랐어! 이번에 알았단 말야!... (아차)
석주 진짜야?
정선 ...진짜예요!
석주 맹랑한거, 오세정. (기막힌듯) 하- 감히 지가 내 친구 농락하구,
내 후배한테 사기까지 쳐?
정선 사기라니?
석주 사기지, 아냐? 도연이가 그 내막 알았음 결혼했겠어? 절대 안했어, 도연이!
세정이가 자살소동 벌였어도 결혼 안했어! 이거 사기야, 사기결혼이야!
내 가만두나봐! (나가고)
정선 (얼른 잡으며) 당신 어디가!
석주 (뿌리치며) 열불 나서 물 마시러 가! (나가고)
정선 어머 어머 어떡해... (어쩔줄 모르고)
S#43 세정 사장실 (다음날)
박실장과 앉아서 얘기하고 있는 세정.
세정 그럼 견적서 조금만 낮춰서 다시 작성해봐.
박실장 두 번짼데 또 낮춰요?
세정 이번까지만. 워낙 큰 행사야, 마진 적어도 하는게 좋아.
박실장 네, 알겠습니다.
정선 (문 벌컥 열고 들어오며) 너 땜에 못산다, 내가! (하다 멈칫)
세정 (얼른 박실장에게) 나가봐요.
박실장 (서둘러 인사하고 나가면)
정선 (바로 앉으며) 너 내가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지금까지 뭐하다 왔는지 아니?
외삼촌 출근하자마자 붙잡고 늘어져서 사정사정하다 왔어!
세정 (뜻밖인) 언니...
정선 하고 싶어 한거 아냐, 니 말대루 안할수 없게 됐어. 강사장이 눈치 챘어!
세정 (놀라는) 어떻게? 언니가 말했어?
정선 내가 내 얼굴에 침 뱉겠니?
세정 그럼 정교수가 말한거야?
정선 아유 아냐, (자기도 모르게) 그 뱀같은 인간, 촉각으로 때려잡았지.
얘 말마, 도연씨한테 당장 말한다구, 너 사기 결혼이라구 길길이 뛰구
난리치는거, 우리 엄마하구 느이 엄마 관계 내세워서 겨우 막았어.
세정 (불안한) 도연씨한테 말 안하기루 한거야? 확실한거야?
정선 아유 그래, 근데 이판국에 다인엄마가 도연씨랑 일하는거 까지 알아봐.
그 성질에 가만 안있지.
세정 (가슴 쓸어내리는) 언니 고마워...
정선 (못마땅하게 쳐다보고)
S#44 지수 가게
전화 받고 있는 지수.
지수 (뜻밖인) ‘행복한 집’ 이요? 네, 알아요... (잠시) 저를요?... (잠시) 지금요?
S#45 까페
잡지사 담당자와 얘기하고 있는 지수.
담당자 마침 전담 푸드코디네이터 한사람이 더 필요했었거든요.
그러다 방송에서 윤지수씨 테이블 세팅 보고 연락 드렸습니다.
지수 아 네... 전 별로 경험도 없는데 뜻밖이네요.
담당자 어떻게, 저희는 담주부터 출근을 해주셨으면 하는데요.
지수 그렇게 빨리요? 제가 지금 맡은 일이 있어서요...
담당자 (무심코) 담주 촬영만 마치고 오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지수 (생각에 잠기고)
S#46 지수 가게 (밤)
뜻밖이라는 얼굴로 지수 보고있는 민수.
민수 스카웃? (웃으며) 언니한테 스카웃 제의가 왔단 말야? ‘행복한집’ 이면
큰 잡지사잖아.
지수 (끄덕이며) 그러게, 겨우 방송 한번 나갔는데.
민수 어유 우리 언니 능력 있네... (하다가) 그럼 방송국은 그만둬야겠네?
지수 그만둬야지... (다짐하듯) 잘됐어 차라리.
민수 (유심히 보며) 뭐가?
지수 내가 옮기면 여러사람 편하잖아. 난 그 여자하구 도연씨 안봐서 편하구,
도연씬 암것두 모르니까 편하구, 그 여잔... (씁쓸한) 그 여자가 젤
편하겠구나.
민수 (놀라는) 뭐야, 언니? 언니 지금 그 여자 고대로 놔두겠단거야?
지수 (울음 섞인) 내가 힘들어 못하겠어! (감정 터트리는) 그 여자 생각하면 화나
서 미치겠구, 도연씨 생각하면 괴로워 미치겠어. 어떻게 할 수가 없어...
민수 (도연 사랑하는 지수 마음 확인하고 기막힌) 그렇게 힘들어?
지수 (우는, 끄덕이며) 힘들어...
민수 (속상하고 안타까운) 아유 그래, 복수 그거? 아무나 하는거 아니지.
독해야 하지!... 그래 관둬라. 이러다 언니 먼저 말라 죽겠다.
지수 (눈물 닦고)
민수 (속상한) 근데 그 여잔 참 운도 좋다, 어? 남편 잘 만나 이게 무슨 복이니?
맞을 철퇴도 피해가구. 미치겠다 정말...
지수 이럴줄 알았으면... 충청도 출장에 간다 그럴걸 그랬어. 정말 끝인데...
우리 팀, 참 좋았는데.
민수 그럼 가. 스텝들 다 같이 가는거라며? 그것도 못가니, 언닌?
지수 뭐하러 가... 다 끝났는데... (또 눈물 나오는)
민수 마지막인데 그 정도도 못해?
S#47 지수집 거실 (다른 날)
탁자 등 거실에 있는 물건들 한쪽으로 싹 밀어놓고 스팀 청소기로 청소하고 있는
지수, 흔들리는 마음 잡으려 애쓰고 있다.
도연(소리) 아침 11시까지 올수 있겠어요?
지수 (가고 싶은 마음 다잡듯 더 열심히 청소하는)
선녀 (하품하며 방에서 나오는) 꼭두새벽부터 윙윙거리고 그러니?
지수 엄마, 방에서 엄마 요하구 이불 좀 갖구 나와요.
선녀 내 요하구 이불은 왜?
지수 (웃으며 청소기 들어 보이는) 살균 소독 좀 하게.
선녀 무슨 이불 요까지 살균 소독이야?
지수 침구에 진드기가 얼마나 드글드글거리는데? 한번씩 싹 소독해줘야 돼요.
얼른요?
선녀 너 심란하니?
지수 (흔쾌히) 어! 기분 꿀꿀할 땐 청소가 최고야. (구석 구석 닦고)
선녀 (쟤가 왜 저러지? 갸웃하며 방으로 들어가고)
S#48 세정집 침실
출장 가방 들고 침실에서 현관으로 가는 도연. 세정, 배웅하러 뒤고 있다.
세정 그냥 핸드폰 사라니까 뭘 고친다구 맡겨서 핸드폰도 없이 출장을 가?
도연 종배 핸드폰 있잖아.
세정 근데, 정말 윤지수씬 안가요?
도연 (멈칫, 돌아보는) 집에 일이 있어서 못간다고 했잖아.
세정 (다시 확인하고 안도하는) 그럼 잘 다녀와요. 출발할 때 전화해주고.
도연 그래. (나가는)
S#49 방송국 사무실
선경 기다리는 도연과 종배.
종배 (시계 보며) 얜 또 늦어, 또 늦어. (핸드폰 꺼내는데)
선경 (식은땀 흘리고 한손으로 배 만지며 들어온다)
도연 오네, (하다가) 선경씨, 왜 그래?
선경 (찡그리는) 모르겠어요, 갑자기 배가 막 뒤틀려요...
종배 (놀라는) 배가? 배가 어떻게?... (하다 생각난) 너 뭐 먹었니? 분명히 또
아침 챙겨먹구 나왔지, 너? 뭐 먹었어?
선경 떡... 나오면서 막 먹었더니, (하다 아픔에) 아... (주저앉아 뒹굴고)
도연 안되겠다, 병원 가야겠다.
종배 얘 병원은 내가 데리고 갈테니까 형 먼저 출발해라.
도연 같이 가야지, 임마.
종배 아우 안돼요, 종가집 약속 잡아놨잖아. 형이라두 가야지. (선경 부축하며)
얘 안되면 늦게 나 혼자라도 갈께, 어?
도연 그래, 알았어. (같이 선경 부축하고)
S#50 방송국 앞
막 차 몰고 나가던 도연, 가방 메고 서둘러 걸어오고 있는 지수 본다.
어? 지수 앞에 차 끽 대는 도연. 지수, 멈칫해서 보면
도연 (차창 내리는) 어떻게 된 거예요?
지수 저기... (웃으며) 갈려구요.
도연 (환해지는) 갑자기 맘이 변했어요?
지수 (아픔 감추고 웃는) 갑자기 변했어요.
도연 (옆문 열어주며) 얼른 타요.
지수 (타며 도연 혼잔거 보고) 종배씨랑 선경씬요?
도연 가면서 얘기해줄께요.
S#51 국도 + 도연 차안
달리는 도연 차. 도연과 지수, 즐겁게 얘기하며 가고 있다.
지수,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도연과의 여행을 즐길 결심하고 왔다.
지수 선경씨 급성 위경련이면... 못올수 있겠네요?
도연 죽어도 온다잖아요, 낼이라두. (웃으며) 은근히 강단 있어요.
지수 (끄덕이며) 그렇죠? 참 밝구 이쁘죠.
도연 지수씨두 밝구 이뻐요.
지수 (황당한 듯 보는)
도연 자기를 좀 사랑해 봐요. 지수씬 그게 부족해요.
지수 (도연 물끄러미 보는, 마음 아프고)
S#52 세정 사장실
4시 가리키는 시계 보며 갈등하고 있는 세정, 아무래도 못참겠다.
세정 (핸드폰 집어들어 전화거는, 잠시) 종배씨?
종배(휠) 아 예, 형수님.
세정 (웃으며) 잘 도착했어요? 도연씨 전화가 없어서요.
종배(휠) 잘 도착하긴요? 저 여태 서울 병원에 있어요.
세정 (놀라는) 병원이라뇨?... (잠시) 어머, 그럼 도연씨 혼자 갔어요?
종배(휠) (약간 머뭇) 아뇨, 윤선생님하구요.
세정 (기겁하는) 누구요? 윤지수씨하구 둘이 갔다구요? (벌떡 일어서고)
S#53 종가집 앞
차에서 내리는 지수와 도연. 고풍스런 전통 한옥 보는 지수.
도연, 카메라로 몇카트 찍고 들어간다.
S#54 종가집 마당
한쪽에 가득 자리잡은 장독대 등 보고 감탄하며 들어가는 지수와 도연.
마중 나오는 종부와 인사하고.
S#55 세정 사장실
열불 난 표정으로 왔다갔다하는 세정.
종배(소리) 선경이 얘가 서울 식구가 없어서, 제가 계속 있어야 될거 같애요.
세정(소리) 그럼 종배씬 오늘 못 간단 말예요?
종배(소리) (당황하는) 아니예요, 형수님. 새벽에라도 내려갈거예요.
세정 (뚝 멈추는, 속으로) 그럼 밤에 둘이만 있는단 말야?
S#56 세정 회사 앞
결심한 표정으로 나오는 세정, 급한 걸음이다. 그 위로...
지수(소리) 내가 당했던대로 똑같이 겪어보라구요. 내가 어떤
심정이었는지 경험해 봐요. 똑같이 해줄테니까.
세정 (급하게 차로 가서 탄다. 시동 거는, 그 위로)
종배(소리) (난처한) 윤선생님 못간다고 하셨거든요... 근데 갑자기 오셨대요.
<프래쉬컷- 12회 3씬 중에서>
지수 (볼일 끝났다는 듯 가방 챙기며 싸늘한) 궁금하면 지켜보지 그래요?
세정 (입술 깨물고 출발하는, 속으로) 둘이 있게 안해, 윤지수. 절대 둘이 있게
안해!
S#57 몽타주
- 국도 (저녁)
계기판 속도계 170킬로 미터 정도로 달리는 세정. 그 위로...
세정(소리) 종배씨 오늘 헌팅, 어디 어디 가는지 좀 알려줘요.
- 종가집 마루 정도
촬영 나오기 전에 종가집 음식 종류와 만드는 방법 등에 대해 설명 듣는 지수와
도연. 설 음식 종류가 몇가지냐? 뭐뭐가 있냐? 등 묻는 도연. 종부 대답 들으며
노트에 메모하는 지수.
- 종가집 부엌이며 뒤뜰, 장독대 등 둘러보는 지수와 도연.
- 지방 시내 (저녁)
시내로 접어드는 세정, **리 정도 이정표 보고 손에 쥔 주소 적힌 쪽지 힐긋 본다.
종가집 주소 확인하고 다시 속도 내는 세정.
- 종가집 앞 (저녁)
배웅하는 종부에게 ‘촬영 때 뵙겠습니다’ 정도 인사하고 차로 가는 도연과 지수.
- 종가집 인근 삼거리 도로 (저녁)
종가집 쪽에서 나오는 도연 차, 우회전해서 가면 곧이어 다른 길에서 들어오는
세정 차, 종가집 쪽으로 간다.
S#58 종가집 마당 (저녁)
종부 앞에 서있는 세정.
세정 금방 갔다구요?
종부 (영문 몰라) 네, 나가신지 한 십분 됐나?
세정 (그대로 뒤돌아 뛰어나가는)
S#59 도로+도연 차안 (저녁)
운전하는 도연과 옆 좌석의 지수.
도연 예상보다 종가집에서 시간을 너무 썼어요.
지수 그래두 재밌었어요.
도연 (웃으며) 그랬을거예요. 참, 거기 향토 음식점 리스트 좀 줘봐요.
저녁은 일 겸해서 그 중에 있는 집에서 먹어야겠어요.
S#60 다른 음식점 (저녁)
허탈한 얼굴로 안에서 나오는 세정, 음식점 이름과 주소 적힌 쪽지 편다.
다른 음식점 이름 첫번째에 ×표 친다. 다음 음식점 주소 보고 차로 가는 세정.
S#61 다른 음식점 앞 + 도연 차안 (저녁)
음식점에서 나오는 지수와 도연.
도연 여기 있어요. 차 가지고 올께요. (주차장 쪽으로 가고)
가게 앞 자판기에서 커피 뽑아 돌아서는 지수, 한모금 마시며 무심히 주위
둘러보다 뚝 멈춘다. 저만치 아래 쪽 길건너에서 차 세워두고 행인에게 길
물어보고 있는 세정. 지수, 어떻게 된건가? 영문 몰라 보는데 행인이 가리키는
대로 이쪽 편 쳐다보던 세정과 눈 마주친다. 지수 보고 확 굳어지는 세정.
지수 힐긋 보면 도연 차, 지수 쪽으로 오고 있다. 다시 세정 보는 지수.
세정, 도연 차 보고 막 길 건너려는데 차 지나간다. 주춤하는 세정.
잠시 갈등하던 지수, 그런 세정 돌아보면서 도연 차 탄다.
기겁하는 세정, ‘여보!’ 부르지만 지나가는 트럭에 가려 소리 들리지 않는다.
세정, 트럭 지나기 기다려 길 건너는데 출발하는 도연 차.
기겁해서 ‘여보!’ 부르며 필사적으로 달려오는 세정.
모른척 백밀러로 달려오는 세정 보는 지수에게서 엔딩.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