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림 개인전
심겨진 곳에 꽃을 피우리라
종이 특유의 소프트한 성질로 인해 보는 사람에게 편한 감정을 준다.
화면은 크고 작은 골판지 조각들이 이웃하고 있다.
대충 얼개지은 것같지만 서로 각을 맞추고 빈틈없이 꼼꼼하게 연결되어 있다.
글 : 서성록(안동대 미술학과 교수)
[2011. 4. 14 - 5. 1 팔레 드 서울]
[팔레 드 서울]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6 T.02-730-7707
홈페이지로 가기 http://www.palaisdeseoul.net/
이경림의 작품은 골판지의 결합으로 이뤄진다. 골판지는 생활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어 작품으로 등장하는 것에 별로 이질감을 느끼지 못한다. 재료의 한계를 허들 넘듯이 거뜬히 극복하고 있다. 더욱이 종이 특유의 소프트한 성질로 인해 보는 사람에게 편한 감정을 준다. 화면은 크고 작은 골판지 조각들이 이웃하고 있다. 대충 얼개지은 것같지만 서로 각을 맞추고 빈틈없이 꼼꼼하게 연결되어 있다. 거기에 작가는 색채와 무늬, 이미지들을 새겨넣는다. 어떤 것은 스트라이프 모양, 도트모양, 글자, 드로잉, 색칠하기 등으로 공간을 덮어간다. 각 부분이 모여 전체를 이루고 전체는 부분을 조화롭게 이끌어간다.
그의 작품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있다. 바닷가의 조개껍질, 소라껍질, 나뭇가지, 길가에서 주어온 들꽃, 도토리 등이다. 이런 자연물들은 그의 작업에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그것들은 신비한 생명의 질서를 간직한 자연물들이다. 가령 조개껍질은 조그만 형태에서 시간의 경과에 따라 나선형으로 점차 커진다. 여기에는 이른바 ‘피보나치의 수열’ 원리가 작용한다. 조개껍질은 황금분할의 비를 정확히 유지하면서 자라난다. 자연계에서 많은 생물의 구조가 이 원리를 따른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가 사는 동네를 소재로 한 그림을 보면 화면 중심에 길이 뻗어있고 그 주변으로 건물이 들어서 있다. 언뜻 보면 평범한 마을풍경을 옮긴 것같다. 그러나 사실은 그가 ‘꿈꾸는 마을’에 가깝다. 뒷산에는 무지개가 떠있고 하늘에는 별빛이 총총하다.
이런 별빛은 W. 워즈워드(William Wordsworth)의 시에 나오는 “하늘의 별처럼 들의 꽃처럼 인간에게는 양심이 있다”는 구절에 착안한 것이다. 작가는 하늘의 별처럼 들의 꽃처럼 참다운 삶이 있고 아름다움이 있는 풍경, 우리 모두가 희구하는 곳을 제시한다. 길바닥에 흩어진 꽃잎도 사실은 죽어 메마른 땅이 아니라 생명과 기쁨으로 충만한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Flourishing Tree Ⅰ,Ⅱ>는 열매맺는 나무를 만든 작품이다. 잎사귀가 무성한 나무가 있는가 하면 잎사귀는 없고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는 작품이다. 이것은 포지티브한 삶과 네거티브한 삶을 표상한 것이라고 한다. 잎사귀가 무성한 것은 곧 열매맺는 삶이고 그렇지 못한 것은 그루터기만 남은 나무를 일컫는다.
이 작품은 삶에 대한 지혜를 담은 일종의 잠언이다. <Someday>는 한 그루의 나무가 중심에 서 있고 주위는 어둠에 에워싸여 있는 작품이다. 주위는 여러 골판지 조각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중앙의 나무를 압박하는 것같은 구도이다. 작가는 우리의 시선을 한 그루의 나무에게 집중시킨다. 빛을 받으며 서 있는 나무는 축복의 팡파르를 받는 인간을 암시한다. 여기서 빛은 곧 생명의 빛, 진리의 빛, 사랑의 빛을 말한다. 혼란스런 세상속에 살지만 그리스도의 오심을 소망하며 살고 있는 자신을 나타낸 작품이다. St. 어거스틴이 지적했듯이 사람은 ‘결핍의 존재’이므로 만족이 있을 수 없다. 그의 목마름은 지위나 물질이나 지식으로는 채워지지 않는다. 어쩌면 예술로도 채워지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작가는 인간안에 도사리고 있는 ‘결핍’을 ‘천상적 충만’으로 바꾼다. 소망에 ‘영혼의 닻’을 내리고 ‘별로 가는 여행’을 시작한다. 하늘에서 번개가 내리치면 곧이어 천둥이 화답하듯이 작가가 받은 축복을 감사로 화답한다. 주어진 것에 대한 진실한 감사의 기쁨은 인색해지려는 충동보다 질길 뿐만 아니라 강하다. 그의 그림의 원동력은 여기에서 나온다.
작가노트
이번 전시 에서는 특히 작년 내내 들은 아들의 입시곡을 형상화 하였다. 클래식 기타를 전공하는 아들 덕에 다섯개의 같은 곡을 거의 6개월 이상 들은것 같다. 바하의 no.998, 물을 연상 하게 하는 잔잔하고 구성진 곡과 스페인의 무곡 판당고, 그리고 빌라로보스의 연습곡 1번은 내 맘대로 첫사랑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리고 세고비아나 라는 곡, 마지막으로 소르의 연습곡을 작업 했다. 나의 기타 음악에 대한 소고를 재미있게 봐주시길 바란다. 그리고 특히 이번엔 부산에 감천동 풍경을 춘하추동으로 네폭을 하나로 연결 한 작업을 선보인다.
첫댓글 멋진 그림 즐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