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2, 1820, 1914, 1945 세계 역사가 바뀐 순간들
https://youtu.be/wU3bdhBp_Kc
인문학 강의가 대세인 요즘이다. 그냥 철학,사학으로 한정된 강의가 아니라 사회,문화,역사,예술,과학,정치 모든
것을 아우르는 종합,융합,창의인문학으로서의 강의가 일반인에게도 친숙해짐을 느낀다.
서울대 서양사학과 주경철 교수의 '건명원' 강의 내용을 토대로 만들어진 <그해, 역사가 바뀌다>를 읽어보았다.
'건명원'이 뭔지 생소했는데 책 안쪽 날개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건명원 (建明苑) - 해를 해로만 보거나 달을 달로만 보는 분열된 삶에서 벗어나 해와 달을 동시적 사건으로 장악
하는 활동성을 통해 아직 이름 붙지 않은 곳으로 건너가는 도전을 감행하고자 세워진 인문-과학-예술 혁신학교.
1492년, 1820년, 1914년, 1945년.
겉표지에 선명한 저 4개의 연도는 어떤 의미일까.
나는 1945년만 알 것 같았다. 일제강점기에서의 우리 나라 해방, 제2차 세계대전 종식...
연도별 한 강의씩, 총 4강으로 되어 있다.
각 강의는 4개의 소분류로 다시 나뉘어 진다. <그해, 역사가 바뀌다>는 인문학 도서인데 상당히 잘 읽힌다.
요즘 이런저런 강의도 조금씩 접하고 책도 조금씩 읽었지만 잊고있었던 내용을 책속에서 다시 발견했을 때 엄청
난 반가움과 지적인 만족감에 기분이 좋았다.
1492년은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을 중심으로 내용이 펼쳐진다.
알려진 것과 다른 부분이 많았던 콜럼버스에 대한 삶과 당시 유럽이 갖고 있었던 세계관, 그리고 사실 유럽에서
아시아로 바로 가려던 프로젝트의 변수가 아메리카 대륙 발견이었다는 점, 콜럼버스가 종교적으로 굳게 믿고 있
었던 신념과 그를 뒷받침해주는 증거들 등 흥미롭고 유익한 내용이 담겨있다. 중세유럽의 세계지도에는 에덴동
산처럼 상상의 장소와 실재하는 장소가 같이 표기 되었던 점도 인상 깊었다. 그래서 종교적으로 자신을 하느님이
선택한 '도구'라고 생각했던 콜럼버스의 행동도 흥미로웠다.
유럽인들의 삶은 '문명생활' 이고 그들이 개척하는 곳의 사람들은 '야만적인 생활'이라는 유럽인의 관점은 세계사
를 통틀어 안타까운 부분이 참 많다고 생각했다.
2강은 '1820년, 동양과 서양의 운명이 갈리는 대분기'가 주제이다.
1820년은 역사적으로 뚜렷한 사건이나 사실이 책에 등장한 것은 아니고 그 즈음이 중국의 문명이 정체기, 또는
시들해지고 유럽이 세계무대를 장악하며 패권을 장악한 시기이기 때문에 중요한 시기로 지목되었다.
이것은 '바닷길'을 어떻게 보기 시작했느냐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문명들끼리 교류를 시작하던 때에 중국은 스
스로 바닷길을 포기하고 자신들끼리 결속을 다지고 나라를 정비했다고 한다. 오히려 유럽은 여러 나라로 쪼개지
고 분열되어 서로 세력을 넓히려는 경쟁이 '바닷길'로 집중되어 세계 곳곳에 유럽의 손이 미치고 여기에 '산업혁
명'과 '근면혁명'까지 가세되어 동서양의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된다.
나는 이 책에서 '근면혁명' 이라는 용어를 처음 접했는데
제도적으로 자기가 노력하여 생산을 늘린만큼 소득이 늘어나는 것, 즉 기술 혁신이 없는데도 성장은 하지만 결국
한계에 부딪히고 '수요혁명'이라는 의미를 가진것이 '근면혁명'이다. 그리고 이어서 획기적인 기술혁신 (증기기관,
석탄연료 사용, 기계등장 등) 으로 '공급혁명'을 일으킨 것이 '산업혁명'이 된다.
3강은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연도지만 주제는 '인간이 자연을 통제하다' 이다. 여기의 관점은 인간 때문
에 엄청난 개체수가 있었던 '나그네비둘기가' 멸종했다는 것에 집중되어 있다.
인간이 아니면 울창했을 숲과 개체수의 균형을 이루며 조화롭게 살았을 수많은 동식물들이 인간의 '문명화'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맞게 되는 것이다.
과거 유럽인들이 아메리카를 발견하고, 또 유럽인들이 호주에 정착하면서 그들이 편하게 살기 위해 유럽의 동식
물, 곤충까지 죄다 퍼뜨렸다.
면역력이 약한 (새로운 균이나 동식물에 대항할 필요조차 없었기 때문에) 동식물들은 멸종하고 천적이 사라진 하
위계층 생물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이것은 인간이 (엄밀히 말하면 유럽인들이) 다 망쳐놓은 것이다.
이렇게 바뀌어 버린 지구의 생태계는 인류에 의해 세로운 지질시대를 맞았따고 해서 '인류세'라는 개념이 21세기
에 점차 수용되고 있다고 한다.
만약 앞으로 인류세 '2.0' 버전이 도래한다면 환경에 좋은 쪽으로, 인류와 동식물이 상생하는 쪽으로 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4강은 '1945, 세계는 평화를 향해 가고 있는가' 이다.
이부분은 근현대이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강의에서의 키워드는 '폭
력'이다. 군사력이 문명과 야만 사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한반도가 일본과 중국사이에서
어떤 지리적, 역사적 의미를 갖는지 눈여겨 보게 되었다.
최근 tv에서 '스티븐 핑커'라는 학자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 인간의 심리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이 책에서는 인
간이 문명화 되었는지 더 야만화 되었는지 알려주는 매우 인상깊은 구절이 인용되었다.
"지금이 예전보다 더 폭력적이라는 것은 우리의 착각일 뿐, 현대사회는 예전에 비해 훨씬 더 안전하고 비폭력적이
다."
이 부분은 그래프와 표로 설명이 자세히 나왔는데 이걸 보고나면 과거 중국,몽골인들이 얼마나 잔인했는지 헉소
리나게 놀라게 된다.
5강은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주는 메세지이다.
인류는 더 문명화 되는지, 야만화 되는지 이분법적 사고로 결론낼 수 없지만, 이제 인간 중심에서 지구중심으로
관점을 옮겨 인간 삶의 풍요로움을 위해 망쳐놓은 환경을 어떻게 개선하고 전쟁과 폭력이 아직 남아있는 이 세계
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언급되어 있다.
조금 의아했던 것은 지금 인류가 사는 세상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라고 보는 이유가 '문맹률이 낮아지고 피임률이
높아지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한 부분이다. 세계의 출산율이 대부분 낮아지고 있다는 표에서 여성들이 피임을
통해 자기 삶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살아가기 때문에 야만화를 탈피하고 문명화로 간다는 내용인데 저출산에
따른 인구절벽에 대한 심각성을 연일 뉴스로 보고 있는 나로서는 전 세계적으로 출산율이 떨어지는게 과연 어떤
의미인지 확실히 모르겠다.
<그해 역사가 바뀌다>는 세계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어떻게 가져야 하는지, 세계사를 통해 앞으로 온 인류가 지향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감상문 출처: https://www.book21.com/community/book_review.html?mode=view&idx=49877&vpage=16&sear_PostNum=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