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12월은 자아성찰의 계절
- 성탄 앞두고 전국적으로 고해성사, 피정 잇따라 -
□ 연중 마지막 달인 12월은 천주교에서는 한 해의 시작에 해당한다. 교회 달력(전례력)의 시작인 대림(待臨)시기가 있는 달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천주교 신자들은 12월 25일 성탄절을 앞두고 4주간의 대림시기와 함께 새로운 1년을 맞이한다. 특히 한국의 천주교인들은 이때 고해성사와 피정을 통해 각자의 삶과 신앙을 돌아보고,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한다.
▲ 속죄를 뜻하는 자주색 제의, 구원의 희망을 담은 대림환(오른쪽 조형물)은 가톨릭교회에서 한 해의 시작인 대림시기의 정신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상징이다.
▲ 12월에 등장하는 성탄 구유는 아기 예수의 가난과 겸손을 상기시킨다. 사진은 2008년 서울 명일동성당에 설치한 성탄 구유.
◎ 천주교는 1년을 한 달 먼저 시작한다?
□ 그리스도교에서 ‘대림’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하느님이시면서 사람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에 대한 기다림이고, 다른 하나는 그리스도의 재림과 인류 구원의 완성에 대한 기다림이다. 가톨릭의 새해 첫날인 대림 제1주일은 12월 25일 성탄절을 기준으로 4주 전 일요일(올해는 11월 29일)이다.
□ 대림의 정신은 속죄와 가난으로 요약된다. 이는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류를 죄에서 구원하시기 위해 가장 가난하고 연약한 인간의 모습으로 세상에 오셨다는 믿음 때문이다. 예수를 본받는 속죄와 가난의 정신은 신자들의 신앙 실천뿐 아니라 교회 장식으로도 표현된다. 그 대표 격인 ‘대림환’과 ‘성탄 구유’는 크리스마스트리 일색인 거리와는 달리 성당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풍경이다.
□ 대림시기의 대표 상징물인 대림환은 4개의 초와 푸른 나뭇잎으로 장식한 고리[환, 環] 모양 받침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주색, 연자주색, 연분홍색, 흰색으로 된 4개의 초는 대림 제1주일을 시작으로 짙은 색깔의 초부터 한 주에 하나씩 순차적으로 점화된다. 초 색깔이 통회의 색인 자주색에서 기쁨과 영광의 색인 흰색으로 옮아가는 것은 죄를 씻음으로써 그리스도의 영광에 참여함을, 초가 순차적으로 점화되는 것은 기다림의 시간이 초가 타들어가듯 짧아짐을 의미한다. 고리 모양은 시작도 끝도 없으신 예수 그리스도의 영원함을, 푸른 나뭇가지는 희망을 상징한다. 대림환은 미사를 거행하는 제대 앞에 설치해서 미사 때 촛불을 켜거나, 가정용으로 작게 만들어 기도할 때 사용한다.
□ 성탄 구유는 아기 예수가 태어나 몸을 누인 베들레헴 마구간과 구유(여물통)를 본뜬 조형물이다. 성탄 구유를 처음 만든 사람은 아시시의 프란치스코라고 한다. 1223년 베들레헴을 방문한 성인은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가난하고 연약한 모습으로 세상에 오셨다는 사실에 감명을 받고, 자신이 은둔생활을 하던 그레치오 성당에 베들레헴의 마구간과 구유를 만들어 대중에게 공개했다. 성탄 구유는 대부분 성탄절이 임박한 대림 제4주간에 설치하지만, 주교좌성당이나 천주교 성지 등 순례자의 발길이 잦은 곳에서는 간절한 기다림의 뜻으로 대림시기 초반에 설치하곤 한다. 이 경우 대림시기에는 구유를 비워두었다가 성탄 전야에 아기 예수 모형을 안치함으로써 마구간을 완성하게 된다.
□ 한편 전국 교구장 주교들은 교회력 첫날인 대림 제1주일을 전후하여 교구의 1년 사목방향을 담은 신년 사목교서를 발표한다. 천주교 매체인 평화신문은 2009년 11월 29일자 기사를 통해 전국 교구의 2010년 사목교서 내용을 분석하고, 교구장 주교들이 제시한 공통 과제를 ▲내적 회개와 쇄신을 통한 세상의 복음화 ▲하느님 말씀인 성경 중심의 삶 ▲교구 설립주년 기념사업을 통한 질적 성장 ▲청소년이 주체가 되는 청소년 사목 발전 등으로 요약했다(http://web.pbc.co.kr/CMS/newspaper/view_body.php?cid=317239&path=200911).
◎……대림-성탄 맞아 고해성사, 피정 잇따라
▲ 성탄을 앞둔 천주교 신자들이 판공(辦功)을 위해 고해성사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 얇아진 12월 달력을 바라보며 1년을 돌아보는 것은 모두의 연례행사지만, 천주교 신자들에게 성탄을 앞둔 12월은 자아성찰과 회개의 의미가 더 각별하다. 그래서 전국 성당과 수도회, 피정의 집에서는 성탄 고해성사(판공), 연말피정 등 다양한 신앙체험을 마련하고 있다.
□ 대림시기 성당의 진풍경 중 하나가 고해소 앞에 길게 줄을 선 신자들의 행렬이다. 성탄 고해성사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다. 공로를 판별한다는 뜻에서 ‘판공(辦功)’이라고도 하는 고해성사 의무는 원칙절으로 연 1회 부활시기를 앞두고 부과되나, 우리나라에서는 신앙을 북돋운다는 취지에서 성탄시기 전에 또 한 번 판공을 실시한다. 춘천교구 김현준 신부(임당동성당 주임)는 “판공은 신자들의 삶을 되돌아보고 진정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영혼의 정기검진”이라고 설명한다. 전주교구 김영수 신부(천호 피정의 집)는 “성탄절은 쉬는 교우들도 돌아올 결심을 하는 때이니만큼, 본당신부와 기존 신자들도 천주교에 관심이 있거나 신앙과 멀어진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 더 차분하고 진지하게 자신을 돌아보고 싶은 이들은 성당 주보나 교구 인터넷 게시판의 피정 소식을 눈여겨볼 만하다. 2009년 12월 주요 피정 목록은 다음과 같다.
행사명 |
일시, 장소 |
참가비 |
문의 |
하느님 현존체험 1일피정 |
12/6(일) 9:00~17:00 서울 마리아니스트 영성센터 |
1만5천원 |
02-2648-7134 |
수도생활 체험피정
(35세이하 미혼남녀) |
12/11(금)~13(일) 가르멜 수도원(경남 마산시) |
3만원 |
010-3169-7416
이인섭 신부 |
지성인 성령묵상회 |
12/11(금)~13(일) 아론의 집(경기도 의왕시) |
15만원 |
011-9636-3048
성령쇄신봉사회 |
겨울 지리산 등산피정 |
12/4(금)~6(일), 12/11(금)~13(일),
12/18(금)~20(일) |
2인 16만원 |
061-782-5004
피아골 피정집
www.jpph.net |
성탄 휴가피정: 12/24(목)~27(일) |
2인 24만원 |
천호성지 피정
(전북 완주군) |
예수마음기도 피정: 12/4(금)~6(일) |
10만원 |
063-263-1004 |
대림 1일피정: 12/10(목) |
1만5천원 |
성서통독 피정: 12/11(금)~20(일) |
25만원 |
젊은이 대림 피정
(35세미만 미혼남녀) |
12/19(토)~20(일) 성모영보수녀회 피정집(경기도 과천시) |
1만원 |
010-8920-9423 |
효소단식 복음서통독 피정 |
12/27(일)~31(목) 정하상교육회관(충남 연기군) |
33만원 |
041-863-5690 |
예수마음기도 영성수련 |
12.9(수)~13(일), 12/20(일)~22(화) 예수마음배움터(경기도 파주시) |
별도문의 |
031-946-2337
www.jesumaum.org |
마산 가톨릭교육관 1박 2일 피정 |
대림피정: 12/12(토)~13(일) 송구영신 피정: 12/31(목)~1/1(금) |
4만5천원 |
055-221-1891 |
제주 성이시돌 피정 |
12/6(일)~8(화), 12/31(목)~1/2(토) |
별도문의 |
02-773-1455 |
미혼여성을 위한 젊은이 송년피정 |
12/5(토)~7(월) 오순절 평화의 수녀회(경남 밀양시) |
4만원 |
055-351-2285 |
수도자와 함께하는 성탄전례 피정 |
12/23(수)~25(금) 성 베네딕도 왜관 피정의 집 |
9만원 |
054-971-07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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