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헤어짐'과 '이혼' -
권다품(영철)
남녀의 이별에는 혼인을 하지 않고 연인으로 지내다 헤어지는 경우가 있고, 결혼을 했다가 헤어지는 '이혼'이 있겠다.
요즘은 이성간의 만남이 참 활발한 만큼 헤어짐 또한 예사가 된 듯 하다.
만나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헤어지고, 또 금방 다른 상대를 만나고.
요즘은 연애하다 헤어지는 정도는 감추지도 않는 것 같다.
듣는 상대도 그런 걸 기분나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고, 서로 여태 몇 명을 만나 봤는 지, 어떤 사람을 만났는지, 왜 헤어졌는지도 감추지 않고, 솔직하게 말하는 경우가 많단다.
세상이 확 바뀐 것 같다.
옛날에는 여자가 사랑하다가 헤어지면, '때묻은 처녀'니, '볼장 다 본 처녀'니 해서, 온갖 손가락질을 받기도 하고, 결혼을 시킬 때 혹시 탄로가 날까봐 온갖 애를 다 태우기도 했다고 한다.
어떤 경우는 결혼식도 한 번 안 올린 처녀를 연애에 한 번 실패했다는 이유로 재처 자리로 시집 보내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20세기 말부터 "남녀 평등"이란 말이 나오더니, 이제 21세기부터는 마음에 드는 남자가 있으면, 여자가 감정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세상으로 변했다.
옛날에는 결혼할 남자에게만 허락했던 몸도, 이젠 연애를 하는 남녀에게는 당연한 코스가 된 것 같고, 아예 망설임도 없는 세상이 된 것 같다.
얼마 전까지 우리 남자들이 했던, "세상은 넓고, 여자는 많다." 라는 말이 요즘은 여자들에 의해서 "세상은 넓고, 남자들은 많다."라는 말로 바뀐 것 같다.
그뿐 아니다.
"연애는 예쁜 여자랑 하고, 결혼은 착한 여자랑 하라."는 말이, "연애는 사랑하는 남자랑 하고, 결혼은 돈많은 남자랑 하라."라는 말로 바뀌었단다.
또, 결혼 전에 만나던 애인에게 "난 결혼해도 오빠 계속 만나고 싶어." 라는 여자도 있단다.
요즘 세상은 결혼 전 연애할 때는 헤어지는 것이 아예 예사가 된 듯 하다.
재미가 없어서...
만나보니 내 스타일이 아니어서...
생각보다 돈이 없어서...
더 좋은 남자가 나타나서...
연애뿐 아니다.
이혼도 옛날보다 너무 많아졌다.
온갖 이유가 다 있다.
신랑 사업이 망해서, 사랑이 식은 것 같아서, 서로의 부모를 함부로 대해서, 시가나 처가와의 갈등 때문에 등등....
그런데, 이혼이 이렇게 흔해지긴 했지만, 막상 이혼을 한 이후 당사자들 말을 들어보면, 아직까지는 숨기고 싶고, 상처고, 흠으로 생각된다고 한다.
그런데, 연애하다가 헤어지는 것은 예사면서 이혼은 왜 숨기고 싶은 흠이고 상처일까?
그 결혼식이라는 것만 더 있었는데?
이혼이라는 걸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하고 보니까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나 입이 너무 많다.
그런데, 꼭 그렇게 다른 사람 눈치를 살피며 움츠려 살고, 힘들어 할 필요가 있을까?
다른 사람이 내게 뭔데?
설사, 가족이나 형제 자매, 친구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그 사람들이 대신 살아줄 수 없는 내 인생이기 때문이다.
연애와 결혼의 차이는 여러 사람을 모아놓고, 혼인 서약을 하고, 결혼 발표를 하는 차이외에 크게 다른 것 같지도 않다.
그런데, 연애하다가 헤어지는 것은 괜찮고, 이혼은 주위 사람들의 눈치 때문에, 또 수군거리는 입 때문에 망설이고 힘들어 한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사랑도 없으면서 억지로 사는 건 참힘들지 않을까 싶다.
주위 사람들 눈 때문에 억지로 한 집에서 산다고, 주위 사람들이 뭘 해 줄 수 있는데?
세상은 넓고 남자도 많고, 여자도 많다지 않은가?연애와 결혼이 크게 다르지도 않을 것 같다.
연애하다 헤어지든, 결혼했다 이혼하든, 일부러 떠벌릴 필요도 없지만, 꼭 감출 필요도 없을 것 같다.
둘이 살아 보다가, 아니다 싶으면 자식들이 생기기 전에 헤어지는 것도 맞지 않을까 싶다.
긴 것 같지만, 길 지도 않은 인생, 뭘 그렇게 힘들게 살겠는가?
'인연이 아니다' 싶거나, '내 행복을 뺏어가는 사람'이란 걸 알면서도 다른 사람의 눈 때문에 억지로 산다?
바람직한 결혼 생활도 아닐 뿐더러, 차라리 혼자 살더라도 나는 그렇게는 못 살겠다.
내 인생을 내가 주체적으로 살고, 가능하면 즐겁게 사는 게 맞지, 왜 다른 사람 눈 때문에 힘듦을 자처해야 할까?
그런데, 분명히 다시 말한다.
자식이 생기기 전에 결정을 해야 할 것 같다.
자식이 생겼다면 다를 것 같다.
살기 바쁘고, 내 이 욕심많은 '대가리' 때문에 몰랐다.
자식의 가슴에는 예쁜 행복을 심어줘야 하고, 절대 상처를 주면 안 된다는 걸 나이가 들어서야 깨달았다.
자식 때문에 어떻게 내 인생을 포기하고 사느냐고?
한 살이라도 젊음 때 즐겁게 살아야 한다고?
어이, 니는 자식 눈에 눈물을 내고, 가슴에 못을 박으면서 그렇게 살마 즐겁나?
자식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고?
어이, 그러면, 자식이 생기기 전에 헤어져야지.
자식을 낳았다면, 바르고 행복하게 키워야 하는 건, 너한테 주어진 너무나 당연한 책임이나 의무 아닐까?
자식 내삐리고 가뿌는 인간들아, 명심해래이.
나중에 무서운 형벌이 기다린다 카네.
다른 벌은 몰라도, 그 벌은 절대 안 피해간 적이 없다 카네.
사람사는 이치 참 무서운 기라!
2023년 3월 28일 오전 11시 20분,
권다품(영철)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