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소피해를 봐 과피가 갈변한 사과. 농민신문DB 노지 재배 사과·배·포도 등 수확철 햇볕에 과다노출 땐 과피 갈변·병해충 피해 우려 기온 31℃ 이상 올라가면 해 질 때까지 미세살수해야 탄산칼슘 제제 살포도 방법 불볕더위가 지속되면서 과수 햇볕데임(일소)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일소피해는 사과·배를 비롯해 포도·복숭아 등 노지에서 재배되는 과수 전반에서 나타나는 양상이다. 일소피해를 줄이려면 살수·차광 등의 방안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폭염으로 인한 일소피해 확산…노지 과수에 피해 집중=여름과 가을 수확을 앞둔 과수농가들은 2주 넘게 지속되는 폭염으로 일소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사과와 포도에서 일소피해가 심하다.
충남 부여의 한 사과농가는 “직사광선에 많이 노출된 열매의 과피 부분이 갈변했다”며 “일소피해가 심한 부위는 무른 것처럼 변해 병해충으로 인한 2차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남 나주의 배농가는 “햇빛을 많이 받은 열매의 표면이 거뭇하게 변했다”며 “정상적으로 수확해도 저장과정에서 일소피해를 본 부분이 검게 변하며 썩는 경우가 많아 걱정이 많다”고 밝혔다.
수확을 앞둔 포도농가들은 일소피해로 수확량이 감소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경북 구미의 한 포도농가는 “불볕더위가 지속되며 포도알이 말 그대로 익어버렸다”며 “알이 마치 손으로 누른 것처럼 움푹 들어가는 증상이 발생해 도저히 시장에 내놓을 수 없는 지경”이라고 전했다.
복숭아 주산지에서도 폭염으로 인한 일소피해가 나타나 농가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사과·밀식 농가에서 특히 유의=일소피해는 햇볕에 과다하게 노출돼 과일 세포가 변질되는 것으로, 피해가 발생하면 상품성을 회복하기 힘들다.
사과는 과피 온도가 52℃에 도달하면 10분 내로 갈변한다. 포도는 35℃에서 3시간30분 이상 노출되면 알이 익는다. 심한 경우에는 발생부에 탄저병 등 2차 감염 피해가 이어져 경제적 손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가장 주의해야 할 품목은 사과다. <홍로> <후지>의 경우 6월 하순 이후 하루 최고 기온이 31℃를 넘는 맑은 날 일소피해가 발생한다.
이후 수확기까지 발생이 이어져 농가의 주의가 요구된다.
또 여러날 동안 구름이 끼다가 갑자기 햇빛이 나는 날에는 일소피해가 커지는 게 일반적이다.
더불어 공기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수록 일소피해 발생이 빈번하다. 밀식재배가 다수인 우리나라 과원에서 피해가 심한 이유기도 하다.
◆살수·차광·살포…피해 막는 ‘3종 세트’=과수 일소피해를 가장 직접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살수법이다.
미세살수 노즐을 나무 위에 설치해 기온이 31℃ 이상 올라가면 오전 9시부터 해 질 때까지 살수한다. 단, 탄저병으로 병든 과실을 제거한 후 살수해야 한다. 탄저병 병원균이 물을 통해 확산할 수 있어서다.
차광법도 과수 일소피해를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지주시설을 이용해 차광망을 설치하면 과도한 햇빛에 노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17% 차광률의 차광망을 설치하면 일소피해가 75% 감소한다. 55% 차광률의 차광망은 과수 일소피해를 95%까지 감소시킨다.
하지만 차광률이 높으면 광합성률도 떨어지기 때문에 16∼20% 차광률의 차광망을 설치하는 것이 가장 좋다. 차광망을 설치하면 우박·강우 차단의 효과도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살수·차광보다는 효과가 제한적이지만 탄산칼슘 제제를 살포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 기온이 31℃가 넘을 땐 탄산칼슘 제제를 햇빛 노출이 많은 남서쪽 위주로 엽면 살포해 나무를 코팅하는 방법이다.
살포 주기는 10∼15일 간격으로 4∼5회가 적당하다. 소요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장점이 있으나, 살포 후 비가 오면 효과가 없어지는 만큼 일기예보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
김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