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철 롯데 자이언츠 사장(59)은 ‘헝그리 정신’이 몸에 밴 CEO다. 평소 점심식사를 거의 하지 않는 특이한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다.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 인내와 절제가 몸에 배어 있다. ‘단단한 정신 무장으로 만년 하위에서 벗어나자’는 하사장의 취임 일성은 그래서 한껏 무게가 실린다.
하사장은 “고등학교 다닐 무렵 ‘점심을 안 먹어도 생활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겠구나’라고 느꼈다. 그래서 고교 시절 아예 도시락을 가지고 다니지 않았다”고 회상한다. 이달 초 롯데제과 전무이사에서 롯데 자이언츠 사장으로 영전한 하사장은 이미 ‘점심 굶는 사장님’으로 주위에 알려졌다. 이상구 단장 이하 롯데 직원들은 하사장 때문에 은근슬쩍 점심을 건너뛰기가 일쑤다. 하사장은 아침 식사도 그다지 많이 하지 않는다. 하사장은 “우리가 움직이는 것에 비하면 먹는 양이 너무 많다. 그래서 점심을 주로 안 먹었다. 이제 활동적인 야구단에 왔으니 슬슬 점심을 먹어볼까 싶기도 하다”고 웃었다.
롯데는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꼴찌를 했다. 그러나 난파선에 처음 오른 하사장은 당장 수렁에서 벗어나는 데만 눈을 두고 있지 않다. 하사장은 “사실 2등이나 8등이나 뭐가 다른가. 우승 아니면 의미가 없다”며 “당장 올해 우승 전력이 아닌 것은 안다. 그러나 2∼3년 뒤에는 반드시 정상에 오르도록 열심히 선수단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하사장은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롯데가 2월 26일 일본 가고시마에서 열린 지바 롯데 1군팀과의 친선경기에서 8-2로 쾌승하는 모습을 직접 봤다. 사장 취임 후 첫 경기였다. 하사장은 경기 직후 덕아웃에 서서 하이파이브 하고 있는 선수들쪽으로 한참 동안 박수를 쳤다. 하사장은 “우리 선수들이 아주 믿음직하다. 친선경기지만 이기니 아주 기쁘다”면서 “초한지에 보면 약한 유방이 역발산기개세 항우를 이기지 않았는가. 뭉치면 못할 일이 없다. 우리 선수들이 정신력을 발휘해 똘똘 뭉쳐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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