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제가 2018년부터 작성해 온 글로써, 매년 조금씩 교정하여 다시 올리고 있습니다.]
(눅 19:13) 그 종 열을 불러 은화 열 므나를 주며 이르되 내가 돌아올 때까지 장사하라 하니라
(눅 19:20) 또 한 사람이 와서 이르되 주인이여 보소서 당신의 한 므나가 여기 있나이다 내가 수건으로 싸 두었었나이다
(눅 19:21) 이는 당신이 엄한 사람인 것을 내가 무서워함이라 당신은 두지 않은 것을 취하고 심지 않은 것을 거두나이다
(눅 19:22) 주인이 이르되 악한 종아 내가 네 말로 너를 심판하노니 너는 내가 두지 않은 것을 취하고 심지 않은 것을 거두는 엄한 사람인 줄로 알았느냐
우리는 언제라도 오실 주님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만, 동시에 주께서 한참 동안 오지 않으실 것처럼 일해야 합니다. 저를 포함하여 이렇게 날카로운 균형 안에서 사는 사람이 매우 드뭅니다. 예수님의 재림을 준비하지 않고 마치 예수님이 오지 않으실 것처럼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예수님이 몇월 몇일에 오신다면서 이 땅의 삶은 다 정리하고 저어기 어디 산에 모여 사는 사람들이 있듯이 이렇게 양극단을 달립니다. 몇 년 전에는 호주 옆에 '피지'라는 작은 섬에 한국인들이 그렇게 많이 갔답니다. 거기가 천국이라면서요. 그들은 거기가 상징적 천국 말고 진짜 천국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런 선동을 하는 사람도 문제지만 그걸 믿는 사람들이 더 문제라고 봅니다. 믿는 사람이 있으니 속이는 자가 계속 속일 수 있는 것이지요.
므나 비유에서처럼 주인이 곧 돌아올 것이니까 므나를 그냥 수건에 싸 둬서야 되겠습니까? 그 주인 역시, 내가 돌아올 때까지 잘 관리하고 장사하라고 특별히 부탁을 했는데 말입니다(눅 19:13). 주님은 이렇게 이미 말씀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그 둘 사이에서 균형을 맞출지 알려 주셨습니다.
전에 제가 인생 중간 점검에서 우리 삶을 이루는 모든 요소들이 균형 있게 성장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 적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제가 세 살부터 교회를 다니면서 느낀 것은 왠지 한국의 목사님들은 가정에 소홀해도 사역에만 매진하면 괜찮다는 식의 분위기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목사라면 사모와 자녀들은 아버지가 부재한 가정에서 심적 고통을 견뎌야 한다." 이런 식이였죠. 마치 사역이 중요하니까 주님을 위해 가정을 포기하는 것이 미덕처럼 여겨졌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가정을 잘 돌보면서 자기 일(사역 포함)도 잘해 나갈 엄두가 나지 않는 경우엔 결혼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녀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사도 바울도 그렇게 얘길 했고요.
제가 한국에서 태어나고 성장하면서 한국식 기독교 사고방식을 가지고 서른이 훨씬 넘어 미국에 갔는데 미국 목사님들이 "사역 위에 가족이 있다"는 말을 공공연히 할 때 정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하나님, 그다음이 자신의 배우자, 그다음이 자신의 자녀, 그다음이 사역이랍니다. 처음엔 충격이 심했지만 저는 그 말이 맞다고 봅니다. 남편에겐 주께서 교회를 사랑하듯 아내를 사랑하라고 하셨는데(엡 5:28) 자기 아내를 돌보지 않고 사역에만 열중한다는 것은 벌써부터 말이 안 되니까요. 주께서 교회를 사랑하듯 아내를 사랑하라는 명령을 무시하고 자신의 교회를 어떻게 사랑하겠습니까? 그것은 말이 안 됩니다. 그래서 저는 사역 위에 가정이 있다는 말이 맞다고 봅니다.
그러다가 위의 말(첫째는 하나님, 둘째는 배우자, 셋째는 자녀, 그다음이 사역)이 사역자들 사이에서 유행이었을 때, 어떤 사역자가 짠! 하고 나타나 이 말을 반박합니다. "첫째는 하나님, 둘째는 배우자, 셋째는 자녀, 그다음이 사역이란 말을 많이들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첫째도 하나님, 둘째도 하나님, 셋째도 하나님, 넷째도 하나님이 될 때, 하나님, 배우자, 자녀, 사역의 순서가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너무 멋진 말이죠! 이 말도 참 수긍이 갔습니다. 첫째부터 넷째까지 순서를 정해 놓고 내가 제대로 하고 있나 매 순간 체크를 한다면 그것 또한 율법이 되어 나를 옥죌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하나님이 최고가 되시고, 배우자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하나님이 최고가 되시며 그 외 모든 것과의 관계에 있어서 하나님이 최고가 되시면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는 하나님만 하실 수 있는 엄청나게 날카로운 균형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인생 중간 점검에서 다룬 우리의 10가지 영역도 마찬가지입니다. 돈, 건강, 용모, 재정, 관계, 등 그 모든 영역에서 먹든지 마시든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면 우리의 인생은 더 이상 심플해질 수 없을 만큼 심플해져서 우리 모두가 "미니멀리즘"의 대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도 이 글을 쓰면서 '참, 말은 잘한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도 잘 못하고 있는 것을 이렇게 글로 술술 쓴다는 것이 바로 ‘성령께서 내 글을 통해 나를 가르치고 계신다는 뜻이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습니다.)
우리의 신랑 되신 주님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으면서도 한참 동안은 주님이 오지 않으실 수 있다는 생각으로 다음 세대를 준비하고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이루기 위해 애쓰고 노력하는 것에는 놀라운 균형이 있을 것입니다. 어찌 보면 모순처럼 들리지만, 이것은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끔 세상의 상황을 보며 '이제 다 망했다, 상황이 이러니 곧 주님 오신다' 하면서 다음 세대를 준비하지 않는 사람들은 한 므나를 수건에 싸 둔 사람처럼 큰 실수를 하고 있다고 봅니다. 재림을 가장 잘 준비하는 사람은 주님이 내일 오시더라도 준비가 되어 있지만, 예수님이 한참 동안 오시지 않을 것처럼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도록 오늘도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