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계열사 간 순환출자 고리를 완전히 해소하기 위해서는 최소 18조 원이 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삼성생명에서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데만 전체 비용의 70%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18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삼성그룹 계열사 간 순환출자 구조에서 주요 고리는 7개로, 이를 해소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17조8347억 원으로 추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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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이 중 삼성생명에서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고리를 없애는 비용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보통주 7.12%와 특별계정 0.33% 등 총 7.54%를 보유하고 있어 12조9151억 원이나 든다. 전체 비용의 72.4%에 해당한다.삼성전자가 삼성화재와의 출자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2조1515억 원이 들 것으로 추산됐다. 금융사와의 고리를 끊는 데만 전체 소요 금액의 84.5%(15조666억 원)이 드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삼성그룹이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금산 분리와 상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생명을 인적분할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 국회 발의 등으로 규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대기업 집단의 금융계열사가 비금융 계열사 지분을 취득가액이 아닌 공정가액(시가) 기준으로 총자산의 3% 이상 보유할 수 없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개정안이 입법되면 상황에 따라 3% 초과 지분은 삼성전자에 블록딜 방식으로 넘기거나 이재용 부회장이 최근 이사장으로 취임한 삼성그룹재단 등에 넘겨야 한다.김준섭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의 인적분할을 통해 투자회사와 사업회사가 삼성전자 지분을 각각 4.8%, 2.4%를 보유하고, 투자회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4.8%를 주주들이 보유한 사업회사 지분과 교환해 삼성생명 투자회사가 중간금융지주사로 전환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또 “사업회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2.4%는 삼성물산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게 현금으로 매각하는 방식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와 달리 삼성전자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투자회사를 삼성물산과 흡수합병하는 시나리오도 제시되고 있다. 합병비율에 따라 ‘통합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최대 20% 보유할 수 있게 되면 삼성전자가 역으로 삼성생명 주식을 사들일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지주사 체제도 자연스레 완성되기 때문이다.한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풀어야 할 핵심 고리는 현재 모두 4개다. 제일모직과 연결돼 있는 삼성전기와 삼성SDI의 2개 연결 고리 해소에 각 8400억 원이 든다. 삼성물산과 삼성SDI가 6605억 원, 삼성물산과 삼성화재가 4276억 원이 각각 소요될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다음달 1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되면 삼성SDI에서 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고리가 끊어져 고리는 3개로 줄어들고 보유 주식 변동으로 순환출자 고리 해소 비용도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CEO스코어데일리 / 이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