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달콤하기만 한 줄 알았는데, 쓴맛도 있더군요.” 백세주를 개발한 배상면 회장의 외동딸 배혜정(49)씨는 4년 전 술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오빠 배중호(52)씨는 국순당 사장, 남동생 배영호(46)씨는 배상면주가 사장으로 이미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대학(성심여대)을 졸업하고 바로 결혼해 20년 넘게 전업주부로 살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아버지가 전통 탁주를 복원해보지 않겠냐고 권하더군요.”
배씨는 운명처럼 자연스럽게 술쟁이 길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처음에는 국내 주류업계에서 여사장 1호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아버지와 함께 제대로 된 고급 막걸리를 만들기 위해 2년 넘게 연구했고, 2001년 ‘부자(富者)’를 처녀작으로 내놨다. 그러나 술 장사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사업 초기엔 월 매출이 5억원을 넘기도 했는데 석 달 만에 뒤집히더군요.” 술을 품질보다는 양으로 마시는 한국 주당들에겐, 와인처럼 홀짝홀짝 마셔야 하는 고급 막걸리가 영 낯설었던 것이다. 일반 막걸리보다 술 맛이 독하다는 불만도 많았다. 국산쌀 100%로 만드는 ‘부자’는, 조선시대 상류층이 마셨던 술처럼 물이나 밀가루를 전혀 섞지 않아 도수가 16도나 된다. 대리점에서 반품 요청이 쏟아졌고, 매출은 한 달에 20박스도 팔리지 않을 정도로 급감했다. 그는 결국 사업 1년 만에 대리점 30여 곳을 모두 정리했다.
“그런데 일본 관광객이 자주 가는 기념품 판매소에서 저희 술을 꾸준히 사갔어요.” 그는 일본인이 한국의 막걸리에 관심이 많다는 데 주목했고, 무작정 여행 가방부터 꾸렸다.
우선 일본 시장 공략을 위해 일본인 취향에 맞춰 겉포장과 용기부터 깔끔하게 바꿨다. 막걸리 용기로 플라스틱이 아니라 유리병을 택했다. 리모델링한 막걸리를 일본의 각종 식품박람회에 선보였다. 한 일본 바이어가 그의 막걸리에 주목했고, 지난해부터 올 6월까지 22만달러어치를 일본에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 사람들은 막걸리와 과일 주스를 반반씩 섞어 마시는 ‘막걸리 칵테일’을 좋아하더군요.” 입소문이 나면서 일본에서의 납품 요청은 매달 30~40%씩 늘고 있다. 배씨는 “일본에 한국 막걸리만 파는 주류 체인점 등을 만들어 승부를 걸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