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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증권사들의 전산장애가 매년 끊이지 않고 발생하지만 정작 피해보상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허술해 이를 보강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달으고 있다. 사고가 일어난 증권사들은 전산장애 피해 고객을 상대로 다양한 보상과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보상 기준과 금액이 제각기 달라 혼란만 가중시키는 모습이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증권사 20곳의 민원건수는 총 6614건으로 지난해 상반기(1458건)와 비교할 때 4.5배 증가했다. 활동계좌 기준으로 살펴보면 10만계좌당 민원건수가 569건으로 같은 기간 49건에서 약 12배 급증했다.
같은 기간 자기자본 상위 10대 증권사별 민원건수는 △미래에셋증권 67건 △한국투자증권 33건 △NH투자증권 74건 △KB증권 121건 △삼성증권 18건 △키움증권 55건 △신한금융투자 173건 △하나증권 64건 △메리츠증권 14건 △대신증권 585건 등 총 1204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주식시장이 역대급 호황기를 누렸던 지난해보다는 약 50건 줄어든 수치다.
이들 민원건수 대부분은 전산장애와 관련된 것으로 파악된다. 올 상반기 증권사 전산장애는 LG에너지솔루션 등 대어급 공모주 청약 및 상장 과정에서 투자자가 몰리며 빈번히 발생했다.
문제는 전산장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가운데 각 증권사마다 보상안 기준이 일관되지 않다는 점이다. 게다가 한 증권사라도 사안에 따라 적용되는 보상 기준이 달라 고객들의 불만만 증폭 시킨다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지난해 카카오페이 상장 당시 전산장애가 발생했던 삼성증권과 대신증권의 경우 보상액 책정 기준이 달랐다. 삼성증권의 경우 전산장애 발생 시간 중 최고가를 보상액으로 책정했다. 반면 대신증권은 총 거래량과 거래가액을 감안한 가중평균액을 적용했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의 경우에는 옵티머스 사모펀드 사태 당시 선보상안과 선지급안으로 보상기준이 구분됐었다. 선보상이 투자자에게 정해진 보상률에 따라 원금을 돌려주는 것과 달리 선지급은 보상금액이 명확하지 않고, 투자자의 자금이 묶인 상태에서 원금 일부를 임의로 지급하는 것이다. 편입자산이 같은 사모펀드이지만 각자 다른 기준이 적용된 셈이다.
또한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사안에 따라 다른 보상안을 적용시켰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 카카오뱅크 관련 전산장애 때는 최고가를 기준으로 보상액을 책정한 반면 지난달 발생한 전산장애 보상 기준을 살펴보면 가중평균액이 적용됐다.
이는 사안의 중대성을 판단하거나 보상액을 책정하는 내부규범이 증권사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권사의 ‘고무줄’ 보상기준에 고객의 불만이 높아지자 금융투자업계 안팎으로 전산장애 보상안에 대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홍성국 의원은 해당 내용이 포함된 ‘전자금융거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손해 입증 및 배상절차 등에 관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금융회사들은 구체적인 개별지침을 마련해 공시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손해배상을 필요로 하는 투자자에 대한 피해 구제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과 증권사는 어떤 형태로든지 고객 중심의 보상 가이드라인을 내놓아야 한다”며 “사후약방문과 같은 조치는 우리나라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주경제] 2022.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