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가까이 대법원에 계류돼 있던 한명숙(71) 전 총리 뇌물수수 사건의 결론이 오는 20일 나온다. 한 전 총리가 재판에 넘겨진 지 5년 만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20일 한 전 총리 사건의 상고심 선고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17일 밝혔다.
-
- 한명숙 전국무총리가 2013년 4월15일 오후 정치자금법위반 혐의로 항소심 공판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한 전총리는 건설업자로부터 불법정치자금 9억여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조선일보DB
이 사건 재판 과정은 한 전 총리의 ‘5만 달러 뇌물 사건’과 연관되면서 장기화됐다. 앞서 2009년 검찰은 대한통운 비자금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한 전 총리에게 뇌물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해 한 전 총리를 불구속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2010년 4월 무죄를 선고했다.
‘9억 사건’은 같은 해 7월 재판이 시작됐다. 검찰은 2007년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대통령 후보 경선 비용을 지원하겠다”는 제안을 받고 3차례에 걸쳐 불법 정치자금 9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한 전 총리를 불구속 기소했다. 두 사건의 재판이 별도로 진행된 것이다. 한 전 총리는 이듬해 10월 이 사건 1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후 ‘9억 사건’의 항소심 재판부는 2012년 2월 이후 공판기일을 지정하지 않고 재판을 무기한 연기했다. 2012년 1월 ‘5만 달러 사건’의 항소심 재판이 무죄로 결론나 상고심이 진행중이었는데, 대법원이 사건을 파기환송할 경우 두 사건을 서울고법이 병합해 진행할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2013년 3월 ‘5만 달러 사건’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고, ‘9억 사건’ 재판부는 같은해 4월에야 재판을 재개해 그해 9월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년 실형과 함께 추징금 8억8000만원을 선고했다. 다만 한 전 총리가 현직 국회의원이라는 점을 감안해 법정 구속하지는 않았다. 사실심(1·2심)이 끝나는데까지만 3년2개월이 걸린 것이다.
이후 대법원이 상고심 선고 기일을 잡지 않으면서 재판은 또 한번 길어졌다. 이 때문에 2012년 4월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한 전 총리는 임기 대부분을 보낸 상태다. 법조계 안팎에선 “대법원이 정치권의 눈치 보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대법원 관계자는 “1·2심 판단이 정반대로 엇갈렸던 사건이기 때문에 심리 기간이 길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관들 사이에서도 “경제 범죄처럼 법리가 복잡한 사건도 아닌데 대법원에서 2년 가까이 사건을 처리하지 못한다는 게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당초 사건은 대법원 제2소부에 배당됐으나, 올해 6월 대법원장을 비롯해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항소심 판결이 그대로 받아들여지면 한 전 총리는 국회의원직을 잃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