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충망이 아니라 방충망 할아버지를 모셔와도 모기없이 사는 인생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문을 닫고 모기약을 쳐서 모기들을 죽이면서 살고 싶지는 않았다. 우리도 모기약의 독성의 해악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거의 일년내내 가족들이 취침하는 모든 침대 위에 모기장을 설치해놓고 살았다. 한 겨울이 아닌한 모기들은 어디에선가 항상 나타나곤 했다.
그런데 서울로 이사온 후 여름방학 전까지는 집안에서 밤에 실수로 방충망을 열었을 때를 제외하곤 단 한 번도 모기를 만나지 못했다. 집에서 불과 100m도 떨어지지 않은 내가 근무하는 학교 당직실에는 모기들이 버글 버글한데 신기한 일이었다. 그러다 아내가 여름 방학동안 서울에 머물게 되면서 삼주정도가 지나자 갑자기 모기기 출몰하기 시작했다. 딸 아이가 온통 벌집이 되고 아내도 적지 않게 당하면서 잠을 설친다. 잡으면 또 생기고 잡으면 또 생기는 모기들 때문에 아내는 복도의 창문에도 방충망을 달자는 제안을 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달랐다. 5개월넘게 복도 창문을 열고 살아도 모기가 없었으니 아내가 오고 나서 모기의 출몰과 관련하여 변화한 사건에 집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 유일한 변화는 바로 엘리베이터의 이용이었다. 고작 한 층이나 두층만 올라가면 우리집인지라 딸 아이와 나는 짐이 무겁거나 유난히 피곤하지 않으면 무조건 계단으로 오르내리는데 아내는 단 일층을 이동할 때도 엘리베이터를 부르는 사람이다. 그래서 먼저 집안에 들어온 모기를 모두 소탕하고 엘리베이터 이용을 중단해 보라고 권유했다. 그렇게 여러 날이 흘렀는데 우리는 다시는 모기꼴을 보지 못하였다. 아파트로 올라오는 모든 모기는 엘리베이터로부터 사람을 따라 들어오거나 낮은 층의 방충망이 열리거나 찢겨진 곳으로 들어온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경험이다. 아파트 2층에 살게 되면서 모기없이 살 수 있다는 진리를 깨닫게 된 것이다. 이 논리를 1층과 2층을 제외한 다른 층으로 확대하면 엘리베이터를 타더라도 자기 층에서 내리지 말고 한 층이나 두 층 낮은 곳에서 내린 후 계단으로 걸어서 올라가면 모기를 따돌리고 모기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가정 생활을 누릴 수 있다.
첫댓글 따돌려진 모기가 다른 집으로 들어 가는 건
어쩌나요^^
그건 그 집에서 해결해야죠. ㅋ
따돌려진 모기가 다른 집으로 들어갈 확률이 줄어드니 전체적으로도 이익입니다.
성가신 모기 이야기가 나오니,갑자기 인도의 자이나교 수행승들이 생각이 나네요.
윤회에서의 탈출이 최고의 가치인 그들은, 벌거벗고 탁발을 하며, 불살생의 계를
지키고자 자다가 물어뜯는 모기들을 손바닥으로 때려 잡지 않고 부드러운 빗자루
같은 걸로 쫓아 내더군요^^
저도 도를 닦는 수행자로서 불살생에 대한 고민을 깊게 했더랬습니다. 우리 인간의 가장 잦은 살생은 식사에 의한 것이더군요. 그래서 하루 세끼이외의 식사는 절대 하지 않습니다.
채식도 결국엔 살생이니 고기냐 풀이냐를 따지는건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모기를 비롯한 해충은 죽이지 않을 도리가 없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